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값' 치솟는 초소형 아파트

진중언 기자 2017. 10. 19. 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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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용 40㎡ 이하 아파트 큰 인기

1인 가구가 빠르게 늘면서 초소형 아파트 인기가 치솟고 있다. 초소형 아파트는 소형 아파트(전용면적 60㎡ 이하)보다 더 작은 전용 40㎡ 이하 아파트를 가리킨다. 방 1~2개와 욕실 1개로 이뤄져 혼자 살기에 적합하고, 임대 수요도 풍부하다. 자녀에게 증여할 목적으로 초소형 아파트를 찾는 수요도 많다. 이런 수요를 반영해 건설사도 초소형 아파트나 주거용 오피스텔 공급을 늘리는 추세다.

1인 가구, 6년 만에 30% 증가

2016년 기준 전국 1인 가구는 539만7615가구로 전체 가구(1936만7696가구)의 27.8%를 차지한다. 1인 가구 수는 2010년(414만 가구)과 비교하면 6년 만에 30%나 급증했다. 2015년 인구 총조사 결과와 비교해도 전국 1인 가구 수는 1년 사이 3.7% 늘었다. 같은 기간 전체 가구 증가율이 1.3%를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1인 가구의 증가 속도를 짐작할 수 있다. 오는 2045년에는 1인 가구 비율이 36.3%까지 증가할 전망이다.

1인 가구가 늘면서 초소형 주택 거래도 크게 늘었다. 전용 40㎡ 이하 초소형 아파트 거래량은 2011년 5만7245건에서 2016년엔 7만2870건으로 5년 동안 27%나 늘었다. 전체 주택 거래에서 전용 40㎡ 이하 주택 거래비율은 2013년 11.1%에서 2016년 12.5%로 꾸준한 증가세다. 올해는 8월까지 전체 주택거래(65만2750건) 중 12.9%(8만4455건)를 기록했다. 김광석 리얼투데이 이사는 "늘어나는 1인 가구와 지속적인 주택 매매가격 상승으로 초소형 주택 인기는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초소형 아파트, 가파른 가격 상승

‘e편한세상 시티 미사’ 전용 30㎡ 내부 모습.

서울 강남권에서 초소형 아파트 인기는 가격에서 확인된다. 송파구 잠실동 '리센츠' 전용 37㎡ 매매가격은 올 1월 5억6500만원이던 것이 9월에는 6억8000만원에 거래됐다. 2006년 입주한 강남구 역삼동 '역삼아이파크' 전용 28㎡도 올 초 4억6000만원 정도이던 시세가 7월에는 5억9000만원에 매매계약이 이뤄졌다. 송파구 가락동에서 가락시영아파트를 재건축한 '헬리오시티' 전용 39㎡ 분양권은 지난달 7억원에 거래됐다. 올해 2월만 해도 5억2000만원 정도이던 것이 7개월 만에 1억8000만원가량 올랐다.

서울 강남 일대 초소형 아파트는 2000년대 초 재건축 사업 과정에서 전체 건립 가구 수의 60% 이상을 국민주택 규모로 짓도록 한 규제(재개발·재건축 아파트는 전용 40㎡ 이하 8%) 때문에 등장했다. 분양 당시엔 '쪽방' 취급을 받으며 미분양 사태를 빚었지만, 지금은 오히려 희소성 있는 귀한 물건이 됐다. 잠실 한 중개업소 대표는 "크기는 원룸과 비슷하지만, 입지나 커뮤니티 시설 등 대단지 아파트의 장점을 공유할 수 있다"면서 "오피스텔보다 환금성이 뛰어나 투자 상품으로도 인기가 높다"고 말했다.

1인 가구 외에도 월세 수입을 노리는 50대 이상 베이비붐 세대들이 초소형 아파트를 선호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대우건설이 올 상반기 건국대학교 산학연구팀과 공동으로 2010~2015년 수도권에서 분양한 29개 단지 총 2만6329가구를 분석한 결과, 전용면적 40~50㎡ 소형 아파트의 67%를 '50세 이상'이 계약했다. 50대가 36.4%, 60세 이상이 30.3%였다. 이현석 건국대 교수는 "일정 재산을 축적한 50대 이상이 투자나 증여 목적으로 소형 아파트를 사들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청약시장서 인기, 공급 꾸준히 늘어

청약 시장에서도 초소형 아파트에 수요가 몰리고 있다. 올해 6월 서울 강동구 고덕동에서 분양한 '고덕 센트럴 푸르지오' 전용 40㎡는 77.8대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이 단지 평균 경쟁률(6.9대1)을 훨씬 웃도는 수치다. 같은 달 은평구 수색·증산뉴타운에서 분양한 'DMC 롯데캐슬 더 퍼스트' 전용 39㎡도 12.6대1의 경쟁률로 인기를 끌었다.

건설사들도 1인 가구를 겨냥한 초소형 주택 공급에 열을 올리고 있다. 전용 40㎡ 안팎 아파트나 주거 편의시설을 대폭 강화한 오피스텔이 가을 청약시장에 대거 쏟아져 나올 예정이다. 한화건설은 이달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동에 '영등포뉴타운 꿈에그린' 아파트와 오피스텔을 분양한다. 전용 29~84㎡ 아파트 185가구와 전용 21~36㎡ 오피스텔 111실 규모다. 한국토지신탁은 충남 아산시 배방읍에서 '천안아산역 코아루 웰메이드시티' 오피스텔을 분양하고 있다. 지상 20층, 전용 21~32㎡, 총 748실 규모다. 대우건설이 서울 금천구 가산동에 공급하는 '가산 센트럴 푸르지오 시티'는 전체 1454실을 전용 17~35㎡ 등 초소형 평형으로 구성했다.

대형 건설사 주택 부문 임원은 "소형 주택은 저금리 시대 안정적인 임대 수익을 얻을 수 있는 장점 외에도 인구 구조 변화로 수요가 늘어 차후 시세 차익까지 기대할 수 있어 인기"라며 "건설사들도 4인 가족 대상 주택 공급이 아닌 1~2인 가구 수요에 맞는 다양한 주택형 개발에 몰두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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