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저금리 시대 끝났다" 보험사들, 부동산 매각 러시

부광우 기자 입력 2017. 11. 2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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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안 = 부광우 기자]
국내 40개 생명·손해보험사들의 지난 6월 말 기준 부동산 자산은 19조6465억원으로 전년 동기(21조592억원) 대비 6.7%(1조4127억원) 감소했다. 보험사의 부동산 자산이 20조원 밑으로 떨어진 것은 2012년 9월 말(19조8486억원) 이후 처음이다. 분기 기준으로는 19분기만의 일이다.ⓒ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국내 보험사들이 1년 새 1조4000억원이 넘는 부동산을 팔아치우면서 보유자산 규모가 5년여만에 20조원 밑으로 내려갔다.

글로벌 전반으로 수년째 이어져 온 초저금리 시대가 끝날 조짐을 보이면서 부동산 시장에 먹구름이 다가오자 보험업계도 서서히 투자 포트폴리오를 조정하고 있다는 해석이다. 특히 새로운 국제회계기준(IFRS17)을 앞두고 변동성이 큰 자산을 줄여야 한다는 점에서 이 같은 흐름은 더욱 빨라질 전망이다.

20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기준 국내 40개 생명·손해보험사들의 부동산 자산은 19조6465억원으로 전년 동기(21조592억원) 대비 6.7%(1조4127억원) 감소했다. 보험사의 부동산 자산이 20조원 밑으로 떨어진 것은 2012년 9월 말(19조8486억원) 이후 처음이다. 분기 기준으로 따져보면 19분기만이다.

보험사별로 살펴봐도 최근 1년 보유 부동산 규모가 줄어든 곳이 19개사에 이른다. 이는 오히려 부동산 규모를 늘린 9곳보다 두배이상 많아지면서 업권 전반으로 부동산을 줄이는 추세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나머지 12개 보험사는 부동산 자산이 없었다.

감소율이 가장 가팔랐던 보험사는 미래에셋생명으로 1년 새 가지고 있던 부동산 중 4분의 3 이상을 정리했다. 미래에셋생명의 부동산 자산은 943억원에서 222억원으로 76.5%(721억원) 급감했다.

이어 삼성화재의 보유 부동산이 1조2771억원에서 8615억원으로 32.5%(4156억원) 줄며 감소세가 가팔랐다. 다음으로 삼성생명 소유 부동산이 6조1025억원에서 5조2600억원으로 13.8%(8425억원) 줄며 감소율이 컸다.

이밖에 DGB생명(-8.5%)·교보생명(-3.6%)·KB손해보험(-3.1%)·메트라이프생명(-2.8%)·AIA생명(-2.2%)·ABL생명(-2.2%)·KDB생명(-2.1%) 등이 같은 기간 부동산 자산 감소율이 큰 10개 보험사로 꼽혔다.

이처럼 보험업계 부동산 줄이기에 나선 것은 장기간 이어져 온 저금리 기조에 변화 기류가 감지되고 있는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다음 달 기준금리를 올릴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지난 달 열린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에서도 소수의견을 통해 인상 시그널이 감지됐다.

부동산 시장은 그 동안 낮은 시장 금리 속 돈이 몰리면서 다른 투자처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호황을 누려왔다. 이에 보험사들도 저금리 상황에서 저조한 자산운용 수익률을 조금이라도 끌어올리기 위해 부동산 투자를 늘렸다.

하지만 금리 인상기에 접어들면 부동산 경기도 한풀 꺾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국내 부동산 시장은 현 정부의 강력한 규제 정책과 맞물려 충격파가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이런 이유 때문에 보험사들은 다시 부동산 투자에 들어간 자금 회수에 나서고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보험사들의 재무 부담을 늘리는 IFRS17가 적용될 때 불확실성이 큰 자산이 많을수록 불리하다는 점도 보험사들로 하여금 부동산 자산 축소에 나서게 하는 배경이다.

2021년 본격 시행되는 IFRS17의 핵심은 보험사가 가입자에게 지급해야 하는 보험금 부채를 원가가 아닌 시가로 평가하도록 한 점이다. 보험사의 지급능력을 높이는 방향으로 회계 기준을 강화하겠다는 의미다.

이에 금융당국은 모든 보험사들을 상대로 올해 안에 보험부채 듀레이션(잔존만기) 구간을 25년까지 늘리도록 했다. 오는 2019년에는 30년까지 확대해야 한다. 지금까지 보험사들은 상품 만기가 20년이 넘더라도 20년을 기준으로 부채를 산출했다. 결국 이 기간이 길어지면 그만큼 보험부채는 늘어날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보험사는 보험부채와 자산의 만기를 최대한 일치시키는 쪽으로 자산을 운용해야 한다. 자산과 부채 간 만기 불일치가 커질수록 지급 불능 위험이 커져서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IFRS17에 대한 대비와 부채 듀레이션이 확대에 맞춰 보험사는 안정적인 장기자산의 비중을 늘려야 한다"며 "부동산과 주식 등 변동성이 큰 자산 비중을 줄여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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