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견본주택 촬영 금지' 저작권·초상권 문제 때문?

입력 2017. 10. 20.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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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업체 “기술유출 등 우려”
소비자는 “정보 접근권 침해”

#. A(33) 씨는 최근 서울의 한 아파트 견본주택을 찾았다가 찜찜한 일을 겪었다. 수납공간에 대한 설명을 듣고 기억해두기 위해 사진을 찍으려는데 직원에게 제지당했기 때문이다. 그는 “저작권이나 다른 방문객의 초상권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설명을 듣기는 했지만 납득이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대부분의 건설사가 회사 지침에 따라 혹은 암묵적으로 견본주택 촬영을 금지하고 있다.

A 건설사 관계자는 “사업장에 따라 새로운 설계, 도면 등이 적용된 곳은 기술 유출 등의 우려가 있어 분양소장 재량으로 촬영을 금지하고 있다”며 “의류 매장 등에서도 디자인 유출을 막기 위해 매장 내 촬영을 금지하는 곳이 많지 않느냐”라고 설명했다.

경기도 시흥시에 분양한 한 오피스텔 견본주택. 이 오피스텔은 천장 높이를 견본주택 다르게 시공했다가 민원이 쏟아지자, 뒤늦게 나중에 분양하는 오피스텔의 견본주택 윗부분에 점선을 긋고 ‘실제와 다를 수 있다’는 안내를 하기 시작했다.

사진 촬영이 곧바로 저작권 침해 등으로 위법이 되는 것은 아니다. 저작권법 30조에는 “공표된 저작물을 영리를 목적으로 하지 아니하고 개인적으로 이용하거나 가정 및 이에 준하는 한정된 범위 안에서 이용하는 경우에는 그 이용자는 이를 복제할 수 있다”고 규정돼 있다.

익명의 한 변호사는 “건설사가 자신의 건물 내부 시설의 촬영을 금지하는 것은 정당한 소유권 행사라는 관점에서 우선하는 가치임은 분명하다”면서도 “소비자가 사적 이용을 위해 촬영하는 것이 불법이라 볼 수도 없다”고 말했다.

우리 주택시장은 견본주택만 보고 계약을 해야 하는 선분양 관행이 정착돼 있다는 점에서 촬영을 허가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아파트ㆍ오피스텔 관련 주요 분쟁 중 하나가 견본주택과 실제 시공의 마감재, 인테리어 등이 달라 발생한다. 최근 분쟁을 겪고 있는 경기도 시흥시 한 오피스텔의 경우 천장 높이 등이 견본주택과 다르게 지어졌다는 민원이 빗발치는 데도, 이를 입증할 증거가 부족해 피해 구제 절차에 어려움을 겪었다.

한국소비자원 관계자는 “소비자들은 견본주택만 보고 집을 사기 때문에 견본주택 자체가 계약 내용을 담고 있는 유일한 증거이자 일종의 ‘계약 문서’가 된다”며 “소비자들에게 충분한 정보를 주어 ‘깜깜이 분양’을 막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성훈 기자/paq@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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