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 거래 절벽인데 잇따라 최고가 경신..'왜?'

국종환 기자 입력 2017. 11. 23.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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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강북, 재건축·일반 단지 잇따라 최고가 경신
'재건축 거래제한', '다주택자 버티기' 등으로 매물 품귀
© News1 이은주 디자이너

(서울=뉴스1) 국종환 기자 = 서울 아파트 시장의 움직임이 이상하다. 8·2 부동산 대책 이후 거래는 급감했는데 집값은 여전히 강세다. 일반적으로 거래량은 가격의 선행지표로 통하지만 현재 이 공식이 깨졌다.

오히려 주요단지의 경우 잇따라 최고가를 경신하면서 호가는 천정부지로 뛰어오르고 있다.

23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21일 현재 서울 아파트 거래량(신고일 기준)은 총 3837건을 기록했다. 하루평균 약 182.7건이 거래된 것이다. 이는 지난해 11월(363.8건)의 절반이며 2012년 11월(158.2건)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가을 이사철 성수기인 10월에도 총거래량이 전년 3분의 1 수준인 3817건에 머무는 등 8·2 대책 이후 거래절벽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하지만 서울 아파트값은 연일 상승세다. 강남과 강북, 재건축과 일반 단지 모두 잇따라 최고가를 경신하면서 호가는 계속 오르고 있다.

송파구 대표 재건축 단지인 잠실주공5단지 전용면적 82㎡(구 36평형)의 경우 이달 초 17억4000만원에 실거래 된 뒤 호가가 18억3000만원까지 뛰었다. 8·2 대책 전 고점은 17억원이었다. 강남구 은마아파트 전용 84㎡도 대책 전보다 3000만원 비싼 16억원에 최고가 거래된 뒤 호가가 16억5000만원까지 올랐다.

강남권 일반 단지인 잠실 엘스(송파구)도 전용 59㎡가 대책 전 최고가(11억5000만원)보다 5000만원 비싼 12억원에 이달 중순 실거래 된 뒤 호가가 12억5000만원으로 올랐다. 서초구 아크로리버파크 전용 112㎡는 29억7000만원에 이달 거래된 뒤 호가가 31억원까지 올랐다.

강북권 아파트 일부 단지도 최고가를 갈아치우면서 호가 상승이 이어지고 있다.

마포구 마포래미안푸르지오 전용 114㎡의 경우 12억원에 팔린 뒤 그 이상으로 올랐고 연초 강북권 처음으로 10억원대에 진입한 종로구 경희궁자이 전용 84㎡는 현재 12억원대에 시세가 형성됐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8·2 대책 이후 최근(17일)까지 서울 아파트 매매가는 2.09% 올랐다. 25개 자치구 중 가격이 떨어진 곳은 한 곳도 없다. 한강 이남 11개 지역이 2.24% 올랐고 한강 이북 14개 지역도 1.8% 올랐다.

서울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 전경.© News1

일반적으로 부동산 거래량은 가격의 선행지표로 읽힌다. 거래가 늘면 가격이 오르고 거래가 줄면 가격이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하지만 현재의 거래 감소는 성격이 다르다는 분석이다. 수요가 줄어 거래가 위축된 것이 아니라 수요는 여전한데 '재건축 거래제한', '다주택자 버티기' 등으로 공급이 줄어 매물이 희귀해졌고 그로 인해 집값이 오른다는 얘기다.

8·2 대책으로 재건축 조합원 지위 양도가 제한돼 반포주공1단지, 개포주공1단지 등 주요단지 거래가 막혔다. 예외조항이 적용된 잠실주공5단지와 은마아파트 등 일부 단지만 거래가 가능하다. 두 단지의 경우 최근 재건축 호재까지 맞물리면서 집값이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또 정부의 예상과 달리 다주택자들이 버티기에 들어가면서 거래 가능한 매물 자체가 많지 않다는 분석이다. 보유세 인상의 카드가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굳이 서둘러 집을 싸게 내놓을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특히 8·2 대책 이후에도 서울 아파트값 상승이 지속되면서 '안전자산'이라는 확신이 굳건해졌다.

전반적으로 서울의 경우 수요에 비해 공급이 적기 때문에 8·2 대책이 힘을 쓰지 못할 것이라는 인식도 반영됐다. 과거 노무현 정부 때에도 집값을 잡겠다며 고강도 규제를 걸었지만 임기 동안 서울 집값은 50% 이상 급등했다.

전문가들은 이달 말 발표 예정인 '주거복지 로드맵'의 내용에 따라 분위기가 달라질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임대사업자 등록에 대한 인센티브가 기대에 못미치면 일차적으로 다주택자 매물이 쏟아져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연말 부터 본격화되는 금리인상 폭에 따라 자금력이 부족한 집주인들의 매물을 내놓을 가능성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시중금리 인상, 주거복지로드맵 등 집값에 영향을 미칠 악재들이 아직 남아있어 시장 전망을 예단하기 어렵다"며 "과열이 지속되면 정부가 보유세 인상 카드를 내놓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예의주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jhku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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