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큰손', 주택 대신 빌딩으로 옮겨타나

입력 2017. 9. 25.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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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셜 리포트=문재인 정부, 재테크 공식이 달라졌다]
다주택자 관련 각종 규제 ‘봇물’…대안 상품으로 ‘상가·오피스·빌딩’ 주목



(사진)경기 성남 분당구 정자동 '분당파크뷰' 아파트의 인근 중개업소. (/한국경제신문)

[편집자주]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으라고 했다. 시대가 달라지면 ‘재테크의 방식’도 달라져야 한다. 그중에서도 문재인 정부 출범 후 8월 2일 처음으로 공개된 ‘세법개정안’과 ‘부동산 대책’에 투자자들의 눈과 귀가 쏠리고 있다. 앞으로의 재테크 공식이 어떻게 변해갈지 가늠할 수 있는 ‘이정표’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국내 고액 자산가들은 최근의 달라진 재테크 환경에 어떻게 대응하고 있을까. 급변하는 시장 환경에 발 빠르게 적응할 수 있는 ‘달라진 재테크 공식’을 짚어 봤다.

[한경비즈니스=이명지 기자]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날이 갈수록 색을 분명히 하고 있다. 한마디로 ‘집은 투자가 아닌 거주 대상’이라는 것이다.

특히 8·2 및 9·5 부동산 대책부터 속속 발표되고 있는 후속책까지 다주택자들을 향한 규제의 강도가 더욱 세지고 있다. 부동산 투자자들 또한 바뀐 규제에 발맞춰 새로운 투자 대상을 물색해야 할 시기가 왔다.

◆다주택자 정면 겨냥한 부동산 정책

문재인 정부는 부동산 정책의 목적에 대해 경기 조절 수단이 아니라 서민 주거 안정 및 실수요자 보호를 최우선의 가치로 삼겠다고 밝혔다.

이러한 취지로 8·2 부동산 대책에는 다주택자의 양도 차익에 대한 과세 체계를 정비하고 주택 담보대출(주담대)의 레버리지를 활용한 단기 투자 유인을 억제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우선 실수요 중심의 주택 수요 관리를 강화하기 위해 조정대상지역의 양도소득세를 강화한다.

다주택자에 대한 금융 규제도 엄격해진다. 투기지역 내 주담대 건수 제한이 강화된다. 현행법은 투기지역 내 주담대를 차주당 1건으로 제한해 동일 가구 내 다른 가구원의 추가 대출이 가능했다. 하지만 향후 금융업 관련 규정 개정을 통해 투기 지역 내 주담대를 가구당 1건으로 제한한다.

주택담보대출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 자체도 강화된다. 앞으로는 주택 유형, 대출 만기, 대출 금액 등에 관계없이 투기과열지구 및 투기지역은 LTV와 DTI를 각각 40%씩 적용한다.

또 주담대를 1건 이상 보유한 가구에 속한 자가 추가로 주택 담보대출을 받으면 LTV와 DTI를 10%포인트씩 강화한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문재인 정부의 8·2 부동산 대책에 대해 ‘역대급’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다주택 보유자들을 직접 겨냥함으로써 투기 목적의 주택 거래를 뿌리 뽑는다는 것이다.

당장 주택 거래량에도 타격을 줄 것으로 보인다. 지난 3년간 주택 거래량은 연평균 100만 건에 달했지만 연일 발표되는 부동산 대책의 영향으로 거래량이 줄어들 가능성도 높다.



◆규제가 만들어 낼 또 다른 ‘풍선효과’  

다주택자에 향한 규제책이 연이어 발표되면서 부동산 투자자들의 눈길은 주택이 아닌 상가와 오피스 빌딩 등으로 쏠리고 있다.

우선 빌딩 등은 주택에 비해 규제에서 자유롭다는 장점이 있다. 또한 상가나 오피스는 부동산 대책이나 경기에 큰 영향을 받지 않고 매달 월세를 통해 안정적인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뚜렷한 특징이 있다.

전문가들은 다주택 보유자에 대한 엄격한 규제로 ‘풍선효과’가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한다. 풍선의 한 곳을 누르면 그곳은 들어가지만 다른 곳이 부풀어 오르는 것처럼 문제 하나를 해결하면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다.

이에 대한 예로 최근 시행된 ‘원주기업도시 내 용지 청약’의 사례가 있다. 9월 13일부터 사흘간 분양된강원도 원주기업도시 내 점포 겸용 단독주택 용지 청약에서 총 48개 필지에 13만9977명이 접수했다.

평균 경쟁률은 무려 2916 대 1이었고 최고 경쟁률은 1만9341 대 1이었다. 업계에서는 부동산 대책 이후 주택 대신 토지에 시선이 몰리면서 이와 같은 과열 현상이 벌어졌다고 보고 있다.

과열이 포착되자 정부가 메스를 들이댔다. 국토교통부는 즉시 택지개발지구 내 단독주택 용지 전매 제한을 강화하고 점포 겸용 단독주택 용지의 공급 방식을 바꾸는 것을 골자로 하는 ‘택지개발촉진법 시행령과 택지개발업무처리지침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최근 주택 관련 규제가 강화되면서 갈 곳 잃은 부동산 투자자들의 발길이 토지로 쏠리자 규제 카드를 꺼내 투자 열기를 진정시키려는 의도다.

김학렬 부동산조사연구소 소장은 “이러한 사례로 볼 때 만일 투자 열기가 상가나 오피스 빌딩으로 몰리면 또 다른 규제를 정부가 내놓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러면 정부 규제를 피하기 위해 다주택자들은 어떠한 방법을 택해야 할까. 답은 임대주택 등록이다.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두 가구 이상을 소유한 다주택자에게 임대주택 등록을 권유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다주택자의 10%만이 임대주택 등록을 한 후 임대 사업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주택자들이 임대주택 등록을 꺼리는 이유는 임대주택 등록을 할 때 따라오는 ‘세금 폭탄’이 두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정책 방향은 다주택 보유자의 임대주택 등록을 위해 ‘당근’을 주고 있다. 8·2 부동산 대책에도 세제·기금·사회보험 등 인센티브를 강화해 임대주택 등록을 유도하고 필요할 때에는 등록 의무화 여부까지 검토한다는 방안이 담겼다.

그 첫걸음으로 등록 임대주택은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및 장기보유특별공제(장특) 배제 대상에서 제외한다. 또 세금과 관련한 인센티브는 추석 연휴 이후 발표될 주거 복지 로드맵에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여러 정황상 주택을 노리는 부동산 투자자들의 심리적 타격은 불가피해 보인다. 다만 타격을 입는 것은 대규모 자산가들이 아니라 주택 2~3채를 보유한 ‘동네 부자’가 될 것 같다.

김학렬 소장은 “심리적 위축을 받는 것은 중소형 투자에 관심이 많은 소액 투자자들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손재영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고액 투자자들은 세금을 무릅쓰고라도 아파트 등 주택 투자에 계속 관심을 가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mj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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