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들은 부동산으로 돈 벌고.. 우리 마지막 희망 가상화폐는 막나"

이슬비 기자 2018. 1. 22. 03:09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2030, 이유있는 분노] [下] 사다리 걷어차는 윗세대에 반감
"정책이 서민의 중산층 상승 막아"
공시생 카페 "엽관제 국가 됐다"
"3년 고생해 겨우 정교사됐는데 기간제 전원을 전환해준다고?"
일부 청년들 "선거로 심판할 것"

광고회사에 다니는 배모(33)씨는 지난해 12월 가상화폐 800만원어치를 샀다. 배씨는 "결혼 후 돈 모으기는커녕 빚(1억2000만원) 갚기도 막막한 상황에서 가상 화폐는 마지막 기회라고 여겼다"고 했다. 그런데 지난 11일 정부가 가상 화폐 규제를 발표한 후 가격이 폭락하면서 배씨 손엔 200만원만 남았다. "정부 조치로 나 같은 서민들만 망했어요. 서민은 영원히 서민 하라는 거죠? 이게 '사다리 걷어차기'가 아니고 뭡니까?"

'신분 상승의 마지막 사다리'로 여겼던 비트코인마저 정부 대책에 발목이 잡히자 기성세대에 쌓인 분노가 폭발한 것이다. 비단 가상 화폐 문제뿐만이 아니다.

2030세대는 최근 '공공기관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등 정부의 각종 정책에도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정부가 지난해 10월 853개 공공기관의 20만5000명을 2020년까지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고 발표했는데, 이것이 공정하지 않다는 것이다. 공무원 시험 준비생(공시생)들은 "정정당당한 세상을 만든다더니 우연찮게 얻어걸리는 세상을 만들고 있다. 공부할 이유가 없지 않느냐"고 했다.

공시생 회원이 수십만명 가입한 인터넷 카페에는 '기회는 공정할 거라더니 엽관제(선거에 이긴 정당 출신들이 공직을 독차지하는 제도) 국가를 만들어 버렸다' '그저 운과 시기를 잘 타야 취업되는 이 나라 현실''정부가 공채는 관심도 없으면서 노량진 와서 컵밥은 왜 드셨느냐'는 글들이 올라왔다. 중학교 체육 교사인 김모(31)씨는 "3년 넘게 임용고시 준비해서 작년에 겨우 합격했는데, 작년에 기간제 교사들을 한 번에 정규직으로 전환해 준다는 정부 검토안을 듣고 '내가 왜 3년을 고생했나' 생각했다"고 말했다.

2030세대는 다른 경제 문제에서도 기성세대에 대한 반감이 크다. '기성세대는 부동산으로 자산 불리고 우리 세대 마지막 희망의 문은 닫는다'는 것이다. 가상 화폐 투자자 40만여 명이 가입해 있는 인터넷 카페에는 '비트코인으로 일확천금 노린다고 하는데 모르는 소리다. 우리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것이다' '부동산 투기는 왜 진작 이렇게 규제하지 않았나'는 글이 올라왔다. 자신을 20대라고 밝힌 한 네티즌은 "정부 인사가 대책 발표 전에 가상 화폐 투자금을 미리 뺐다는데, 아무것도 모르는 우리 세대만 피해봤다"고 했다.

2030의 분노에는 현실 불만과 미래 불안감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 청년(만 15~29세) 실업률은 2000년 이후 최고치이다. 통계청이 10일 발표한 '2017년 연간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청년실업률은 9.9%, 전체 실업자 수는 102만8000명에 달했다. 집값 불만도 크다. 문재인 정부 들어 8·2 대책 등 부동산 대책을 내놨지만 오히려 강남 아파트 값은 급등세다.

2030세대에선 '서민을 서민답게'라는 신조어도 생겼다. '어디 서민이 계층 상승을 하려 하느냐. 서민은 서민답게 계속 그렇게 살아라'라는 자조적인 뜻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 썼던 '나라를 나라답게' 캐치프레이즈를 바꾼 것이다. 지금 정부가 내놓는 정책이 서민이 중산층으로 못 올라가게 하는 것이라는 반감이 반영돼 있다.

이런 분위기 때문에 2030세대가 현 정부 정책에 등을 돌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갤럽이 19일 발표한 1월 3주차 조사를 보면 문 대통령의 20대 지지율은 75%로 문 대통령 취임 후 최저였다. 지난해 90%가 넘는 지지를 보냈던 2030이 바뀌고 있는 것이다.

21일 서울대 게시판에는 '민주당 10년 지지했는데 돌아섭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글쓴이는 "그동한 한 번도 보수 쪽에 표를 줘본 적 없는데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비트코인 거래소 폐쇄, 남북 단일팀'을 보면서 선거로 심판하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