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잔치 난무 강남재건축 수주戰..'클린수주' 약일까 독일까?

김종윤 기자 입력 2017. 10. 17.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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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도한 홍보비 부담으로 사업성 악화
브랜드·설계는 대동소이.."차별화 위해 어쩔수 없다"
서울 서초구 한신4지구에서 진행된 부재자투표 현장 모습.© News1

(서울=뉴스1) 김종윤 기자 = "법을 지킨다는 게 자랑할 내용은 아닙니다. 선택이 아니라 당연히 따라야 하는 겁니다. 지금 재건축 수주전 행태를 보면 대기업이라고 볼 수 없을 정도로 영업활동이 후진적입니다." (A건설 도시정비팀 관계자)

서울 강남권 재건축 수주전에서 현금이 오가는 매표행위로 얼룩지면서 이전투구로 변질됐다. GS건설이 선발대로 나서 상대방 부정행위를 공개하자 음지에 머물던 문제가 공론화됐다.

17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GS건설은 재건축 등 도시정비사업 수주전에서 건설사 과잉영업 등의 문제로 여러 가지 논란이 일자 '도시정비 영업의 질서회복을 위한 GS건설의 선언'을 발표했다. 이후 한신4지구에 클린센터를 운영해 부정행위에 대한 제보와 상담을 동시에 진행했다.

◇금품은 홍보요원이 제공…건설사 "우리는 모른다"

일반적으로 재건축 수주전에선 건설사가 고용한 홍보(OS)요원이 조합원에게 금품·향응을 제공한다. 이들은 사업지별로 건설사와 계약을 맺는다. 팀별로 담당 조합원을 배분해 1대1 밀착 홍보를 맡게된다. 이번에 논란이 됐던 한신4지구도 롯데건설 홍보요원들이 조합원에게 금품을 전달한 것으로 GS건설측은 추정하고 있다.

건설사도 홍보요원의 금품·향응 제공유무를 확인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현금 수억원이 오가는 상황에서 건설사가 이들의 행보를 직접 확인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다만 불법행위를 인지하고 있다는 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현재 롯데건설은 불법행위에 대해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으로 강경한 태도다. 회사 관계자는 "법적대응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문제는 홍보비용도 건설사 주머니에서 나온다는 점이다. 이는 사업비 증가뿐 아니라 분양가 상승으로 이어진다. 특히 홍보요원들이 조합원에게 전달하지 않고 직접 챙기는 '배달사고' 의심도 팽배한 상황이다. 결국 과도한 홍보가 지양돼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한 중견건설사 관계자는 "건설사가 조합원에게 직접 현금 수령 여부를 확인할 수는 없다"며 "증빙할 수 없는 비용 마련 방법에 대한 의구심도 있다"고 말했다.

업계에선 GS건설이 반포주공1단지(1·2·4주구) 수주전에 사용한 비용을 약 400억원으로 추산하고 있다. 롯데건설도 한신4지구에서 수주를 위해 상당한 공을 들였다. GS건설보다 발 빠르게 조합원 홍보에 나서 막대한 홍보비용이 발생될 것으로 추정된다.

K건설 도시정비팀 직원은 "조합원에게 향응을 제공해도 실제 투표현장에서 어떤 건설사를 선택할지는 확인할 수 없다"며 "조합원에게 현명하게 회사가 제시한 조건으로 냉정하게 판단해달라고 부탁한다"고 설명했다.

GS건설이 한신4지구에서 나타난 불법행위라고 공개한 증거물/사진제공=GS건설© News1

◇선발대 나선 GS건설…수주전 문화 바뀔까

GS건설은 지난 15일 한신4지구 시공사 선정 투표를 마무리하자 개표시작 전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롯데건설이 부정한 방법으로 조합원을 매수했다는 내용이었다. 현금 제공 4건을 포함해 Δ현금과 청소기 1건 Δ현금과 숙박권 1건 Δ상품권 4건 Δ상품권과 화장품 1건 Δ명품가방 1건 등 다수의 사례가 있다.

GS건설의 공개적인 대응에 급작스럽다는 반응이 대다수였다. 하지만 클린 수주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는 전환점을 기대하는 목소리가 컸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GS건설과 경쟁을 펼치는 건설사는 '법적대응하는 건설사'라는 사실을 이용해 비방전을 펼칠 것"이라며 "GS건설도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상황에서도 문제의 심각성을 느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반면 일부에선 GS건설이 수주전에 실패할 것이란 예상을 하고 추후 법적 소송을 위해 선제적으로 나섰다고 풀이했다. 즉 공론화할 필요까진 없었다는 의견이다. 정부가 불법행위 심각성을 깨닫고 있는 만큼 지켜볼 필요가 있었다는 얘기다.

또 다른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GS건설도 상당한 매표행위를 진행해 수주한 곳도 많다"며 "최근 수주전에 실패하면서 다른 건설사 영업활동에 제동을 걸고 있다"고 지적했다.

◇클린수주? 현실과 이론의 괴리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정법)에 따르면 시공자 선정과 관련해 금품, 향응 또는 그 밖의 재산상 이익을 제공하거나 제공의사를 표하면 안 된다고 명시돼 있다.

업계에선 주택사업 먹거리가 계속 부족해지는 상황에서 사실상 불법 관행은 사라지기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특히 업계 1, 2위가 맞붙는 강남권 재건축에선 설계와 브랜드로 차별화는 쉽지 않다. 건설사들이 조합원 1대1홍보를 진행해야 한다는 논리다.

A건설 관계자는 "브랜드 선호도가 떨어지는 건설사의 수주는 사실상 힘들다"며 "도정법에 따른 불법행위 적정선도 명확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중견사도 대형사들이 먹거리가 부족해지자 서울권에서 소규모 사업지까지 독식하다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한 중견건설사는 "조합원을 한번이라도 더 만나기 위해선 식사대접이라도 해야하는 게 사실"이라며 "클린수주에 동감하지만 현실과 괴리가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한편 정부도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대응에 나섰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한신4지구에서 벌어진 행위에 대해 "사실 여부를 확인하고 결과에 따라 (사실이 맞다면) 경찰 수사를 의뢰할 것"이라고 말했다.

passionkj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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