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포주공1 혈전②]GS vs 현대, 수주전에 목숨 건 이유는?

김민기 2017. 9. 26. 0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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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김민기 기자 = GS건설과 현대건설이 반포주공 1단지를 두고 치열한 수주전을 벌이고 있지만 각자 이번 수주전을 통해 이루고자 하는 목표는 다르다.

물론 양사 모두 총 사업비 최대 10조원, 공사비 2조6000억인 반포주공1단지 재건축 사업을 수주해 대형 건설사의 1년 어치에 맞먹는 수주고를 올리려는 목적은 똑같다.

하지만 GS건설은 이번 수주전을 승리해 삼성물산의 '래미안' 브랜드를 뛰어넘고 독보적인 1위를 차지하려는 목적인 반면, 현대건설은 반포주공1단지를 발판삼아 압구정 현대아파트 재건축 사업을 가져가려는 계획이다.

26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반포주공1단지 재건축 조합은 오는 27일 서울 송파구 잠실체육관에서 시공사 선정 조합원 투표를 진행된다.

GS건설과 현대건설은 지난 4일 시공사 입찰을 마친 후 약 20여일간 치열한 수주경쟁을 벌였다. 양사 모두 이번 수주전에서 승리해 반포를 중심으로 한 강남권 전체 재건축시장 주도권을 선점하길 바라고 있다.

◇GS건설, 래미안 넘어 아파트 브랜드 '독보적 1위' 노린다

GS건설은 대형사 중에서도 도시정비사업에 적극적이다. 저유가로 중동 시장이 위축되고 해외 건설 프로젝트의 발주가 줄어들자 국내 주택사업으로 일찌감치 눈을 돌렸다.

그 결과 GS건설은 올해 상반기 주택에서만 3조2390억원의 신규수주를 올렸다. 현재 전체 수주잔고에서 건축·주택이 차지하는 비중이 61%일 만큼 크다. GS건설은 2015년부터 작년까지 도시정비사업을 10조원 이상 따내 1위에 오르기도 했다.

특히 반포주공1단지는 이미 3년 전부터 수십여명의 태스크포스(TF) 전담팀을 꾸려 착실하게 준비해온 단지다. 이 단지를 수주하기 위해서 3200억 규모의 서초 신동아아파트 재건축 사업과 7500억원 규모인 방배5구역 재건축 사업도 포기했다.

서초 신동아의 경우는 서초 래미안에스티지, 래미안에스티지S, 서초 우성1차, 서초 무지개와 함께 '독수리 5형제'라 불리는 곳이다. 삼성 래미안의 텃밭이었지만 GS건설이 서초 무지개에 깃발을 꽂으면서 사실상 서초 신동아도 수주가 유력했다.

기존 알짜 단지를 포기하면서까지 반포주공1단지에 올인한 만큼 GS건설은 이번 수주전에서 패배하면 타격이 크다.

사실상 주택사업이 주요 매출원이 된 만큼 이번 수주전에서 성공하지 못하면 향후 미래의 먹거리도 줄어들게 된다. 내년 SOC(사회간접자본) 예산도 크게 감소한 상황이고 분양 시장 역시 정부 규제로 위축될 전망이다.

이번 수주전 성공을 통해 올해 강남 재건축 수주전에서 수주액 1위를 차지하겠다는 계획이다.

이에 GS건설은 이번 수주를 위해 주택영업담당 조재호 전무도 도시정비담당으로 자리를 옮겨 이 단지에 투입시켰다. 지난해 전무로 승진한 조 전무는 검사 출신으로 평택 '자이 더 익스프레스', 은평 스카이뷰자이, 동탄 파크자이 등을 성공시킨 핵심 임원이다.

무엇보다 GS건설은 이번 반포주공1단지를 통해 삼성물산 래미안을 뛰어넘겠다는 포부다. 이미 GS건설의 아파트 브랜드 '자이'는 닥터아파트가 조사한 강남4구 선호 브랜드에서 래미안을 꺾고 1위(31.4%)를 차지하고 있다.

이는 '자이' 브랜드가 소비자들에게 적극적으로 다가간 점도 있지만 삼성물산이 강남 재건축 시장에서 사업 참여에 주춤하면서 브랜드 인지도가 낮아진 점도 있다. 삼성이 다시금 주택사업에 집중해 수주전에 돌입한다면 여전히 래미안에 대한 인지도가 높은 만큼 순위가 뒤바뀔 수 있다.

이에 GS건설은 이번 기회를 통해 '래미안'을 넘어 '자이' 브랜드를 대한민국 1등 아파트 브랜드로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GS건설 관계자는 "반포주공1단지는 입지와 규모 면에서 자이라는 프리미엄 브랜드와 어울리는 최적의 사업지"라며 "단순한 아파트가 아닌 하나의 작품을 만들어 프리미엄 아파트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건설, 압구정 현대아파트 재건축 수주의 '디딤돌'

현대건설에게 있어 압구정 현대아파트에 대한 의미는 남다르다. 현대건설은 1970년대 말 정부로부터 경부고속도로 건설 대금으로 한강 공유수면을 받았고 그 곳을 매립해 압구정 현대아파트를 만들었다.

고 정주영 회장은 아파트건설에 큰 매력을 느끼지 못했으나 차남 정몽구 당시 한국도시개발(現 현대산업개발) 대표이사가 사업을 맡아 강남의 대표 단지로 만들었다. 현재는 현대그룹 고위 임원들 뿐 아니라 사회 상류층이 거주하고 있다.

이곳은 현대차그룹의 역사가 담겨진 곳인 만큼 현대건설은 반드시 수주해야하는 단지다. 하지만 현대건설은 강남 주요 지역에 프리미엄 브랜드인 '디에이치'를 내건 랜드마크 단지로 내세울만한 곳을 아직 수주하지 못했다.

이에 현대는 반포주공1단지를 성공적으로 수주한 후 한강변 부촌 상징인 압구정 재건축 수주까지 달성하겠다는 계획이다. 한강조망 입지를 자랑하는 반포동에 디에이치 브랜드의 깃발을 꼽는다면 압구정동 조합원이 느끼는 디에이치 브랜드 선호도는 높아질 것이라는 게 내부적인 판단이다.

특히 압구정동의 경우 재건축 사업이 본격화 되면 현대산업개발 역시 적극적으로 뛰어들 가능성이 높다. 압구정 현대아파트가 지어질 당시 시공사는 현대산업개발이었으나 현재는 계열분리가 된 상태다.

이에 현대건설 역시 경쟁에서 우위를 접하기 위해서는 반포주공 1단지 수주에 성공해 디에이치 브랜드 가치를 높여야만 한다.

실제 반포주공1단지 사업장에는 현대건설 직원뿐 아니라 현대차그룹 임직원들도 현장에 투입돼 수주전 승리에 힘을 보태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건설이 모그룹의 지원을 받는 것은 사실상 이번 수주전이 처음이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반포 디에이치 클래스트를 어머니의 집을 짓는다는 심정으로 100년을 내다보는 주거명작으로 만들고 싶다"며 "현대건설의 전통과 기술력을 바탕으로 최선의 노력을 다 할 것"이라고 말했다.

kmk@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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