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 플랜 카드' 검토한다지만.. 집값 잡기는 요원

박세환 기자 2018. 1. 17. 0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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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서울 강남지역의 한 부동산 중개사무소에 아파트 매매가를 알리는 광고가 붙어 있다. 새해 들어 서울 25개 자치구 아파트값은 모두 사상 최고가를 기록했다. 최현규 기자

약발 안 먹히는 부동산 정책… 대책은 없나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
평당 2173만원 ‘최고치’
노원 등 강북지역도 껑충
강남·강북 양극화 심화
경남 등 지방은 하락세

“수요 억제 정책은 한계
지역별 맞춤 정책 필요”

청와대가 부동산 대책과 관련해 강남 맞춤형 ‘긴급 진화 전략’ 대신 분석을 통한 ‘긴 호흡 카드’를 검토한다지만 여전히 집값 잡기는 요원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규제 폭탄 이후 집값 대란이 벌어진 노무현정부의 재현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는 가운데 강남과 강북, 서울과 지방 간 양극화뿐 아니라 무주택 서민들의 부동산 소외감도 심화되는 추세다.

16일 부동산114에 따르면 지난 12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가는 3.3㎡당 평균 2173만원을 기록했다. 사상 최고가다. 2010년 2월 기록한 전고점(1869만원)은 이미 2016년 8월 경신됐다. 서울 25개 자치구 모두 아파트값이 전고점을 갈아치운 상태다. 강남구의 경우 전용 3.3㎡당 아파트값이 4194만원을 기록해 가장 비쌌다. 서초구(3763만원)와 송파구(3028만원) 등이 뒤를 이었다.

노원과 도봉, 중랑과 은평구 등 강북지역 아파트의 상승세도 눈에 띈다. 12일 기준으로 성동구(0.38%), 은평구(0.29%), 노원구(0.18%), 마포구(0.18%) 등 대부분 지역이 전주 대비 상승했다. 폭등에 따른 연쇄효과 때문이다. 특히 강남권으로의 접근성이 우수하면서도 상대적으로 가격 경쟁력을 갖춘 곳이 인기다. 실제로 노원구 중계동 ‘중계 7단지 주공’ 전용 44.1㎡는 2억4000만원으로 전월 대비 500만원 올랐다. 용산구 한남동 ‘한남힐스테이트’ 전용 84.75㎡의 경우에도 9억원을 기록해 같은 기간 3500만원 상승했다.

현재 집값은 이미 지난해 8·2 대책 이전 수준을 뛰어넘었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송파구는 지난 7월 말에 비해 집값이 4.47%나 올랐다. 같은 기간 강남구는 3.89%, 서초구는 2.87% 상승했다. 일기 쓰듯 내놓은 정부의 단기 대책이 실패했다는 증거다.

의욕만 앞선 정책은 양극화 심화를 불러왔다. 강남과 강북의 가격 격차는 2013년 12월 1억8880만원에서 2015년 2억1999만원, 2016년 2억6620만원으로 매년 격차가 커졌다. 지난해에는 재건축 아파트 중심으로 가격이 크게 올라 강남·강북 집값 차이가 3억1579만원으로 확대됐다.

서울과 지방 간 격차도 커지고 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 14일 기준 경남 아파트 매매가는 0.17% 떨어졌다. 충남(-0.18%)과 충북(-0.20%), 경북(-0.15%)과 부산(-0.06%) 등도 지난주보다 하락폭이 커졌다.

규제를 쏟아 붓는데도 집값이 잡히지 않는 건 노무현정부 때와 비슷하다. 지금처럼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을 선언했던 노무현정부는 강남 등 버블세븐 지역을 선정해 집중 관리에 나섰다. 양도소득세를 중과하고 종합부동산세를 도입하는 한편 분양권 자율화 폐지와 총부채상환비율(DTI) 등 대출규제도 강화했다. 12차례에 걸쳐 대책을 발표했지만 집권 5년간 서울 아파트값은 56.58%나 올랐다. 유동성 확대와 신규 아파트 공급 위축 등이 원인이었다. 규제와 정책 효과의 시차 탓에 큰 성과를 보지 못하고 시장에 혼란만 줬다. 현재 강남지역 일부 공인중개업소는 정부의 부동산 현장 단속을 피하기 위해 일제히 업소 문을 닫고 있다.

국민들의 부동산 피로감은 한계치에 달한 상황이다. 현재 집값과 관련한 청와대 국민청원은 총 682건에 달한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의 사퇴를 요구하는 청원도 총 5900여명이 서명한 상태다. 양지영 R&C 연구소장은 “정부가 서울 집값을 잡기 위해 강남 위주 규제를 내놓은 것이 오히려 강남 집값 용수철 효과를 낸 것”이라며 “대출 규제로 강남의 똘똘한 한 채를 원하는 수요가 몰렸다”고 분석했다.

업계에서는 서울 내 공공택지를 확보하고 단기 규제보다 장기플랜을 짜려는 정부의 노력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하지만 역부족이라는 의견이 많다. 역시 수급 불균형을 해결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서울은 재건축이나 재개발 등 도시정비사업 외에는 공급이 어려운데 계속 공급대책 대신 수요 억제만 한다면 집값 잡기는 요원하다”고 말했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주택정책실장은 “과열 지역 집값은 국지적이고 단기적인 변화”라며 “일방적인 규제보다는 지역별 맞춤 정책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글=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 사진=최현규 기자, 그래픽=공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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