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지진 한 달] ③ "사람 안 오는데 어떻게 물건 파나"..경제 휘청

입력 2017. 12. 1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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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게철 죽도시장 한산..관광상품 이용객↓, 지진피해 일부 기업 부분 가동만
경제 활성화 위한 각계 지원 잇따라, 과메기 판매 회복세.."모든 노력 쏟을 것"
관광객 발길 뚝…썰렁한 죽도시장 [연합뉴스 자료사진]

(포항=연합뉴스) 최수호 기자 = "사람이 안 오는데 어떻게 물건을 팔 수 있겠노…."

지난달 15일 발생한 규모 5.4 지진에 큰 타격을 받은 포항경제가 한 달이 다 되도록 제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지진이 나고 뚝 끊긴 관광객 발길과 움츠러든 소비심리가 좀처럼 예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하자 전통시장 상인, 관광업 종사자 등은 여전히 한숨만 쉬고 있다.

파손한 설비를 아직 복구하지 못해 공장 일부만 가동하는 곳도 있다.

12일 오전 경북 포항시 죽도시장 어시장. 맞은편 도로에 '힘내자 포항 이겨냅시다 지진피해'가 적힌 현수막이 걸려 있다.

시장 안으로 들어가니 대게 철을 맞아 상가 수족관에 박달대게가 수북이 담겨있다. 진열대마다 홍게, 방어, 과메기 등도 놓여 있다. 골목 곳곳에서는 상인이 얼음을 담은 플라스틱 상자를 끌며 분주히 오가고 있었다.

예전 같으면 대게철을 맞아 관광객 등으로 북적였지만 이날 1시간이 넘도록 물건을 사는 손님은 좀처럼 찾아볼 수 없었다.

진열대에 놓인 홍게를 정리하던 배지운(32)씨는 "지진이 난 뒤 평일 손님이 이전과 비교하면 절반 정도 줄었다"며 "대게철이면 오전부터 손님이 많았는데 지금은 아니다"고 걱정했다.

이어 "예전에는 주말에도 밤늦게까지 손님으로 넘쳐났는데 지금은 해가 지면 시장 안이 거의 텅 빈다"며 "다른 곳에서 포항을 돕기 위해 버스에 관광객을 태워 보내나 이전 수준을 회복하려면 시간이 걸릴 것 같다"고 말했다.

전복, 굴, 가리비 등을 파는 허성자(70·여)씨는 "지진 후 매출이 3분의 2 정도 줄었다"며 "주말이면 시장 인근 도로가 관광버스로 꽉 찼으나 요즘은 2∼3대 정도가 전부다"고 전했다.

또 "김장철인데 굴도 안 팔린다"며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지진이 또 나면 김치를 들고 피할 수 없지 않으냐'고 말하는 손님도 있다"고 했다.

13일 포항시에 따르면 현재 죽도시장 방문객은 지진이 일어나기 전보다 20∼30% 줄어든 상황이다.

이처럼 시장 분위기가 푹 가라앉은 탓에 "지진 이야기라면 그만했으면 좋겠다"며 신경질적인 모습을 보이는 상인도 더러 있다.

호미곶 등 주요 관광지를 방문하는 외지인 발길도 아직 뜸하다.

남구 호미곶 방문객은 지진 발생 전에는 주말이나 휴일 4천∼5천명을 기록했으나 지진이 나고는 1천500∼3천800명 수준에 머물고 있다.

포항크루즈 [포항크루즈 제공=연합뉴스 자료사진]

대표 관광상품으로 자리 잡은 포항크루즈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평소 때면 평일 하루 평균 500명, 주말·휴일 1천명이 포항운하를 운항하는 배를 이용했으나 재난 발생 후 평일 100명 미만, 주말·휴일 300명으로 뚝 떨어졌다.

요즘 포항운하관 외벽에 붙어있는 전광판으로 '12월 한 달 동안 포항크루즈 이용 요금을 20% 할인한다'는 자막이 나오고 있으나 주변은 썰렁하다.

김무원 포항크루즈 관리이사는 "포항이 재난구역으로 선포되자 여행객이 찾는 것을 꺼리는 것 같다"며 "날씨마저 추워져 치명적인 상황이다"고 밝혔다.

이밖에 연말을 맞아 특수를 기대한 주요 호텔 등 숙박업계도 예년과 비교하면 예약률이 20∼30%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또 일반 유통소매점 손님도 지진 전보다 30% 정도 감소했다고 한다.

철구조물, 자동차 부품 등을 생산하는 기업 일부도 아직 지진피해 여파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지진으로 건물·벽체 균열, 배관·유리창·내장재 파손 등이 발생한 기업은 163곳이다.

진앙과 가까운 북구 흥해읍 용한리 영일만항 배후 일반산업단지 등에 입주한 업체들이다. 이 가운데 상대적으로 피해가 심한 7곳은 부분 가동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자 포항경제를 살리려는 각계 노력이 잇따르고 있다.

포항경제 살리기에 앞장 [포항시 제공=연합뉴스 자료사진]

경북 10개 상공회의소는 포항경제 활성화 차원에서 포항 전통시장 장보기, 특산물 구매에 적극 참여하는데 뜻을 모았다.

경북도는 피해기업과 소상공인을 위해 경영안정자금과 특례보증을 지원하고 도와 산하기관 연말연시 행사를 포항에서 열기로 했다.

경북도관광공사와 경북도, 포항시는 오는 25일까지 'FUN 포항' 버스를 운행한다. 포항을 찾으려는 대구 등에 관광객을 위해 하루 한차례 오전 9시에 동대구역 환승센터 8번 출구에서 출발한다.

또 포항시는 포항사랑 상품권 300억원 어치를 추가로 발행해 10% 할인 판매한다.

포항문화관광협회, 숙박업 포항시지회, 영일대 해수욕장 상가번영회, 구룡포 과메기 협동조합, 포항크루즈 등 11개 단체는 "어려움을 닫고 하루빨리 안정을 되찾을 수 있도록 국민이 도와달라"고 호소하고 나섰다.

포항 과메기 구매하는 이낙연 총리 [연합뉴스 자료사진]

이런 노력에 힘입어 한때 심각한 타격을 받은 포항특산품 과메기는 최근 판매 회복세를 보인다. 다른 지자체 등에서 구매가 잇따라 예년보다 택배 주문물량이 20∼30% 늘었다고 한다.

포항시 관계자는 "각계에서 지원에 나선 결과 경제가 조금씩 회복 기미를 보인다"며 "하루빨리 예전 모습을 완전히 되찾을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쏟아붓겠다"고 밝혔다.

su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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