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금리 현미경 분석]① 신용등급 같아도 은행 간 대출금리 최대 연 4.7%포인트 차이

조귀동 기자 2017. 12. 12.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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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개 시중은행 10월 신용등급별 평균 대출금리 분석마이너스통장 금리, 신한·우리·카카오 유리 시티·광주·BNK경남 불리주택담보대출은 SC·SH수협·시티가 저렴…BNK경남·광주·NH농협 고금리

한 시중은행 대출창구에서 고객들이 대출 상담을 받고 있다. /조선일보DB

시중 은행들의 가계 대출 금리가 은행별로 차이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신용등급이 같아도 한도대출(마이너스 대출)은 최대 연 4.7%포인트, 일반신용대출은 최대 연 2.6%포인트, 주택담보대출(분할상환방식)은 최대 연 1.1%포인트만큼 격차가 벌어져 있었다.

만기 등 대출 조건, 기존 대출 유무 등 대출자의 ‘차주(借主) 특성’을 더 고려해야 하긴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 정도 격차면 은행의 대출 태도에 따라 금리 수준이 현격하게 차이가 난다고 볼 수 밖에 없다고 설명한다. 금융 소비자 입장에서 주거래 은행 한 곳에서 대출을 받기보다, 여러 은행의 대출 조건을 비교하고 따져볼 수 밖에 없단 얘기이기도 하다.

◆ 신용등급 1등급 내려가면 신용대출 금리 1.1~1.4%P 뛰어

12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국민의당 김성식 의원이 한국은행으로부터 제출받은 국내 시중은행들의 대출금리 운용실태 자료(지난 10월 기준)를 조선비즈가 분석한 결과, 마이너스 통장 거래인 한도신용대출과 일반신용대출의 경우 신용등급이 1단계 내려갈 때마다 금리가 각각 연 1.08%포인트, 연 1.38%포인트씩 오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택담보대출의 경우 신용등급 1등급 하락 시 금리 상승폭은 0.15%포인트였다. 자산가치가 확실하게 존재하는 주택담보대출은 차주 신용에 영향을 받지 않는 반면, 일반대출은 신용도에 따라 대출 조건이 크게 차이가 나는 셈이다. .

대출금리의 기준점이 되는 상수 값은 한도신용대출 0.90%포인트, 일반신용대출 1.63%포인트, 주택담보대출 2.95%였다. 마이너스 대출과 일반신용대출의 신용등급당 금리상승 폭이 비슷하다는 것을 감안하면, 평균적으로 금리 차이가 0.73%포인트 정도 난다는 의미다. 또 주택담보대출은 신용등급에 따른 금리 변화는 적은 만큼 기본 금리 수준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한은이 김성식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는 18개 시중 은행들의 10월 한 달간 마이너스대출, 일반신용대출, 주택담보대출 금리 산정 내역이 나와 있었다. 이 자료에는 개별 은행들이 자체적으로 책정한 대출자 신용등급 별로 기준금리와 가산금리가 구분 정리됐고, 외부 신용평가기간이 평가한 자체 신용등급 내 대출자들의 평균 신용등급이 어떤 지가 담겨져 있다. 은행들의 개별 신용등급은 5개 구간으로 나누어졌다.

이 자료를 활용해 각 대출 상품별로 신용평가사 신용등급과 각각의 은행 특성이 대출 금리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 지 다중회귀분석을 실시했다. 이를 토대로 신용등급이 1등급 변화할 때 평균적인 대출금리 변화폭과, 각 은행이 어느 정도 대출금리를 높게 또는 낮게 책정하는 지를 보이는 ‘대출태도 지수’를 각각 추정했다. 대출태도지수는 같은 조건일 때 은행별로 어느 정도 금리를 가감하는 지를 보여주는 일종의 금리 가산 성향이라 할 수 있다. 분석 방법으로는 다중회귀기법(multiple linear regression)을 사용했으며,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가 분석 방법 개발 및 결과 검증 과정에 참여했다.

하 교수는 “각 시중은행들이 신용등급에 기초한 금리 체계를 정해놓은 상태에서 대출에 대한 각 은행들의 태도(적극성)가 전체적인 대출금리 결정에 영향을 미친다고 가정했다”면서 “대출을 받은 사람의 개인적인 특성인 신용 등급과 그 사람이 어느 은행에서 대출을 받았는지가 어떻게 영향을 미쳤는 지 분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만기, 금액 등 차주들의 대출 조건들을 은행별로 모았을 때 비슷한 분포를 보인다는 전제를 깔고 있다”고 덧붙였다.

◆ 신용등급 좋아도 조건 나쁜 은행가면 ‘바가지’

문제는 대출태도지수였다. 비주택담보대출의 경우 차주의 신용등급이 같더라도 은행간 금리차이가 최대 4%포인트 이상 큰 것으로 나타났다. 한도대출의 경우 은행별 대출태도지수는 신한은행이 -1.14%포인트, 우리은행이 -0.32%포인트, 카카오뱅크가 0.39%포인트 순으로 낮았다. 대출태도지수는 차주의 신용등급이 같다면 그만큼 금리를 낮추거나 높여서 대출해준다는 의미다. 낮을수록 금리를 낮게 책정하고, 거꾸로 높을 수록 금리를 높게 매긴다. 이들 은행들에서 마이너스통장을 개설하는 게 고객 입장에서는 유리하다는 얘기다.

한도대출에서 대출태도지수가 높은 은행은 시티은행(3.54%포인트), 광주은행(2.39%포인트), BNK경남은행(2.37%포인트), 스탠다드차타드은행(2.17%포인트), NH농협(2.17%)포인트 순이었다. 가령 신용등급이 3등급인 사람이 마이너스 통장을 개설할 경우 우리은행에서는 평균 연 2.98% 정도 금리를 낼 것, 시티은행에서는 연 7.67% 금리를 부담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것이다. 이는 신용등급이 낮은 차주에 대해 가산금리를 감안하지 않기 때문에 실제 금리와는 차이가 있다. 하지만 은행간 금리차는 전체 평균 금리는 연 2.13%포인트, 은행 자체신용등급 내에서는 최대 연 8.10%에(신용등급 5~6등급) 달한다. 하 교수는 “은행 간 고유 요인에 대한 대출금리 격차가 높은 것을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일반신용대출에서 대출태도지수가 낮은, 즉 금융소비자에게 유리한 은행은 신한은행(-2.29%포인트), BNK부산은행(-2.06%포인트), KB국민은행(-1.98%포인트) 순이었다. 대출태도지수가 높은 은행은 케이뱅크(0.29%포인트), 광주은행(0.27%포인트), SH수협(0.04%포인트) 순이었다. 은행간 격차는 최대 2.58%포인트였다. 한도대출만큼 금리 격차가 크지는 않다는 의미다.

주택담보대출에서 대출태도지수가 낮은 은행은 스탠다드차타드(-0.40%포인트), SH수협(-0.38%포인트), 시티(-0.35%포인트) 순이었다. 대출태도지수가 높은 은행은 BNK경남은행(0.72%포인트), 광주은행(0.34%포인트), NH농협(0.18%포인트) 등이었다. 은행간 격차는 최대 1.11%포인트만큼 났다.

신용대출과 주택담보대출에 대한 은행의 대출 태도를 비교하면, 외국계 은행들이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낮게 책정하면서 신용대출엔 높은 금리를 매기는 경향이 관찰됐다. 가령 스탠다드차타드은행의 대출태도지수는 한도대출은 연 2.17%포인트, 일반신용대출은 연 0.03%포인트 등으로 금리를 상대적으로 높게 해서 빌려주었다. 하지만 주택담보대출에 대한 대출태도지수는 -0.40%포인트로 가장 차주에게 유리했다.

또 전반적으로 지방은행들이 대출금리를 높게 책정하는 경향이 보였다. BNK경남은행과 광주은행은 대출 유형을 가리지 않고 다른 은행에 비해 고금리를 책정하는 은행이었다.

◆ “대출금리 낮다고 대출 문턱 낮은 것은 아니야”

분석 결과, 한도대출과 일반신용대출의 경우 신한, 우리, KEB하나, KB국민 등 대형 시중은행들이 지방은행과 외국계 은행보다 대출자에게 유리한 금리체계인 것으로 나타났다. 시중은행들이 지방, 외국계 은행보다 같은 신용등급일 경우 더 낮은 금리체계를 갖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같은 금리체계를 대출 문턱과 동일시해서는 안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대형 시중은행들의 대출자들이 지방·외국계 은행 대출자보다 신용등급이 우량하다는 게 업계 정설이다. 대형 시중은행들이 대출자들에게 낮은 금리를 적용할 수 있는 이유는 신용등급이 우량한 대출신청자들을 선별해서 대출을 승인해주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대형 시중은행에서 대출을 받지 못한 사람들이 지방, 외국계 은행에 대출을 신청하고, 여기에서도 대출을 받지 못하면 2금융권으로 향한다.

A은행 여신 담당자는 “일반적으로 대형 시중은행에서 신용대출을 받거나 마이너스 통장을 개설하기 위해서는 신용등급이 최소한 4등급 이내여야 한다”면서 “대형 시중은행들은 신용위험이 낮은 고객들을 상대로 대출할 수 있기 때문에 낮은 금리를 책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지방은행과 외국계은행이 상대적으로 고금리인 것은 그만큼 저신용 고객들에게 대출을 많이 한다는 뜻”이라고 덧붙였다.

대형 시중은행은 장기 거래 고객들이 많고, 직장 연계 우대 대출 프로그램이 많다는 점도 따져봐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B 은행 여신 담당자는 “10년 이상 장기거래를 한 고객들이 많은 대형 시중은행들은 고객에 따른 각종 우대 혜택 서비스가 많고, 주거래 관계인 회사 직원들에게는 직장연계 대출을 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이런 경우는 대체로 대출금리를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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