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벼락' 맞은 군산.. 협력업체·시민들 "이제 어떻게 사나"

박종관 입력 2018. 2. 13. 17:42 수정 2018. 2. 14. 0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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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잡고 있던 동아줄이 끊긴 기분입니다." 한국GM 군산공장 인근 소룡동 상가에서 20년째 음식점을 운영하고 있는 이모씨(52)는 침통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이 음식점은 군산공장에서 자동차로 10분 거리에 있어 근로자들의 단체 회식 장소로 자주 이용돼온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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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로에 선 한국GM
군산 현장 취재
공장 인근 부품 협력업체
"신형 크루즈 생산한다고 해서 300억이나 시설투자 했는데.."
거리엔 '임대' 표지만 덩그러니
"작년 현대중공업 조선소 문닫고 이미 손님 절반으로 줄었는데.."
산업침체로 인구 급속히 빠져나가
아파트 매물 쏟아지고 빈집 늘어
전북 전체 경제에도 악영향

[ 박종관 기자 ]

< 썰렁한 군산 거리 > 미국 제너럴모터스(GM)가 한국GM 군산공장을 폐쇄하겠다고 13일 발표했다. 공장 인근 소룡동 상가는 평소 한국GM 및 협력업체 근로자로 북적였지만, 이날은 점심시간인데도 한산했다. /군산=신경훈 기자 khshin@hankyung.com


“마지막으로 잡고 있던 동아줄이 끊긴 기분입니다.” 한국GM 군산공장 인근 소룡동 상가에서 20년째 음식점을 운영하고 있는 이모씨(52)는 침통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이 음식점은 군산공장에서 자동차로 10분 거리에 있어 근로자들의 단체 회식 장소로 자주 이용돼온 곳이다. 이씨는 “설마 하던 일이 터져버렸다”며 “상가 전체가 큰 충격을 받아 대부분 일손을 놓고 앞날을 걱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5만 명이 직접 영향권

13일 오후 1시 전북 군산시 소룡동 한국GM 군산공장 앞은 정적이 흘렀다. 정문은 굳게 닫혀 있었다. 양손에 짐을 든 사람들이 가끔 문을 열고 나왔다. 크루즈 올란도 등 생산 차량의 판매 저조로 공장 가동이 들쑥날쑥해지면서 근로자들의 출퇴근 시간도 불규칙적으로 변했다고 한다. 정문을 나서던 한 근로자는 “지난 8일 이후 간헐적으로 출근하다가 공장 폐쇄 발표가 나오자마자 퇴근 지시가 떨어졌다”고 말했다.


공장을 지키던 경비원 A씨는 “그동안 소문으로만 떠돌던 공장 폐쇄가 현실로 다가왔다”며 “모든 공장 사람들의 표정에서 웃음기가 사라졌다”고 전했다.

지역민들도 허탈과 상실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군산시 인구 27만 명 가운데 20% 정도가 한국GM 군산공장 가동에 영향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온승조 군산상공회의소 기업지원팀장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군산공장과 인근 100여 곳의 협력업체에서 일하는 직원 수는 1만3000명에 달한다”며 “이들의 가족까지 포함하면 5만 명의 생계가 군산공장에 달려 있다”고 설명했다.

군산공장 인근에서 상권을 꾸리고 있는 사람들을 더하면 이 숫자는 더 늘어난다. 차체 관련 부품을 군산공장에 납품하는 지역협력업체의 박모 사장은 이날 공장 폐쇄 소식에 분통을 터뜨렸다. 그는 “올해부터 신형 크루즈를 생산한다고 해서 300억원 이상을 들여 시설 투자를 했는데 이게 무슨 날벼락이냐”며 “미국 본사의 조치를 납득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동익 군산대 산학협력단장은 “자동차산업은 파급효과가 워낙 커 군산뿐만 아니라 전북 지역경제 기반이 통째로 무너질지 모른다”며 한숨을 쉬었다.

거리에 나부끼는 ‘임대’ 현수막

군산공장 인근 상권은 이미 서서히 말라가고 있었다. 가게는 물론 거리에도 사람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다섯 가게 건너 한 개꼴로 상점이 비어 있었다. 새로운 주인을 찾는다는 ‘임대’ 딱지들이 곳곳에 붙어 있었다.

군산 지역경제는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가 일감 부족을 견디지 못하고 지난해 7월 문을 닫았을 때 큰 타격을 받은 터다. 군산에서 횟집 등을 하면서 40년을 살았다는 정모씨(60)는 “조선소가 문을 닫았을 때 일자리를 잃은 사람이 한둘이 아니었다”며 “GM까지 군산을 떠난다면 군산 전체가 유령도시로 변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군산 조선소와 군산공장이 지역경제에서 차지하던 비중은 70%를 넘는다는 것이 현지 설명이다.

부동산 시장도 꽁꽁 얼어붙었다. 근로 인구가 속속 빠져나가면서 매물이 쏟아지고 빈집이 눈에 띄게 늘었다. 조선소와 자동차공장 사이에 있는 오식도동의 한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새로 짓고 있는 아파트의 상당수가 비어 있는 상황에서 군산공장까지 문을 닫으면…”이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1층 로비에 대표모델 크루즈를 전시하고 있는 군산시청도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군산시는 오래전부터 지역경제를 지탱해온 한국GM 차량 판매가 늘어날 수 있도록 지역민에게 차량 구매를 독려해왔다.

문용목 군산시 지역경제과장은 “군산공장 폐쇄 선언이 그동안 GM을 살리기 위해 힘써온 시민들의 노력을 물거품으로 만들었다”고 말했다.

군산=박종관 기자 pj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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