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선수촌 숙소 변기 일제히 물 내린 까닭
박린 입력 2017. 12. 16. 01:02 수정 2018. 1. 30. 15:49
설상 종목 선수촌 어제 준공식
가장 아름다웠다는 리우 선수촌
수압 약해 변기 자주 막혀 망신
소치도 쌍둥이 변기로 대회 먹칠
평창, 경기장만큼 숙소 관리에 만전
2016 리우 여름올림픽 선수촌은 1조7000억원의 건설비를 들였지만, 국제적 망신만 당했다. 수도에선 녹물이 나왔고, 변기는 수압이 약해 자주 막혔다. 급기야 호주 선수단은 문제점을 200가지나 지적하고 숙소를 호텔로 옮겼다. 며칠 후 보수공사가 끝난 뒤에야 돌아왔다.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은 “리우 선수촌이 역대 가장 아름답다”고 거들었다가 머쓱해졌다.
2014 소치 겨울올림픽 선수촌도 ‘망신 퍼레이드’였다. 칸막이 없이 변기 2개가 나란히 배치된 ‘쌍둥이’ 화장실이 발견됐다. 미국 봅슬레이 선수는 샤워실 문이 고장 나자 문을 부수고 탈출했다. 이 사실은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전 세계로 퍼져나갔다. 부실 선수촌은 브라질과 러시아의 이미지를 훼손했다.
내년 2월 9일 개막하는 평창 겨울올림픽 선수촌도 경기장만큼이나 중요하다. 전 세계 선수들이 가장 긴 시간을 보내는 곳은 경기장이 아닌 선수촌이다. 평창올림픽에는 역대 최다인 약 95개국 6500여 명의 선수단이 참가한다.
평창선수촌 준공식이 15일 열렸다. 2015년 7월 착공해 2년5개월 만에 완공했다. 민간자본 1800억원이 투입됐다. 4만1970㎡의 대지 위에 15층짜리 건물 8개동(총 600세대)이 들어갔다. 수용인원은 3894명이다.
민간자본 2146억원이 들어간 강릉선수촌은 지난 9월 임시 사용승인이 났다. 22~25층짜리 건물 9개동(총 922세대)이며, 2092명을 수용한다. 김만기 선수촌 국장은 “만약에 대비해 각 동마다 변기 물을 동시에 내리는 테스트까지 마쳤다”고 말했다.
평창선수촌은 7~8인용 85㎡ 타입과 75㎡ 타입, 6인용 65㎡ 타입 등 3가지다. 평수로는 24, 30, 35평형이다. 방마다 침대 2개가 배치되며, 장신 선수에겐 보조침대도 제공한다. 평창선수촌 이불은 빨간색, 강릉은 파란색, 패럴림픽은 민트색이다.
리우 올림픽 당시 선수촌에서 가장 멀었던 양궁장까지 거리는 35㎞였다. 평창선수촌의 경우 알펜시아까지는 차로 5분 거리, 정선 알파인 경기장과 휘닉스 스노 경기장과는 차로 20분 거리다. 각국 선수단의 입촌식은 내년 2월 1일부터 열린다.
리우 올림픽 당시 선수촌에는 콘돔자판기가 설치됐고 45만 개의 콘돔이 배포됐다. 1988 서울 올림픽(8500개) 때의 50배다. 평창조직위 관계자는 “우리는 아직 (콘돔) 개수를 확정하지 않았지만, 충분한 양이 제공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가장 아름다웠다는 리우 선수촌
수압 약해 변기 자주 막혀 망신
소치도 쌍둥이 변기로 대회 먹칠
평창, 경기장만큼 숙소 관리에 만전
평창올림픽 선수촌은 두 곳이다. 설상 종목이 열리는 마운틴 클러스터의 평창선수촌과 빙상 종목이 열리는 코스탈 클러스터의 강릉선수촌이다.
난방시스템은 바닥에서 열기가 올라오는 온돌식이다. 여서현 평창선수촌 총괄매니저는 “선수들이 온돌 문화를 체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관계가 좋지 않은 국가는 서로 분리 배치했다. 이밖에 국가 차원 도핑스캔들 탓에 개인 자격으로 출전하는 러시아 선수들은 함께 머물도록 배려했다.
식당은 한식과 양식이 기본이고, 무슬림을 위한 할랄음식, 유대인을 위한 코셔밀 등도 제공한다. 단 개별적으로 음식을 조리해 먹을 수는 없다. 냉장고는 유료로 제공된다. 공항에 가지 않고도 선수촌 안에서 출국 수속을 할 수 있다.
내년 3월 패럴림픽에 출전하는 휠체어 선수들의 이동 불편을 없애기 위해 문턱을 모두 없앤다. 패럴림픽 기간에는 화재 시 비상탈출을 고려해 9층까지만 운영한다.
올림픽이 이후 선수촌은 일반 아파트로 사용된다. 분양도 이미 마쳤다. 민자를 유치해 건립 비용 4000억원을 줄였다. 조직위는 임대료와 이자보존금만 지불한다.
평창=박린 기자 rpark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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