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덜컥 땅부터 사면 하수"..귀촌·귀농에도 연습이 필요
잘못하면 '매몰비용'으로 경제적 타격
유형자산 선투자는 신중해야
주중·주말 '이중생활'도 괜찮아
남편이 집안일 상당 부분 맡아야
귀촌은 전원생활의 낭만과 여유로움의 공간이지만 귀농은 농약을 뿌리고 추수를 해야 하는 팍팍한 생활인의 영역이다. 귀농은 시골로 내려가 농사를 주업으로 하는 농업인이 되는 것이다. 다시 말해 귀농은 영농을 통해 수익을 올리는 농업 비즈니스의 일환이다.
현행 농지법상 농업인은 여러 규정이 있으나 일반적으로 1000㎡(약 303평) 이상의 논밭에서 농사를 짓는 것이다. 1000㎡ 미만의 텃밭을 가꾸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지만, 귀농이 아니라 귀촌에 해당해 귀농인에게 주어지는 각종 지원 대상에서 제외된다.
귀촌·귀농은 그동안 낯익은 도시생활에서 벗어나 낯선 곳에서 새 삶의 터전을 개척하는 일이다. 귀촌·귀농을 ‘사회적 이민’이나 ‘제2의 이민’이라고 부르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귀촌·귀농에 대한 환상을 버리고 치밀한 준비를 하지 않는다면 실패로 이어진다. 단순히 도시생활의 염증으로, 전원에 대한 막연한 호기심으로 귀촌·귀농을 선택할 경우 정착하지 못하고 다시 짐을 싸기에 십상이다.
농촌문화를 이해하지 못하면 마을주민들과 어울리지 못하고 외톨이가 된다. 함께 어울릴 수 있는 커뮤니티가 없으면 전원생활은 즐거움은커녕 고역이 될 것이다.
━ 일단 소유보다 임대하라
5년 전 경남으로 귀농한 이진수(가명·58)씨는 예비 귀농인을 만날 때마다 농지 매입을 너무 서두르지 말라고 조언한다. 자신의 전철을 밟지 말라는 이유에서다. 그는 읍내 부동산중개업자로부터 논을 3.3㎡당 15만원에 사들였다.
하지만 최근 비슷한 입지의 논이 10만~12만원에 매물로 나온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한적한 시골에서는 논밭 시세에 큰 변동이 없다는 점, 거래 정보를 중개업자보다는 동네 이장이 쥐고 있다는 사실도 알았다. 이씨는 “일단 논밭을 빌려서 농사를 짓다가 싼 매물이 나오면 매입하는 게 훨씬 낫다”고 말했다.
그런 측면에서 유형자산에 함부로 선투자하는 것은 신중하라는 얘기다. 내 것이 있어야 성공적인 귀농이 될 것이라는 선입관부터 버려라. 고추를 내 밭에 심으면 풍작이 되고, 남의 밭에 심으면 흉작이 되는 것은 아니다. 정성을 들이면 작황은 같을 게 아닌가.
━ 세컨드하우스로 주말주택도 대안
귀촌에 관심이 있지만 선뜻 결정을 내리기 힘든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이런 경우 작은 주말주택을 시작해보라고 권하고 싶다. 경량목구조로 15~20평 규모의 주말주택을 지으면 건축비로 7000만~1억원이 든다. 땅값까지 포함하면 1억5000만~2억원이면 충분하다. 주말주택은 말 그대로 평일에는 도시에 살다가 주말에만 잠시 쉬는 세컨드하우스이다.
주말주택 활용하기는 요즘 새로운 주거 트렌드인 멀티해비테이션(Multi-Habitation)이다. 멀티해비테이션은 도시와 교외에서 각각 집을 마련해 양쪽에 번갈아 거주하는 것을 말한다. 도시생활을 정리해서 시골에 영구정착을 하기보다는 도시와 농촌을 오가는 ‘이중생활’을 하는 것이다.
전원생활의 적응, 취향에 따라 도농 간 거주 비중을 탄력적으로 조율하는 방식이다. 시골생활이 익숙해지면 농촌 체류 기간을 점차 늘리는 것이 좋을 것이다. 집 부근 텃밭에서 농사를 짓는 것은 개인의 선택이다.
━ 전원 거주용 주택은 실속형으로
최근 충남 서천 근처에 귀촌한 차장수(가명‧69)씨는 허름한 농가주택을 사서 리모델링했다. 농가주택 구매에 9000만원, 리모델링에 6000만원, 총 1억5000만원이 들었다.
차씨가 농가주택을 선택한 것은 경제적인 전원생활을 하기 위해서다. 늘그막 전원생활 집은 신분을 과시하는 별장 개념이 아니라 실용적인 주택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원주택은 한번 지어놓으면 값어치가 떨어지고 나중에 되팔기가 어렵다는 점도 고려했다.
전원주택을 너무 크게 지어 후회하는 사람들을 많이 본 점도 실속형을 선택한 또 다른 이유다. 차씨는 리모델링한 주택에 입주한 뒤 생활 만족도가 생각보다 높다고 했다. 요즘은 마감재·인테리어 기술이 좋아 농가주택을 리모델링해도 아파트 내부와 큰 차이를 느끼지 못한다는 것이다. 차씨는 “무엇보다 주변의 눈치보다 자신의 처지에 맞게 전원생활용 주택을 마련하는 게 슬기로운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성공적인 전원생활 정착을 위해서는 집을 잘 고르는 것도 중요한 일이다. 먼저 위치로는 대도시에서 너무 멀어서는 곤란하다. 자녀의 왕래나 병원 치료 등을 생각해 대도시에서 승용차로 1시간 이내 거리가 적당하다. 저수지나 강·계곡에서 너무 가까운 곳은 집터로 좋지 않다. 휴가철에 한두 번 놀러 오는 곳이라면 모를까, 상시 거주지로는 부적합할 수 있는 셈이다.
시골의 텃세를 피하려면 가급적 집성촌을 피하는 것이 좋다. 외지인들이 섞여 있는 읍내나 면 소재지, 도시 출신들이 모여 사는 곳, 지자체에서 조성한 전원 마을에서 적응하기가 수월하다. 텃세를 피한다고 마을에서 동떨어진 외딴집을 짓는 것은 위험하다. 방범에 상대적으로 취약하기 때문이다.
━ 가사 분담 계획서를 작성하라
시골에 살다 보면 생각보다 집안일에 손이 많이 간다. 대도시 아파트 생활보다 가사노동에 더 많은 시간을 투입해야 한다는 뜻이다. 마당 낙엽이나 눈을 직접 치워야 하고 가끔은 보일러나 지붕도 손봐야 한다. 아파트 관리사무소가 하는 일을 전원생활에선 개인이 각자 알아서 해결해야 한다. 대도시 아파트에 살 듯 전원생활을 하면 곤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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