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은 지진에 안전할까?.."제대로만 지으면 기둥식·벽식 차이 없어"

최문혁 기자 2017. 11. 21.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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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집은 지진에 버틸 수 있을까?”

지난 1일 경북 포항 북구에서 발생한 지진으로 심하게 훼손된 1층 필로티 기둥. /연합뉴스 제공

최근 경북 포항에서 규모 5.4의 지진과 그에 따른 여진이 잇따라 발생하면서, 내가 사는 집이 지진에도 버틸 수 있는 안전한 주택인지 궁금해하는 경우가 늘었다.

기둥으로 건축물의 하중을 떠받치는 필로티 구조는 지진에 취약하고 고층 건물이 저층 건물보다 지진 피해에 더 많이 노출된 것일까? 전문가들은 내진 성능은 건축물의 구조와 큰 상관이 없으며, 단독주택이나 다세대∙다가구 주택과 단독주택 같이 설계와 시공, 인허가 등이 상대적으로 느슨한 건축물이 위험에 노출됐을 가능성이 더 크다고 보고 있다.

◆ “벽식·기둥식 내진 성능 큰 차이 없어”

이번 포항 지진으로 필로티로 지어진 주택이 크게 파손되면서 필로티 건축물이 지진에 취약하다는 불안감이 조성됐다.

하지만 우려와 달리 전문가들은 내진 성능에는 필로티 구조나 벽식, 기둥식이나 구조 상 차이는 거의 없다고 보고 있다. 건축 방식의 차이일 뿐, 지진이나 하중을 견디는 데 특정 구조가 절대적으로 우위에 있다고 보지 않는다.

벽식 구조와 기둥식 구조는 건물의 하중을 견디는 방식에서 구분할 수 있다. 벽식 구조는 내력벽 등 벽이 하중을 견디고, 기둥식 구조는 기둥이 무게를 버틴다. 기둥식 구조 중에서는 철근콘크리트 라멘(rahmen) 구조가 흔하게 쓰인다. 이 구조는 기둥과 기둥 위에 얹어진 보와 바닥 슬래브가 연결돼 하중을 떠받치는 형태다.

그래픽=조숙빈 디자이너

라멘 구조는 기둥과 보 등이 하나로 이어져 지진 등 외부 충격에 강하다. 기둥과 천장, 바닥판이 모두 연결돼 있어 붕괴 위험이 더 적다.

라멘 구조의 또 다른 강점은 리모델링이 벽식 구조보다 쉽다는 점이다. 벽식으로 지어진 아파트의 경우 내력벽을 남겨 두고 철거를 해야 하는 만큼, 구조에 변화를 주는 데 한계가 있다. 반면 라멘 구조는 기둥을 남겨 두고 벽을 다 허물 수 있어 상대적으로 리모델링을 하기 쉽다.

벽식 구조의 경우 우려와는 달리 내력벽을 직각으로 적절하게 설계하면 지진에도 효율적으로 잘 버틸 수 있다. 심우갑 서울대 건축학과 명예교수는 “일반적으로 하중과 외부 충격을 가장 잘 견디는 것은 라멘 구조라고 볼 수 있지만, 내력벽을 제대로 설계만 한다면 벽식 구조가 지진에 더 약하다고 볼 수도 없다”고 말했다.

◆ “필로티도 문제 없다…부실시공과 느슨한 감리, 인허가가 문제”

최근 문제가 된 필로티 구조도 원칙상으론 큰 문제가 없다. 필로티 구조는 1층을 기둥식 구조로, 2층 이상을 벽식 구조로 짓는 건물 형태다. 서로 다른 구조가 접하는 곳에서 상대적으로 외부 충격에 약한 부분이 있지만, 그만큼 구조 설계에 유의하면 다른 구조와 안전성에선 큰 차이가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업계 한 관계자는 “필로티 구조도 원칙상 기둥식과 벽식이 이어지는 부분에 트랜스보(라멘 구조가 벽식 구조로 변환되는 부분에 적용되는 이음보)를 제대로 얹는다면 하중이나 충격을 견디는 데 큰 문제가 없다”며 “포항에서 나온 지진 피해 사례는 원칙대로 짓지 않고, 감리와 인·허가가 적절히 이뤄지지 않아 발생한 문제”라고 말했다.

지난 15일 경북 포항 북구에서 발생한 지진으로 포항의 한 다세대주택 외벽이 무너졌다. /연합뉴스 제공

실제 아파트도 필로티 구조가 적용되는 경우가 있다. 지하주차장이 있는 아파트가 그런 사례다. 지하 주차장은 기둥식, 아파트 본 건물은 벽식으로 각각 지어져 이어지는 만큼 필로티 구조라고 볼 수 있다. 설계사무소 하이브릭스이앤씨 김건영 대표는 “지하주차장이 있는 아파트도 필로티 구조로 볼 수 있는데, 아파트 지하주차장은 기둥과 보가 넓은 면적에 적절히 들어서 원룸 건물이나 빌라보다 훨씬 안정적”라며 “아파트의 경우 규모 6.0~6.5를 버틸 수 있도록 꼼꼼하게 설계·감리가 이뤄져 상대적으로 안전하다고 할 수 있지만, 다세대 주택 등은 그렇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처럼 특정 구조보다는 다세대 주택과 원룸, 단독주택 등이 지진에 취약하다고 지적했다. 실제 국토부에 따르면 전체 건축물 709만 동 가운데 내진 설계가 적용된 건물은 7.9%인 56만동에 그쳤다. 공동주택(46.6%)과 의료시설(43.3%) 등의 내진 설계 비율은 상대적으로 높았지만, 내진 능력를 갖춘 단독주택은 4.4%에 그쳤다.

규모가 작은 건축물에는 최근 들어서야 내진 설계가 적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내진 설계 기준은 지난 1988년부터 적용됐는데, 6층 이상이거나 연면적 10만㎡이상인 건축물만 해당됐다. 지난해 경주 지진 후에는 적용 범위가 확대돼, 올해 2월부터는 2층 이상이거나 연면적 500㎡인 건축물은 반드시 내진 설계를 적용해야 했다. 다음달부터는 2층 이상이거나 연면적 200㎡ 이상인 건축물과 모든 신규 주택으로 내진 설계 범위가 또 넓어진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지진 피해는 적절치 않은 설계와 부실시공, 꼼꼼하게 이뤄지지 않은 감리와 인허가 등 민관에 걸친 총체적인 문제”라며 “지진이 일어나지 않더라도 평소 건축물의 유지·관리와 안전 검사를 철저하게 해 피해 재발을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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