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밭이 빌딩숲 신도시 된 원주혁신도시, 저녁이면 '유령도시'
인구 3907명에서 9월 현재 7950가구 2만1198명
이주율 52.3%, 가족동반 24.7%, 미혼·독신 27.6%
혁신도시 상가 공실률 40~50%, 미분양 아파트도
왕복 4차로 도로변에는 대부분 새로 지어진 고층건물과 아파트가 즐비해 도시는 전체적으로 깔끔하게 정돈된 모습이었다.
도시 안쪽으로 들어가자 27층 높이의 건강보험심사평가원과 국민건강보험 등 공공기관이 줄지어 서 있었다. 그 사이로 대형 쇼핑몰에 각종 상점이 들어서 있었다.
공공기관 입주로 아파트 시세는 상당히 올랐다. 2014년에 입주가 시작된 1110세대 규모 아파트 경우 분양가 3.3㎡당 606만원이었지만 현재 818만원까지 오른 상황이다. 33평형 아파트의 경우 분양가가 2억원이었는데 현재 2억7000만원에 거래되고 있다. 일부 브랜드 아파트의 경우 분양가보다 1억원 넘게 오른 곳도 있다.
교육 여건도 잘 갖춰진 상태다. 유치원 5곳을 비롯해 초등학교 2곳, 중·고등학교가 각각 1곳씩 있다. 의료시설 역시 병·의원 9곳을 비롯해 약국도 5곳이나 있다.
하지만 원주혁신도시가 장밋빛만 있는 건 아니다. 서울 수도권에서 출퇴근하거나 가족과 떨어져 주 중에만 혁신도시에 머무는 이들이 많아서다.
지난 3월 기준 공공기관 직원 이주율은 52.3%다. 가족 동반은 24.7%, 미혼·독신은 27.6%인 것으로 나타났다. 상당수의 직원이 매일 서울 수도권으로 출퇴근하는 셈이다.
식당을 운영하는 박은정(66·여)씨는 “주말은 물론 평일에도 어두워지면 사람을 찾아보기 어렵다”며 “사람이 없다 보니 장사가 잘되지 않아 최근에 직원 한 명을 줄였지만, 적자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손님이 없어 문을 닫은 상점도 많다”고 말했다.
지난 4일 상가 밀집 지역을 둘러 본 결과 상가건물마다 ‘임대’, ‘매매’라고 적힌 플래카드를 건 상점이 2~3개씩은 됐다.
조명호 강원연구원 연구위원은 “원주와 수도권을 연결하는 교통망이 좋아진 만큼 이전한 공공기관 외에 산업기반이 같이 들어가야 한다”며 “혁신도시 내에 지역민들이 이용할 수 있는 다양한 문화시설과 교육 여건을 확충하면 ‘유령도시’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원주=박진호 기자 park.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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