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우리 집값만 안 오르나? 이유 따져보니 진실은..

김원장 2018. 2. 21.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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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등세가 좀 꺾이나 봅니다. 자극적인 기사도 많이 사라졌습니다. 특히 ‘일주일 만에 1억 껑충’기사는 많이 사라졌네요. 다행입니다. 집없는 서민들은 물론 주택 구입시기를 놓친 중산층에게도 썩 불편한 기사였는데요.

가격을 예단하는 건 참 어리석은 일입니다. 이 부동산 랠리가 언제까지 갈까요? 크게는 2009년 이후 글로벌 시장에 돈이 풀리면서, 작게는 2014년 여름 최경환 부총리의 대출규제 완화로 시작됐는데요. 그리고 3년이 훌쩍 지났습니다. 요 며칠 <풀 죽은 강남재건축 1억 내려도 안 팔려>라든지 <해운대 주상복합 1억 원 급락세> 이런 기사들도 나오던데요, 물론 아직 속단할 단계는 아닌 것 같습니다.

진짜 얼마나 올랐나?

먼저 우리 부동산 시장은 우리 생각만큼 그렇게 많이 오른 게 아닙니다. 통계가 이를 뒷받침합니다. 서울의 집값은 얼마나 올랐을까요? 제 주변의 지인들에게 물어보면 “30%?”, “50%!”, “2배?”같은 답이 돌아옵니다. 하지만 KB부동산통계를 보면 실제 지난 2008년 1월~2018년 1월까지 만 10년 동안 서울의 주택가격은 <15.11%> 올랐을 뿐입니다.

하늘을 뚫은 것 같은 강남구의 주택가격도 이 기간 14.93%(서초구 11.52%, 송파구 9.52%) 올랐을 뿐입니다. 이는 지난 2009년 이후 서울의 주택 가격이 2014년까지 줄곧 내리다 다시 올랐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지금 집값은 '내렸다가 다시 올라 전고점을 넘어섰다' 정도가 올바른 표현입니다.

반면 지난 10년 동안 물가는 23.5%가량(한국은행) 올랐으니까 서울의 주택가격은 통계적으로 물가보다 덜 오른 것입니다. 다시 말해 집을 소유하면 오히려 물가보다 실질가격이 떨어져 손해를 본다는 뜻입니다. 이 기간 진짜 오른 곳은 부산(56.62%)등 6대 대도시(40.43%)입니다. 통계는 이들 지역이 물가인상률의 2배 가량 올랐다고 말합니다.


반면 지난 10년 동안 고양 일산 서구(-5.38%)나 성남 수정구(-10.00%), 용인 기흥구(-12.10%)처럼 집값이 떨어진 지역도 많습니다. 물가인상률을 감안하면 실질가격이 사실상 30% 가량 하락한 것입니다. 그러니 툭하면 나오는 <자고나면 1억 껑충> 기사는 참 얄궂은 기사입니다.

(만약 비교 시점을 주택 가격이 많이 내렸던 5년 전(2013년 1월~2018년 1월)으로 해볼까요? 기저효과 때문에 서울의 집값은 더 많이 올랐을 것 같지만 11.95% 올랐을 뿐입니다. 역시 물가상승률 수준입니다. 강남구는 이 기간 22.5%나 올라 서울에서는 뚜렷하게 많이 올랐습니다. 하지만 역시 물가상승률의 2배 수준입니다. 그나마 지난해 하반기부터 급등해서 그렇습니다)

그러니 우리 집만 안 오른 게 아니다.

그러니 <왜 우리집값만 유독 안 오르나>가 아니라...대부분 조금 오르거나 안오른 것이 사실입니다. 다만 일부 언론이 워낙 자극적으로 특정 단지에 주목하다보니, 국민 다수가 ‘우리 집값만 안 오른다’는 자괴감에 빠지기 쉬운 것이죠

물론 ‘반포주공1단지’나 ‘잠실주공5단지’같은 곳은 정말 ‘자고나면 1억 껑충’입니다. 하지만 이들 아파트는 우리 부동산 시장의 0.01%에 불과한 곳입니다. 핸드백으로 치면 ‘에르메스 악어 버킨백’ 같은 거죠. 보통사람들과 별 상관없는 시장입니다.

그러니 올림픽 중계하듯 우리가 그 소식을 일주일이 멀다하고 들을 이유도 없습니다. 참고로 ‘강남, 서초, 송파’ 3구의 주택 수는 48만 가구(2016년 12월 통계청 주택통계) 정도로 우리 전체 가구 1천660만 가구의 3%가 채 안됩니다.

<우리 집값만 안 오른다>는 착각이 시장을 왜곡한다

그런데 연일 이들 지역의 급등 소식이 전해지면서, 마치 지금 집을 안 사면 손해보는 듯한 분위기가 자리를 잡았습니다. 문제는 이 의제설정이 <굳이 집을 무리해서 살 필요가 없는 계층>까지 무리하게 주택시장으로 끌어들인다는 것입니다.

결국 참다 못한 서민은 1억 빚을 내서 2억짜리 아파트를, 중산층은 3억 빚을 내서 8억짜리 아파트를 매입하는 구조가 이어집니다. 경기가 위축되고 부동산 시세가 하락하면 고스란히 피해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실제 10여년 전 그 선택을 한 고양시와 성남시, 용인시 등의 수많은 집주인들이 지금 그 피해를 겪고 있습니다.

통계는 통계일 뿐이고 현실은 다르다?

예를 들어 현장 한 곳을 볼까요? 강남을 대표하는 아파트 한 곳의 사례를 보겠습니다. 대치역을 끼고 있는 S아파트(1034세대). 단연 대치동을 상징하는 아파트중 하나입니다. 127㎡(45평 형)의 국토부 실거래가를 살펴볼까요?



45평(전용 127.75㎡)의 경우 2014년에 14억~16억 정도에 거래됐는데, 지난해 실거래가를 찾아보니 19억원을 넘어 22억 원을 뛰어넘었습니다. 그러니 정말 많이 올랐죠. ‘대치 S아파트 3년 새 5억 올라!’ 라는 자극적인 기사가 가능합니다. 그럼 이 아파트가 가장 고점이였던 당시의 실거래가를 볼까요?


2006년에 이미 22억 원을 넘어 거래됐습니다. 그러니 이 아파트는 ‘3년 새 5억 원이나 오른' 것도 사실이지만, ‘12년 동안 제자리걸음’을 한 것도 사실입니다. 이제 기사 방향에 맞게 기자가 팩트를 고르기만 하면 되는 것이죠.

물론 강남의 한 아파트의 사례로 강남 아파트 시세를 평가하기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1) 집값은 그렇게 우리 생각처럼 급등하지 않았고 2) 오른 지역은 매우 제한적이며 3) 강남마저도 일부 아파트만 급등했을 뿐입니다. 다만 일부 언론이 매일같이 그 단지들을 습관처럼 보도할 뿐입니다.

집값은 오를 때 오르고 내릴 때 내린다

자산시장은 보통 <자산시장 침체 → 금리인하 → 유동성 강화 → 자산시장 급등 → 물가인상 → 금리인상 → 자산시장 안정 → 자산시장 침체>의 흐름을 따릅니다. 그러니 이론대로라면 이쯤에서 꺾일 때도 됐는데요. 하지만 우리는 보통 자산시장이 급등하고 고점이 될 무렵 그 판에 끼여듭니다(특히 증시가 그렇죠). 당연하죠.

우리는 다수 대중이 수익을 내는 시점을 안전하다고 믿고 참여합니다. 또 그 수요가 실제 가격을 더 밀어 올립니다. 주변의 누군가가 아파트나 주식으로 돈을 벌 때 그냥 지켜보는 것은 참으로 힘든 일입니다.

“친구가 돈을 버는 것처럼 사람의 분별력을 떨어뜨리는 것은 없다”
-찰스 킨들버거(Charls Poor Kindleberger)

하지만 거의 모든 투자에 다수 대중이 참여하는 순간이 고점이 됩니다. 시장경제가 만들어 낸 수많은 자산 가격 그래프가 이를 증명합니다. 가격이 계속 오르려면 끊임없이 부가가치를 만들어내야 합니다(최근 몇 년간의 삼성전자처럼).

과연 우리가 사고파는 아파트들이 새로운 부가가치를 그렇게 만들어낼까요? 재건축을 통해 고층아파트로 태어나거나 주변에 지하철역이 들어서는 등 개발이익이 발생하는 경우를 제외하면, 아파트 스스로의 부가가치가 가격을 올리는 경우는 많지 않습니다. 대신 수요가 가격을 올리지요. 그래서 수요가 꺾이면 가격도 내릴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사실입니다. 우리 아파트 시장이 그렇습니다.


KB금융지주경영연구소의 이종아 박사는 우리 부동산 시장이 새 아파트와 오래된 아파트, 그리고 재건축 아파트와 그렇지 않은 아파트로 빠르게 양극화되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예전처럼 다 같이 오르는 시장이 아닌 거죠. 특히 비싼 주택이 오르고, 그렇지않은 주택의 가격은 안정되거나 가격이 내리는 현상이 두드러집니다.

이 말은 부자는 주택시장에서 양도차익을 남기거나, 반대로 서민은 낭패를 볼 가능성이 높다는 뜻입니다. 빚을 내서 집을 산다면 더 신중해야할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참, 다음달 미 연준(Fed)의 FOMC회의가 열립니다. 금리를 또 올릴 가능성이 높다고 하네요. 참고하시고요.

김원장기자 (kim9@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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