[반포1단지 '쩐의전쟁']④억억 소리나는 강남 재건축 이주비·이사비가 뭐길래

정다슬 입력 2017. 9. 25. 0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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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통념상 적정 수준' 애매한 규제
과도할 땐 결국 분양가 상승 이어져
[이데일리 정다슬 기자] 국토교통부가 반포주공1단지 1·2·4주구 수주전에서 조합원 전원에게 이사비 7000만원을 지급한다고 약속한 현대건설에 제동을 걸면서 적정 이사비가 얼마인지가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다.

재건축 사업에서 ‘이사비’라는 용어는 시공사가 이사에 필요한 실비를 지급하는 개념이다. 재건축 기간 조합원이 임시 거처에서 전·월세로 머무는 데 드는 자금인 ‘이주비’와는 다르다. 과거에는 50만~100만원 수준의 순수 이사비용을 무상 지원하는 형태였다. 시간이 흐르면서 재건축 이주에 따른 전세 ·월세 보증금을 일부 지원하는 형태로 변했고, 지원 금액도 자연스럽게 올라갔다. 그러나 지금까지 아무리 높은 이사비를 지급하더라도 1000만원 이상을 넘는 경우는 드물었다.

그러나 이번에 서울 서초구 반포주공1단지 1·2·4주구 재건축 수주전에 참여한 현대건설(000720)이 2292명의 조합원에게 가구당 7000만원의 이사비를 제공하겠다고 제안하면서 이사비가 도마 위에 올랐다. 약 1600억원에 달하는 금액을 무이자로 빌려주는 것이 아니라 무상으로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경쟁사인GS건설(006360)이 기존 주택 감정가의 60%에 해당하는 이주비용을 무이자로 융자받을 수 있도록 한 이주비 조건과 별개로 추가한 것이다.

국토부는 법률 자문 결과 현대건설의 이런 제안이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시정비법) 위반 소지가 있다며 이에 대한 시정을 지시했다고 지난 21일 밝혔다. 도시정비법 제11조 5항은 ‘누구든지 시공자의 선정과 관련해 금품과 향응, 또는 그 밖의 재산상 이익을 제공하거나 제공 의사를 표시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국토부는 법률자문 결과 건설사가 이사비 명목으로 제시한 금액 중 사회 통념상의 이사비를 초과한 부분은 ‘이사 지원’의 목적이 아니라 사실상 ‘시공사 선정’을 목적으로 재산상 이익을 제공하려는 행위에 해당해 위법의 소지가 있다는 의견이 제시됐다고 설명했다.

현대건설은 국토부 보도자료가 발표된 당일 관계 당국의 정책 발표에 대해 겸허히 수용한다며 한발 물러섰다. 그러나 ‘사회통념상 적정한 수준’의 이사비라는 것이 어느 정도인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논란이 남는다.

1000만원 이상의 이사비 지급이 일반적인 것은 아니지만 과거에도 사업성이 뛰어난 것으로 판단되는 정비사업을 수주하기 위해 시공사들이 파격적인 조건을 꺼낸 적은 있었기 때문이다. 롯데건설은 부산 시민공원 촉진3구역 재개발 시공권을 따내기 위해 ‘무상이자비 3000만원을 포함해 총 이사비용 1억원 지급’이라는 파격적인 조건을 제시했다. 역시 촉진3구역 수주전에 참여한 SK건설과 현대산업개발도 각각 3000만원(무상 이사비 1000만원), 5500만원(무상 이자비 500만원)이라는 조건을 내걸었다. 롯데건설은 반포 한신4지구 재건축 시공사 선정 입찰에서도 가구당 2000만원의 이사비 제공을 제안했다.

전문가들은 재개발·재건축 사업의 불투명한 사업 구조가 이 같은 논쟁이 발생하는 근본 원인이라고 지적한다. 현대건설은 이사비 등이 무상 특화계획에 포함돼 차후 조합의 부담으로 전가되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당초 현대건설이 이사비 7000만원을 꺼내든 것은 8·2 부동산 대책으로 대출 한도가 줄어든 조합원을 위해 현대건설이 이주비 5억원을 무이자를 빌려주기로 하면서다. 대출이 필요없는 조합원에게 형평성 차원에서 꺼내 든 것이 이사비 7000만원이었던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무이자 이주비의 경우 조합 사업비에 포함된다”며 “무상 이사비 역시 어떤 식으로 회계를 잡든 결국 재건축사업 전체의 사업 비용을 증가시켜 조합원 개개인의 부담을 늘리고 이는 결국 분양가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사비란?

조합원이 재건축·재개발 공사 직전에 다른 집으로 이사하고, 공사 후에는 새 집으로 옮길 때 필요한 포장 이사 비용 등 경비를 말한다. 시공사가 실비 수준에서 무상으로 주는 경우가 많다.

이주비란?

조합원이 재건축·재개발 공사 기간 다른 집에 세들어 살기 위해 필요한 전·월세 자금 등을 지원하는 자금을 말한다. 기본적으로 조합 주선 아래 조합원 개개인이 아파트 대지지분 등을 담보로 은행에서 대출(집단대출)받는 형태로 이뤄진다.

정다슬 (yamye@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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