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진단]"김해신공항 결론났는데, 가덕도신공항 또 꺼내나"

황선윤 입력 2017. 12. 11. 00:02 수정 2017. 12. 11.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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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지방선거 앞두고 일부 부산-경남 정치인들 '포퓰리즘' 행태
부산·경남 일부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가덕도 신공항 재추진" 제기
서병수 시장 "지난 10여년간 시달렸던 지역갈등 왜 부추기나" 반발
교수·시민단체 "신공항 소음 등 문제해결이 합리적,정치쟁점 안돼"
정부도 예비 타당성 조사 거쳐 기본계획 수립,환경영향평가 용역 중
문재인 대통령(왼쪽 앞줄 둘째)이 지난해 6월 9일 동남권 신공항 후보지 중 하나인 부산 가덕도를 방문한 모습. 문 대통령은 대선 기간인 지난 4월 부산 비전 발표 때 김해신공항을 24시간 운영 가능한 신공항으로 건설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송봉근 기자
“부산신항 인근 가덕도에 24시간 뜨는 신공항을 만들어야 영남권이 새롭게 도약할 수 있다.” 더불어민주당 박재호(부산 남구을) 국회의원이 10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가덕도 신공항 재추진을 주장하며 한 말이다.

그는 “5조~6조원 들여 김해 신공항을 만들어도 24시간 비행기가 뜨지 않고 김해지역 소음 문제로 계속 돈이 들어가면 손해다. 화물을 수송할 수 있는 대형 비행기가 뜨지 않는 공항은 돈이 안 된다”고 덧붙였다. 그는 “당론도 아니고 정쟁하자고 하는 얘기가 아니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부산·경남지역 국회의원을 중심으로 한 정치권에서 김해 신공항 대신 가덕도 신공항을 건설하자는 목소리가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엄청난 사회적 비용을 들여 김해공항 확장으로 결론 났고, 국책사업으로 추진 중인데도 선거를 앞두고 정권이 바뀌었다고 가덕도 신공항 얘기를 꺼내느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김해 신공항 건설계획도. [제공 부산시]
정치권 주장의 핵심은 김해 신공항을 건설하더라도 소음문제 때문에 오후 11시부터 오전 6시까지 7시간 동안 비행기가 뜨고 내리지 못해 제2 관문공항으로서 제역할을 할 수 없다는 것이다.

박재호 의원은 “24시간 운영이 불가능하면 관문공항으로 볼 수 없다. 육로 물류와 항만 물류가 있는 해안가(가덕도)로 가는 것이 타당하다. 지금 아니면 논의 기회도 없다”고 주장했다.

더불어민주당 전재수(부산 북·강서구갑) 의원도 “24시간 운영되는 관문공항의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가덕 신공항이 정답”이라는 입장이다.

같은 당 김경수(김해를) 의원은 10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김해 신공항 선정과정에서 소음 대책 없이 입지만 정했다. 10만명으로 예상되는 김해 신공항의 소음피해에 대한 대책을 세워달라는 거다. 소음대책이 불가능하면 김해 신공항의 입지를 재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김 의원은 지난 9월에도 “김해 신공항의 소음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면 (가덕신공항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힌 바 있다.
김해 신공항 건설 계획도.[제공 부산시]
여당 국회의원들이 개인적 의견이긴 하지만 이 같은 주장을 제기하면서 가덕신공항 재추진 문제는 내년 지방선거의 최대 이슈로 떠오를 전망이다. 정치권이 이 문제를 다시 선거 쟁점으로 삼을 경우 지역 갈등은 다시 비화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문제는 김해 신공항이 건설될 경우 소음문제가 더 심각해지는 건 기정사실이란 점이다. 김해지역 시민단체와 주민들로 구성된 김해 신공항건설반대대책위원회 등이 수시로 집회 등을 열면서 김해 신공항 건설에 반대하는 이유다.

대책위는 “지금도 소음이 심한데 신공항 건설로 활주로 1본이 추가되면 항공기 운항편 수가 늘어나 밤낮으로 더 심한 소음에 시달린다”며 대책을 호소하고 있다. 자유한국당 김해 갑·을 당협위원장 등 김해지역 야당 정치권도 김해 신공항 백지화를 주장하며 여당 소속인 허성곤 김해시장과 민홍철(김해갑)·김경수(김해을) 국회의원 등을 압박하고 있다.

서병수 부산시장이 지난해 6월 27일 부산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역 간 갈등을 해소하고 국민화합을 위해 정부의 김해신공항 건설계획을 수용하겠다"고 밝힌 뒤 회견장을 나서고 있다. 송봉근 기자
하지만 가덕도 신공항 재추진 주장에 부산시의 입장은 단호하다. 서병수 부산시장은 지난달 16일 “일부 지역 정치권에서 정치적 목적을 위해 김해 신공항 건설을 흔들어대는 개탄스러운 일이 벌어지고 있다”며 “김해 신공항 흔들기를 당장 중단하라”고 촉구한 바 있다.

서 시장은 또 지난 6일 페이스북에 “지난 10여년간 시달렸던 지역갈등을 왜 또 부추기는 겁니까. 5개 시·도 지사가 합의한 신공항 입지 결정의 공론화 과정을 당신들이 무슨 자격으로 뒤집겠다 말하는 겁니까”라고 성토했다. 서 시장은 이어 “이런 발상은 대체 청와대에서 나온 겁니까, 민주당에서 나온 겁니까”라고 되묻고 “정녕 김해 신공항이 아니라고 한다면 당장에라도 가덕신공항 건설을 약속하고 구체적인 로드맵을 내놓으라”고 촉구했다.

서 시장은 지난해 6월 발표된 정부의 김해 신공항 건설 계획을 수용하면서 “김해 신공항을 24시간 소음 없는 안전한 영남권 관문공항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정부에 끊임없이 촉구해왔다. 또 지난 9월에는 김해지역 이주대책 수립·시행과 소음대책 지역 확대 등을 위해 ‘공항소음방지법’ 개정을 건의하기도 했다.
김해 신공항 건설 계획도
부산지역 시민단체 등으로 구성된 신공항추진 범시민운동본부도 반발하고 있다. 범시민운동본부는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 기간인 지난 4월 11일 부산 비전 발표 때 “영남권 관문공항은 인천공항의 재난 상황에 대응하는 대체공항, 영남권의 관문공항 역할을 수행하고 24시간 운영 가능한 신공항과 공항복합도시를 건설하겠다는 약속을 분명히 했다”며 차질 없는 김해 신공항 건설을 요구하고 있다.

일부 정치권의 주장에 비판이 일고 있다. 강경태 신라대 국제학부 교수는 “20년간 많은 논쟁 끝에 김해 신공항 건설이 국책사업으로 확정됐다. 다소 문제가 있어 만족하지 못하더라도 주민을 설득·보상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방향으로 김해공항을 국제공항으로 키우는 것이 합리적이다. 재추진 때는 더 큰 혼란에 휩싸인다”고 말했다.

박인호 신공항 추진 범시민 운동 봉부 상임대표는 “원래 부산시민이 요구한 공항이 아니지만, 정부가 김해 신공항 건설을 결정하고 예산까지 확보해 행정절차를 밟고 있는 마당에 인제 와서 선거 쟁점으로 해서는 안 된다”며 “문재인 대통령의 약속대로 김해 신공항을 관문공항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상임대표는 “가덕신공항을 재추진하면 5개 시·도가 다시 합의해야 하고 신공항 건설이 늦어지는 것은 물로 지역 간 갈등이 다시 심해질 수 있다”고 문제점을 지적했다.

많은 승객들로 붐비는 현 김해 공항.송봉근 기자
또 지난해 6월 영남권 신공항 입지로 김해 신공항 건설이 추진된 뒤 행정절차가 상당 부분 진행되면서 가덕도 신공항 재추진의 실행 가능성은 작다는 지적이다. 김현미 국토부 장관도 지난 10월 12일 열린 국정감사에서 “김해 신공항 건설을 흔들림 없이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김해 신공항은 이이 지난 4월 정부의 예비 타당성 조사를 통과했고, 지난 8월 김해 신공항 건설 및 운영계획을 마련하기 위한 기본계획수립 용역이 착수됐다. 기본계획 수립 용역은 2018년 8월 완료된다. 국토부는 이 용역을 통해 김해 신공항 개발 예정지역의 범위와 공항시설 규모·배치, 접근 교통시설, 운영계획, 재원조달방안 같은 공항시설과 운영계획을 확정한다.

국토부는 또 지난 6월 착수한 김해 신공항 건설 소음영향 분석 등 전략환경영향평가 용역을 통해 신공항 예정 주변 지역의 항공기 소음영향 등을 면밀히 분석해 대책을 기본계획을 반영한다.

국토부는 기본계획이 마련되면 기획재정부, 환경부, 지방자치단체 등 관련 기관과 협의를 거쳐 2018년 하반기에 기본계획을 고시하고 2019년부터 기본·실시설계를 추진할 계획이다.

2026년 개항이 목표인 김해 신공항은 연간 3800만명의 항공수요처리를 목표로 3200m 길이의 활주로와 국제여객터미널, 접근 교통시설 등 건설에 총 5조9576억원이 투입되는 사업이다.

부산=황선윤 기자 suyohw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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