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례로 본 부동산 증여-아파트보다 단독·상가부터 물려줘라 토지·건물은 5月 공시가 오르기 전에

정다운, 나건웅 입력 2018. 2. 19. 08:54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한국인에게 부동산은 애증(愛增)의 재산이다. 누군가에게는 ‘내집마련’이라는 평생의 꿈이고 자산가에게는 안정적인 수익을 올려주는 ‘효자’ 자산이다. 동시에 이들 자산 대부분이 부동산으로 구성돼 있다 보니 증여 과정에 드는 세금을 생각하면 머리 아픈 대상이다.

지난해 말 배우자나 자녀에게 부동산을 증여한 사례가 유독 많았는데 올 1월 1일 이후 증여분부터 세액공제율이 7%에서 5%로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물론 지금이라도 증여를 미리 고민할 필요는 있다. 부동산 시세는 연일 상승 중이고 또 내년부터는 증여 신고세액 공제율이 3%로 더 낮아진다. 다만 부동산은 금융자산과 달리 배분이나 분할이 쉽지 않다. 아파트, 단독주택, 상가, 토지, 빌딩 등 개별 물건마다 평가금액도 제각각이다. 상품별 사전 증여 전략을 달리 세워야 하는 이유다.

증여하기 좋은 부동산이 따로 있을까. 증여세율을 우선 알고 넘어가자. 증여세율은 수증자, 즉 증여받는 사람을 기준으로 매긴다. 증여액이 1억원 이하일 때 10%, 1억원 초과~5억원 이하일 때 20%, 5억원 초과~10억원 이하는 30%다. 10억원이 넘으면 세금 부담은 더욱 커진다. 10억원 초과~30억원 이하는 40%, 30억원을 넘길 땐 50%로 증여세율이 대폭 높아진다.

자산 중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대부분인 한국인에게 부동산 증여는 미리미리 준비해야 할 절세 전략이다. 사진은 서울 송파구 한 아파트 단지. <매경DB>
▶증여하기 좋은 부동산은

▷기준가 낮은 단독·상가 증여에 유리

서울 강남구에 거주하는 자산가 A씨는 본인이 거주 중인 아파트 한 채, 매달 월세를 받는 단독주택과 상가 건물을 소유하고 있다. 여기서 자녀에게 어떤 부동산을 먼저 증여하는 것이 유리할까. 부동산 증여에서 가장 중요한 원칙은 현재 저평가돼 있는 자산을 먼저 증여하는 것이다. 증여하기 전 부동산 가치가 올라버리면 그만큼 부담해야 할 증여세가 커진다. 결론부터 말하면 실제 가치가 동일한 경우 아파트보다는 단독주택이나 토지, 상가를 먼저 증여하는 것이 유리하다.

엄밀히 따지면 아파트는 증여하기 좋은 부동산이 아니다. 실거래 사례가 많아 시세를 그대로 적용받을 가능성이 높아서다. 반면 같은 주택이더라도 단독·다가구주택, 상가 등은 비슷한 매물을 찾기 어려워 감정평가액이나 기준시가를 바탕으로 증여재산을 평가한다. 보통 단독주택 같은 개별주택 가격은 해당 토지만 평가한 개별공시지가의 50~70% 정도로 평가되기 때문에 증여하기 가장 좋은 부동산으로 손꼽힌다.

예를 들어 A씨가 보유한 아파트와 단독주택 거래가액은 각각 15억원으로 같지만 증여 평가금액이 다르다. 아파트는 실거래가액 15억원을 그대로 적용받아 증여세로 3억7050만원(이하 신고세액 공제율 5% 적용)을 내야 한다. 반면 단독주택은 시세가 15억원이더라도 개별주택가격은 약 9억원 정도로만 평가된다. 이 경우 증여세는 1억8525만원이다. 어떤 부동산을 증여하느냐에 따라 세금 차이만 2억원 이상 나는 셈이다.

20억원 상당의 아파트만 한 채 보유한 B씨는 어떨까. B씨에게는 10년 이상 같은 집에서 동거한 아들이 하나 있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 경우에는 아파트, 단독·다가구주택 여부와 관계없이 증여보다 상속을 받는 것이 세금을 덜 낸다. 특히 한집에 10년 이상 같이 산 무주택 자녀에게 집을 상속하면 상속공제를 더 많이 받을 수 있다. 2016년부터 동거주택에 대한 공제율이 40%에서 80%로 크게 상향됐기 때문이다. 공제 한도가 5억원이기 때문에 사실상 10억원 이하 주택은 상속받더라도 세금을 내지 않는다.

B씨가 20억원 상당의 아파트를 그대로 아들에게 물려줬다면 증여세가 무려 5억8000만원가량 나온다. 반면 동거주택상속공제를 이용하면 상속 시 세금 2억1600만원 정도만 내면 된다. 증여와 비교해 세금이 절반 이하로 줄어든다.

상가나 오피스텔 등 임대수익을 올리는 수익형 부동산이 있다면 이를 우선 증여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임대수익이 발생하는 부동산을 증여하면 자녀에게 수입이 생겨 나중에 상속세 재원, 소득 증빙으로 활용할 수도 있다.

다만 단독·다가구주택이나 상가, 토지를 증여할 참이라면 증여 시기도 잘 고려해야 한다. 올해 증여할 계획이라면 토지는 개별공시지가가 매년 5월 말 고시되므로 되도록 5월 30일까지 증여해야 지난해 고시된 개별공시지가를 적용받는다. 반면 배우자에게는 6억원까지 세금 없이 증여할 수 있으므로 낮은 공시지가로 증여하는 것보다 감정평가를 받아 취득가액을 올리는 것이 좋다. 이렇듯 증여재산을 어떻게 평가하느냐에 따라 증여재산가액은 물론 증여세가 달라진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빚까지 물려주는 부담부증여

▷전세보증금 높여 증여하면 절세 가능

부동산을 증여할 때 빚도 함께 증여하는 것도 절세하는 방법이다. 이른바 ‘부담부증여’다. 부담부증여는 전체 재산가액에서 부채(주택담보대출이나 전세보증금)를 뺀 부분만 증여세를 계산하는 방법이다. 이때 증여자는 물려준 부채에 대해 양도소득세를 부담해야 한다.

C씨는 H아파트를 한 채 보유하고 있다. C씨는 시가 9억원인 이 아파트를 전세 주고 다른 곳에서 거주 중이다. 향후 재건축 예정인 H아파트는 아파트값이 오를 가능성이 커 C씨는 매각보다는 자녀에게 증여할 것을 고민하고 있다. 이때 보유 중인 H아파트의 전세보증금을 최대한 높인 뒤 이를 포함해 자녀에게 증여하면 A씨가 자녀에게 부채(전세보증금)만큼을 받고 자녀에게 양도했다고 본다. 자녀는 아파트 가격에서 보증금을 제외한 나머지 금액에 대해 증여세만 납부하면 된다.

예를 들어 시가 9억원, 전세보증금이 5억원이라고 가정할 때 보증금을 함께 증여하면 4억원에 해당하는 증여세 약 5700만원만 납부하면 된다. 만약 아파트를 통째로 증여할 경우 증여세는 1억8525만원이다. 부담부증여를 통해 C씨는 약 1억2800만원을 절약할 수 있다.

물론 단순히 증여세를 아낄 요량으로 상환 능력이 없는 자녀에게 덜컥 부담부증여하는 것은 금물이다. 자녀에게 상환 능력이 있는지, 원리금을 꼬박꼬박 납부하고 있는지 등 세무당국이 항상 사후 관리한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우선 자녀에게 부담부증여를 한 후 증여자가 빚을 대신 갚아주거나 거짓 부채임이 드러나면 원금과 이자에 대한 증여세를 물고 여기에 가산세까지 추징당할 수 있다.

부담부증여 시엔 해당 부동산의 양도차익까지 염두에 둬야 한다. 여기서 만약 C씨가 1주택자라면 양도세는 비과세다. 2주택 이상 보유자라면 4월부터 지역, 양도차익에 따라 차익의 최고 62%까지 세금으로 낼 수 있다는 점을 주의하자.

이외에 증여 방법에 따라 세금을 얼마든지 줄일 수 있다. 대표적인 것이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인사청문회 당시 논란을 불러왔던 ‘지분 쪼개기’ 증여다. 홍 장관의 딸은 초등학생이던 2015년 홍 장관의 장모(외할머니)로부터 서울 중구 충무로5가의 4층짜리 상가 건물 지분의 25%(당시 공시가격 8억6500만원)를 증여받았다. 같은 시기 홍 장관 아내도 지분 25%를 똑같이 증여받았다. 이를 두고 10억원 초과 증여 시 가산되는 증여세율을 낮추기 위한 ‘쪼개기 편법 증여’라는 의견이 쏟아졌다. 딸에게만 건물 지분 절반을 증여할 수도 있었지만 손녀에게 지분을 나눠주면서 세금을 대폭 줄였기 때문이다. 홍 장관 아내에게 갈 지분의 절반이 딸에게 가면서 적용되는 증여세율은 40%에서 30%로 낮아졌다. 편법이긴 하지만 불법은 아닌 만큼 이 거래로만 1억원가량 증여세 절감 효과를 냈다는 것이 세무사들 얘기다.

중소기업 승계 발목 잡는 상속세 부담 줄이려면

‘증여세 과세특례’ 활용…최대 24억원 절세 가능

준비되지 않은 가업 승계는 기업 단명의 원흉이다. 상속세를 마련하지 못하면 울며 겨자 먹기로 경영권을 매각하는 일이 생기고는 한다. 1000억원대 주식을 보유한 창업자가 갑자기 사망한다면 당장 약 456억원이라는 거금을 상속세로 내야 한다. 세금을 낸 후 정상적인 경영이 이뤄질 리 만무하다. 2008년 쓰리쎄븐, 2014년 농우바이오, 지난해 유니더스 매각이 대표 사례다.

이때 증여를 통한 사전 승계가 해법이 될 수 있다. 창업자 생전에 자녀가 가업을 승계하면 기업 수명이 늘어날 뿐 아니라 보다 계획적인 경영이 가능하다. 올해부터 가업승계 시 상속세 부담이 커지는 것도 증여에 힘이 실리는 이유 중 하나다. 2017 세법 개정안에는 가업상속 공제 시 제외 기준이 신설됐다. 가업상속재산 외 상속재산이 상속세액의 1.5배를 초과하면 세금을 공제해주지 않는다. 공제 한도 역시 10년 이상 200억원, 15년 이상 300억원, 20년 이상 500억원에서 10년 이상 200억원, 20년 이상 300억원, 30년 이상 500억원으로 조정해 동일 금액을 공제받기 위해 필요한 기간이 최대 10년 늘어났다.

최근 주목받는 제도는 ‘증여세 과세특례’다. 가업 승계 목적으로 주식이나 출자 지분을 증여할 때 활용 가능하다. 일반증여보다 세부담이 적은데다 부동산 등 기타 자산 역시 주식으로 가치를 매겨 계산하기 때문에 추가 고민을 덜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절세 혜택은 쏠쏠하다. 100억원을 최고 한도로 증여세 과세가액에서 5억원을 공제한 후 30억원 미만은 10%, 30억원 초과 금액에 대해서는 20% 세율을 적용해 증여세를 부과한다. 중소기업 D회장이 회사 주식 100억원을 가업을 이어갈 자녀에게 증여한다고 가정해보자. 일반증여세율(100억원 기준 50%)을 적용하면 세금은 40억6400만원(공제 후 기준)이다. 하지만 과세특례제도를 활용하면 16억원만 내면 된다. 24억원 이상 차이 난다.

미래 기업가치가 더 오른다면 기대 절세 효과는 더욱 불어난다. 증여 시점 대비 기업가치가 아무리 늘어났다 해도 상속재산에 합산되는 건 증여 당시 계산했던 액수만큼이다. D회장을 다시 예로 들면 회장이 사망했을 때 증여했던 기업 주식 가치가 100억원에서 1000억원으로 불어났다고 해도 기존에 납부한 증여세 16억원을 제외한 차액만 내면 끝이다.

단, 누구나 제도를 활용할 수 있는 건 아니다. 대상 조건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증여자는 3000억원 미만 중소·중견기업을 10년 이상 계속 경영한 60세 이상 부모여야 한다. 법인사업자 한정이며 개인사업자는 불가능하다. 부동산 임대업·일반 숙박업·유흥업 등 일부 업종은 대상에서 제외된다. 임대 부동산이나 초과 현금 등 가업에 사용되지 않는 자산이 지분에 포함돼 있을 경우에는 법인 총자산 대비 사업에 사용되는 자산비율로 계산한 가액에 대해서만 특례규정을 적용해야 한다. 승계 이후 적용되는 사후 요건도 많다. 자식은 증여일로부터 5년 내에 대표이사에 취임해야 한다. 주 업종을 변경하거나 1년 이상 휴업 또는 폐업도 안 된다.

이 밖에 ‘창업자금 증여세 과세특례’도 고려해볼 만하다. 증여세 과세가액(최고 한도 30억원)에서 5억원을 공제한 후 10% 단일 세율로 증여세를 계산한다. 증여세 과세특례와 중복 적용은 안된다. 단 가업승계자가 아닌 자녀도 해당되기 때문에 승계와 무관한 자녀를 위한 증여 방법으로 유용하다.

“사후 요건을 위반할 경우 증여세는 물론 가산세까지 추징당할 수 있다. 가산세율은 하루에 0.03%. 1년에 11%꼴로 꽤 부담스러운 수준이다. 향후 기업가치가 떨어진다면 오히려 더 많은 세금을 내게 되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시장과 업종 전망, 승계자 자질과 의지, 임원 상황 등 비재무적 변수에 대한 경영자의 올바른 판단이 수반돼야 한다.” 박정국 KEB하나은행 상속증여센터 세무팀장 얘기다.

Q부모에게 아파트를 물려받고 매월 생활비를 드린 경우에도 증여세를 내나.

A 증여세를 계산할 때 부모에게 드린 생활비는 부채로 차감되지 않는다. 즉, 생활비 지급과 증여는 서로 대가 관계가 없는 별개의 행위로 본다. 단, 부모님으로부터 아파트를 증여받을 때 일정한 생활비를 드리기로 ‘계약’했다면 생활비를 대가로 부모가 자녀에게 아파트를 양도한 것으로 본다. 이 경우에는 자녀에게 증여세를 부과하는 게 아니라 부모에게 양도소득세를 부과한다. 또한 아파트를 물려받는 대가로 생활비를 드린다는 사실을 대외적으로 증명해야만 양도 거래로 인정받을 수 있으므로 관련 계약서를 공증받아야 한다.

Q60대인 자녀에게 재산을 상속하느니 한참 돈이 필요한 손자 세대에 물려주는 게 낫지 싶다. 손자에게 바로 증여(세대생략증여)하는 게 유리할까.

A 세대를 건너뛰어 손자에게 증여하면 세금을 30% 더 내야 한다. 예를 들어 자녀에게 물려줄 때 증여세액이 1000만원인데 세대를 건너뛴다면 30% 할증된 1300만원을 내는 것이다. 단순히 따져보면 세대생략증여 세금 부담이 더 커 보이지만 두 세대에 거쳐 증여될 재산이 한 번에 간 것이기 때문에 오히려 세금을 70% 덜 내는 효과가 발생한다. 결국 30% 더 내는 것이 아니라 70% 절약했다고 보면 된다. 다만 아버지가 사망한 상태에서 할아버지가 손자에게 증여하는 경우에는 할증과세를 하지 않는다.

[정다운 기자 jeongdw@mk.co.kr, 나건웅 기자 wasabi@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945호·설합본호 (2018.02.07~2018.02.20일자) 기사입니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매경이코노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