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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發 ‘집값 올리기’ 현상

성동구 거쳐 동대문구로 확산

직거래사이트서 2억 올려받고

중개업소서 低價에 내놓으면

“허위매물”이라고 구청에 신고

업소들 사실상 개점휴업 상황

국토부 “업무방해죄 적용가능”

“아파트를 산 지 얼마 안 된 분이 2억 원 정도 높여 직거래 사이트를 통해 포털에 올려놨더라고요. 가격을 알고 있는 공인중개사 입장에서 2억 원을 올려 매물로 내놓을 수는 없잖아요.”

서울 동대문구 답십리동에서 부동산 중개업을 하는 A 씨는 13일 문화일보와의 통화에서 “시세대로 매물을 내놓았다가 올 초 ‘허위매물’ 신고를 몇 차례 당했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손님을 끌려고 일부러 시세보다 낮은 가격에 ‘미끼 매물’을 내놨다는 황당한 이유다.

A 씨는 일부 주민이 ‘부동산중개업소 빼고 우리끼리 가격을 만들자’며 개인적으로 직거래 물건을 내놓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직거래 사이트를 통해 포털에 2월 등록된 9억7000만 원짜리 아파트의 같은 면적 대 1월 실거래가는 7억3000만~7억5600만 원이었다. 12억5000만 원에 나온 아파트 같은 면적대도 지난달 8억3000만~8억9800만 원에 팔렸다. 호가지만 동대문구 아파트값이 한 달도 안 돼 2억 원이 뛴 것이다.

아파트 주민들의 집값 담합 행위가 서울 강남권과 경기 남부에 이어 강북권까지 급속히 확산하고 있다. 강남 재건축아파트 소유주들이 촉발한 집값 과열이 주변 지역을 자극해 경기 남부권에 이어 강북권 주민들로 전이, 연쇄적으로 집값 올리기에 나서는 양상이다. ‘마용성(마포·용산·성동구)’으로 불리며 강북 시세를 주도하고 있는 성동구는 강남 3구(서초·송파·강남구)를, 성동구와 인접한 동대문구는 성동구 상승률을 기준으로 “우리도 저만큼은 받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식이다.

2006년 집값 상승기에 부녀회를 중심으로 담합 행위가 벌어졌다면 지금은 지역·아파트 인터넷 커뮤니티를 통해 좀 더 체계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집을 싸게 파는 이나 중개하는 업소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주민끼리 공유하고, 시세로 매물을 올리면 ‘허위 매물’로 신고하거나 구청에 민원을 넣는 등 중개업소들을 압박하는 방식도 다양하다.

실제로 동대문구 주민들이 만든 인터넷 카페에는 2월 들어 ‘적극적인 허위매물 신고로 한 달 새 시세가 1억5000만 원 올랐다. 이제는 전·월세도 올리자’는 글이 올라와 있다. 경기 용인시 수지구 주민은 한 부동산 카페에 ‘반복된 허위 매물이 나오면 (중개업소 상대)집단행동에 들어가겠다’고 엄포를 놓기도 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공인중개사들은 포털 등에 광고하던 매물을 거둬들였고, 거래도 뜸해졌다. 동대문구 전농동의 한 공인중개업소 B 씨는 “(광고하던)매물을 다 내리면서 영업이 아예 중단돼 미치겠다”고 하소연했다. 최근 참다못해 주민들을 고소한 용산구 동부이촌동의 공인중개사 C 씨는 “팔겠다는 사람도, 사겠다는 사람도 뚝 끊겨 개점휴업 상태”라고 말했다. 동부이촌동 주민 일부는 ‘맞고소하겠다’며 반발하고 있다.

정부도 상황이 엄중하다고 보고 있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공인중개사를 겁박해 물건을 못 올리게 한다면 형법상 업무방해죄를 적용할 수 있다”며 “포털에서 일정 기간 문제가 되는 단지 전체를 빼도록 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에 요청하는 방안 등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박수진 기자 sujininvan@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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