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워크레인 전국 6000개.. 오늘도 '위험'을 쌓고 있다

용인/조철오 기자 2017. 12. 11. 0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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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서 붕괴사고 3명 사망 4명 부상.. 올해만 5번째 인명사고]
크레인 키 높이는 작업 중 참변.. 근로자 7명 75m 높이서 떨어져
목격자 "가로대 이동장치 움직여.. 크레인 중심 잃고 부러져"
대통령 지시로 대책 냈지만.. 시설 노후, 현장 안전불감증 여전

경기 용인시 물류창고 신축공사장에 있는 타워크레인이 지난 9일 무너지면서 근로자 3명이 숨지고 4명이 다쳤다. 올 들어 다섯 번째 발생한 타워크레인 인명사고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0월 16일 청와대 참모들과 회의에서 '타워크레인 중대 재해 예방대책'을 논의했다. 한 달 후 정부 합동 안전대책까지 나왔다. 그러나 현장에서 안전 불감증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았다.

◇75m 높이에서 근로자 7명 추락

지난 9일 오후 1시 11분쯤 경기 용인시 기흥구 농수산물 종합유통센터 신축 공사현장에서 건물 34층 높이(85m)의 타워크레인 중간지점(64m)이 부러졌다. 지상 75m 높이에서 타워크레인을 높이는 작업을 하던 인부 7명이 추락했다. 김모(55)씨 등 3명이 숨지고, 최모(43)씨 등 4명이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 중이다. 부상자 1명은 중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10일 오후 경기도 용인시 기흥구의 한 물류센터 공사 현장에서 전날 사고로 엿가락처럼 휘어진 타워크레인이 바닥에 넘어져 있다. 가로대 부분이 부러져 나가 기둥만 덩그러니 서 있다. 사고로 3명이 숨지고 4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오종찬 기자

인부들은 당시 크레인을 높이는 작업을 하던 중이었다. 공사 중인 건물이 올라갈수록 타워크레인을 높인다. 보통 높이 5~6m쯤 되는 철 구조물(일명 마스트)을 한 단씩 블록처럼 쌓아 올리는 방식이다. 이번엔 총 14단을 쌓았다. 마지막 작업을 하던 중 11단과 12단을 잇는 높이 64m 부근이 부러졌다.〈그래픽 참조〉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고용노동부, 안전보건공단 등과 함께 사고 원인을 조사 중이다. 한 목격자는 경찰에 "가로대에 달려 있는 트롤리(갈고리 이동 장치)가 움직이면서 크레인이 중심을 잃은 것 같다"는 진술을 했다. 다른 타워크레인 전문가는 "철 구조물을 기둥과 결합할 때, 나사가 구멍에 쉽게 들어가도록 가로대를 조금 흔드는 경우가 있다. 그때 크레인이 중심을 잃은 듯하다"고 했다.

◇정부 특단 조치에도 또 사고

타워크레인 사고는 끊이지 않았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이번까지 타워크레인 붕괴 사고로 올해 16명이 숨지고 33명이 부상했다. 공사장 인부 안전 문제가 사회 이슈가 되자, 지난달 16일에는 국토교통부와 고용노동부가 함께 설비 안전성 강화, 안전관리 책임 강화 등을 담은 대책을 발표했다. 정부가 직접 공사장 현장에서 타워크레인을 확인하고, 설치·해체 작업자와 조종사의 안전 교육을 강화하겠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현재 6000개가 넘은 전국의 타워크레인을 정부가 모두 점검하는 것은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토부 관계자는 "현재 국토부 직원 2명이 6개 외부기관과 함께 조사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상당수 공사현장에선 타워크레인에 대한 조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사고 현장 인근의 다른 공사현장 관계자는 "지난달 말 정부로부터 타워크레인에 대한 간단한 설문형식의 문서만 받았을 뿐 구체적 현장 점검은 이뤄지지 않았다"며 "대책안 발표 전과 후가 별반 달라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정부 관계자는 "대책 발표 이후 순차적으로 타워크레인 조사를 벌이고 있으며 내년 4월까지 모두 현장 점검을 할 계획이다"고 했다.

◇근로자 안전 불감증에 노후화까지

타워크레인 사고는 주로 키를 높이기 위해 단(段)을 쌓는 과정에서 발생했다. 이때 연결장치를 고정하는 부품 등이 부러지면서 타워크레인이 붕괴하는 경우가 많다. 타워크레인 사고가 반복되는 것은 근로자들의 안전 불감증과 20년 이상 낡아 부품 등이 노후화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5월 남양주 타워크레인 사고는 높이를 조정하는 과정에서 기둥과 유압장치를 고정하는 부품이 부러졌다. 국내 한 공업사에서 이 부품을 제작했고, 규격이 맞지 않아 일부 깎아내는 작업을 한 것으로 조사했다.

타워크레인의 노후화도 심각하다. 국토부에 따르면, 현재 국내에 운용 중인 타워크레인은 총 6074대. 이 가운데 20년 이상이 20.9%나 된다. 수입된 타워크레인 중에서는 생산 연도를 속이는 경우도 있다. 한 타워크레인 업체 관계자는 "중국 등에서 수입된 타워크레인은 정확한 생산 일자를 확인하기 어렵다"고 했다.

이번에 사고가 난 타워크레인은 2012년 프랑스에서 생산돼 작년 수입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사고 공사현장 관계자는 "실제로는 중국에서 만든 것이라는 이야기가 있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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