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 연한 강화 카드에.. 목동 '불똥' 압구정·잠실 '방긋'

김기덕 2018. 1. 22.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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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치동 은마·압구정 현대 등 매물 거두고 일제히 호가↑
"40년 넘은 강남 '똘똘한 한채' 쏠림 더욱 심해질 듯"
목동 재건축 '발목'.. 정부 입맛대로 고무줄 정책 비판
"매물 부족해 부르는 게 값이더니.. 매수 보류 봇물"

[이데일리 김기덕 기자] “재건축 연한 강화 움직임에 최근 아파트를 매수한 계약자들이 ‘꼭지(최고가)’를 잡은 건 아닌지 불안감에 떨고 있습니다.”(양천구 목동 A공인중개업소 관계자)

“그나마 3~4개 정도 남아 있던 매물이 순식간에 사라져 아예 자취를 감췄습니다. 재건축 연한을 40년으로 연장하면 최고가인 지금보다 아파트값이 최소 2~3억원은 더 오를 수 있다는 기대감이 높아진 상황입니다.”(강남구 압구정동 J공인중개업소 대표)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난 18일 아파트 재건축 허용 연한과 안전진단 기준을 강화하겠다고 발표한 이후 서울 주요 재건축 아파트 단지들의 표정이 크게 엇갈리고 있다. 재건축 연한이 과거와 같이 최장 40년으로 늘어나면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선수기자촌아파트(올림픽선수촌) 등 올해 준공 30년(1988년 준공)을 맞아 재건축을 추진 중인 서울 7만5000여가구는 4년 뒤인 2022년에야 사업 추진이 가능해진다. 특히 아직 안전진단조차 통과하지 못한 목동 재건축 아파트 단지 등은 정비사업이 최소 5~10년이나 늦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벌써부터 주민들의 불만이 속출하고 있다.

이와는 달리 준공한 지 40년이 지나고 안전진단도 통과한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와 송파구 잠실동 잠실주공5단지를 비롯해 여의도·압구정동 일대 주요 재건축 아파트들은 희소성 부각으로 몸값이 더욱 오를 가능성이 커졌다. 공급이 부족한 서울 재건축 시장에서 이들 단지에 대한 희소성이 커지면서 집주인들이 매물을 모두 걷어들이고 호가도 높이고 있는 실정이다.

◇재건축 연한 강화 움직임에 목동아파트 ‘울상’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해 준공 30년을 맞는 서울 아파트는 94개 단지, 7만4857가구다. 전체 가구 중 15%에 해당하는 1만1929가구(19개 단지)는 강남4구(강남·서초·송파·강동구)에 쏠려있다. 송파구 올림픽선수촌·올림픽훼밀리타운, 서초구 삼풍아파트, 강남구 미성2차, 노원구 상계주공 6·9단지 등이 대표적이다.

재건축 사업에 차질을 빚게 된 준공 30년차 아파트들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올림픽선수촌아파트(5540가구)는 당초 올 상반기 내 안전진단을 통과하고, 하반기 정비계획안을 마련한다는 계획이었지만 사업 일정에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이 아파트 재건축준비위원회 관계자는 “이미 건축사무소에 용역을 줘서 건축계획안을 요청해 둔 상황인데 갑자기 사업 일정이 확 틀어질 변수가 생겼다”며 “정부 입맛대로 정책을 고무줄처럼 늘리고 줄이는 것에 대한 주민들 불만이 상당하다”고 말했다.

안전진단 역시 재건축 단지의 발목을 잡을 주요 변수다.1985년에서 1988년까지 순차적으로 준공된 목동신시가지 1~14단지(2만6629가구)는 올해 모든 아파트 단지가 준공 30년을 넘어 재건축이 가능해졌다. 하지만 아직 안전진단을 통과한 단지가 한 곳도 없어 정비사업 일정이 길어질 가능성이 커졌다. 목동 단지 주민들은 커뮤니티 등을 통해 ‘제도 개선 전까지 안전진단이라도 신청하자’, ‘정부 정책에 항의하는 집단행동도 불사하겠다’등의 의견을 쏟아내고 있다. 목동 D공인 관계자는 “지난주까지만 해도 매물을 구하지 못해 부르는게 값일 정도로 매도자 우위시장이였는데, 정부가 재건축 연한 연장 가능성을 시사한 후 매수를 보류하겠다는 전화가 쏟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대치 은마·잠실5단지 “오히려 매수 문의 더 늘었다”

전문가들은 지은지 40년이 넘고 안전진단도 통과한 아파트 단지가 재건축 시장에서 더욱 귀한 몸으로 떠오를 것으로 점치고 있다. 특히 압구정동 등 강남에서는 아파트 공급 대비 수요가 절대 부족한 상황에서 ‘똘똘한 한채’에 대한 쏠림현상이 더욱 심해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978년 준공된 잠실주공5단지는 재건축 연한 강화시 대표 수혜 아파트로 꼽힌다. 이미 재건축 연한을 모두 채운데다 사업 장기화로 조합이 설립된 현재 시점에도 조합원 지위 양도(입주권 거래)가 가능한 것도 매력으로 꼽힌다. 잠실동 J공인 관계자는 “정부 단속 영향으로 중개업소가 문을 닫고 있는 상황에서도 시세가 일주일 새 1억원이 올라 전용 76㎡형이 20억원에 육박한다”며 “그렇지 않아도 수요가 몰리는데 재건축 연한 강화 이슈로 매수 문의가 더 많아져 다시 문을 열어야 하나 고민”이라고 말했다.

대치 은마아마트(1979년 준공)도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대치동 한 공인중개사는 “최근 재건축 사업 추진에 속도가 붙고 있는데다 재건축 연한 강화 소식이 전해지자 집주인들이 매물을 거둬들이고 있다”며 “이 아파트 전용 84㎡형 호가가 최근 사흘 새 5000만원 정도 훌쩍 뛰었다”고 말했다.

강남구 압구정동 주요 재건축 아파트들 역시 준공 40년을 대부분 채운데다 안전진단을 모두 통과한 상황이다. 압구정동 구현대 재건축추진준비위원장은 “정부의 재건축 규제 강화에도 별 영향이 없어 올해 사업 진행에 더욱 박차를 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기덕 (kiduk@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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