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 안전진단 강화] "헌집 전세 싸진다" vs "30년전 생활수준 강요"

입력 2018. 2. 21. 0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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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아파트 재건축 안전진단 강화에 대한 평가가 극단적으로 엇갈리고 있다.

허윤경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오래된 아파트의 경우 구조 안전보다는 층간소음, 배수관 노후, 누수, 주차 불편 등 삶의 질 저하가 더 큰 문제였고 이를 감안해 지난 정부에서 규제를 풀었던 것"이라며 "불과 몇 년 만에 과거로 돌아가겠다는 것은 삶의 질보다는 집값 잡기의 수단으로 재건축 규제를 활용하겠다는 것밖에 안 된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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옹호론 “서민 강남 거주 가능“
허물지만 말고 유지ㆍ보수하자

비판론 “삶의 질 저하 어쩌나”
소득성장 걸맞는 주거환경 필요

[헤럴드경제=김성훈 기자] 정부의 아파트 재건축 안전진단 강화에 대한 평가가 극단적으로 엇갈리고 있다. 서민이 부담할 수 있는 저렴한 주택을 보호하는 효과가 있다는 옹호론과 열악한 주거환경을 방치한다는 비판론이다.

국토교통부가 20일 발표한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 정상화 방안’은 건물의 구조적 안전성에 큰 문제가 있는 경우에만 재건축을 허용한다는 것이 기본 원칙이다.

진미윤 LH토지주택연구원 연구위원은 “기존에는 연한만 채우면 무조건 재건축을 해야 할 것 같은 분위기가 형성돼 더 쓸 수 있는 주택도 사업이 추진됐는데, 앞으로는 유지ㆍ보수에 중심을 두자는 것”이라 설명했다.

[사진설명=재건축이 활발하게 진행 중인 서울 강남구 개포동 일대. 조만간 철거를 앞두고 있는 개포주공1단지는 전세가가 저렴해 세입자 비율이 80%가 넘는다. 재건축이 되면 양재천 너머 타워팰리스(사진 오른쪽 위) 고급 주거단지로 변신한다.]

낡은 아파트를 쉽게 철거하고 새로 짓는 일이 막히게 되면 싼 집(저렴주택)을 보호하는 효과가 있다는 진단도 있다. 서울의 낡은 아파트는 재건축 기대로 매매가만 높았지, 전세가는 저렴해 서민 주거 안정에 나름 기여해왔기 때문이다. 가령 강남 은마아파트 매매가는 15억원 안팎(101㎡ 기준)이지만, 전세가는 4억원대 중반에 불과하다. 강남의 다른 아파트들도 사정은 비슷해, 강남구 전체 아파트의 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율은 54.4%로 서울 25개 자치구 중 가장 낮다. 두번째로 낮은 곳은 서초구(57.3%), 네번째로 낮은 곳은 송파구(59.3%)다.

부촌인 강남에 그나마 서민들이 들어가 살 수 있는 것도 전세가가 낮은 낡은 아파트의 존재 덕분이다. 재건축을 위해 철거를 앞두고 있는 강동구 둔촌주공은 거주자 5900여 가구 중에 70% 이상이 세입자였다. 기껏해야 3억원 정도의 보증금에 전세를 살았던 이들은 재건축이 진행됨에 따라 인근 지역 빌라나 경기도 지역으로 이주한 상황이다. 조만간 이주를 시작할 강남구 개포주공1단지 역시 5000여 가구 중 80% 이상이 세입자다. 이들이 강남의 다른 새 아파트로 이주할 가능성은 낮다.

이러한 문제 때문에 현 정부 부동산 정책의 컨트롤타워인 김수현 청와대 사회수석은 ‘부동산은 끝났다’라는 저서에서 “낡은 주택을 허는 데만 급급할 것이 아니라, 싼 집을 보호하고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 연구위원은 “그나마 낡은 집들이 남아있어서 소셜 믹스(다양한 계층이 어우려져 사는 것)가 가능한 것”이라며 “모두 재건축이 돼버리면 강남의 성벽은 더 높아진다”고 말했다.

반면 다른 쪽에서는 낡은 집을 그대로 방치하는 것이 주거복지를 훼손하는 것이라고 비판한다. 1인당 소득수준이 5000달러에도 못미쳤던 1980년대에 지어졌던 아파트의 주거환경이 소득 3만달러 시대의 눈높이에 미치지 못한다는 것이다.

허윤경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오래된 아파트의 경우 구조 안전보다는 층간소음, 배수관 노후, 누수, 주차 불편 등 삶의 질 저하가 더 큰 문제였고 이를 감안해 지난 정부에서 규제를 풀었던 것”이라며 “불과 몇 년 만에 과거로 돌아가겠다는 것은 삶의 질보다는 집값 잡기의 수단으로 재건축 규제를 활용하겠다는 것밖에 안 된다”고 비판했다.

paq@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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