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동 재건축 과제 '종상향'..무엇이 2종과 3종을 갈랐을까

권소현 입력 2018. 2. 21. 10:41 수정 2018. 2. 21.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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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대 조성된 목동 신시가지 vs 개발 소외된 옛시가지
2003년 종세분화때 신정뉴타운 개발 이슈에 발목
저층 비율 높은 목동 1·2·3단지 2종으로 묶여
"기부체납 없이 종상향" 주장
용왕산 근린공원 주변의 목동[사진=서울시]
[이데일리 권소현 기자] 서울시 양천구 목동 1·2·3단지 주민들이 일반주거지역 3종으로 상향해줄 것을 요구하며 집단행동에 나선 가운데 목동 신시가지 아파트의 단지별로 종이 엇갈린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2003년 서울시 주거지역에 대한 종세분화 작업에서 목동 4~14단지는 3종 일반주거지역으로 분류된 반면 1·2·3단지는 2종이 되면서 재건축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목동 1·2·3단지 주민들은 당시 분류가 잘못됐다며 3종 요건을 갖추고 있는 만큼 조건없는 종상향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2003년 종세분화때 엇갈린 운명

21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본래 서울시 주거지역은 종별 구분 없이 일반주거지역으로 건폐율 60%, 용적률 300%을 일괄 적용했다. 그러다 2003년 7월부터 시행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에 따라 모든 일반주거지가 1~3종으로 세분화해 용적률과 층고제한에 차별을 뒀다. 난개발을 막기 위한 조치였다.

1종은 용적률 150%(층수 제한 4층), 2종은 200%(층수 제한 7층과 12층), 3종은 250%(층수 제한 없음)를 적용받는다. 건폐율은 1종과 2종은 60%, 3종은 50%다. 3종 일반주거지역이어야 건물을 더 높게 지을 수 있다는 의미다.

당시 구별로 종세분화 안을 만들어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에 제출했지만 양천구는 유독 막판까지 종세분화 작업에 진통을 겪었다. 동쪽과 서쪽 지역간 발전 정도에 차이가 큰 만큼 의견조율이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논밭이 대부분이었던 목동은 1983년 택지개발촉진법에 의해 서울 내 첫 신시가지 개발 대상지가 됐다. 1983년 4월 서울 목동지구 개발계획이 발표된 후 대규모 아파트 단지 공사가 시작됐다. 1985년 목동 1단지 입주를 시작으로 1985년 14단지까지 입주하면서 신시가지가 완성됐다. 이와 함께 학교 21곳, 어린이공원 19곳, 녹지 27곳, 도서관, 종합병원, 종합운동장 등 각종 편의시설을 갖춰 강남 못지 않은 주거환경이 조성됐다. 반면 단지 아파트 밖의 신정동 등 옛 시가지는 여전히 낡은 연립주택으로 가득했고 개발에서 소외됐다는 불만이 팽배했다.

종세분화 작업을 하면서 서울시는 양천구에 3종 일반주거지역의 비중을 36.6%로 한정하라는 지침을 내렸지만 목동 신시가지 면적만 전체 일반 주거지역의 37%에 달했다. 3종 일반주거지역에 지정되려면 13층 이상인 건물수가 총 건물의 10%를 초과해야 하는데 목동 신시가지 1~14단지가 모두 이 조건은 충족한 상태였다.

양천구는 이에 따라 3종 비율을 50.7%로 늘리는 안을 제출했고, 서울시는 다른 구와의 형평성을 이유로 이보다 10%포인트 낮춘 41%로 최종 결정했다. 양천구는 목동 신시가지 아파트 단지를 모두 3종 일반주거지역으로 지정하면 개발이 필요한 옛 시가지에 3종을 부여할 여력이 줄어드는 만큼 상대적으로 저층 비중이 높은 목동 1·2·3단지를 2종으로 묶은 것이다.

추재엽 당시 양천구청장은 층고가 높은 목동 아파트는 2종이나 3종이나 마찬가지지 새로 개발할 지역을 위한 지구단위 계획상 양천구 종세분화 평균을 맞추기 위해 재건축 연한이 도래하면 3종으로 바꿔주겠다고 약속한 것으로 전해졌다. 재건축 연한이 당시에는 40년이었던 만큼 주민들의 반발도 크지 않아 양천구의 종세분화는 이렇게 마무리됐다.

신시가지 기공식 당시 허허벌판이었던 목동 일대[사진=서울사진아카이브]
◇기부채납 여부 두고 줄다리기

하지만 재건축 연한이 30년으로 짧아지고 목동 신시가지 단지가 모두 연한을 넘기면서 엇갈린 일반주거지 종이 재건축 발목을 잡고 있다. 당장 2종으로는 용적률 제한에 사업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가장 손쉽게 3종으로 상향조정할 수 있는 방법은 기부채납을 하는 것이다. 대치 청실이나 가락시영 등이 기부채납을 통해 3종으로 상향해 재건축에 들어갔다.

그러나 12층 이하였던 대치 청실이나 5층 이하였던 가락 시영은 2종 일반주거지 조건에 부합했던 곳이다. 따라서 규정에 따라 기부채납을 하고 종상향을 하는 것이 맞지만 목동 1·2·3단지는 원래 3종 조건이었기 때문에 다른 지역과 형평성을 논하는 것은 맞지 않다는게 양천구와 목동 주민들의 주장이다.

목동 1단지의 경우 13층 이상인 건물 수의 비중이 23.5%, 2단지는 21.6%, 3단지는 20%로 3종을 위한 기준인 10%를 크게 웃돈다. 목동 1단지의 경우 3종인 5단지의 22.2%보다 높다.

목동 1·2·3단지 조건없는 3종환원 추진연합의 최신구 사무국장은 “3종 조건에 부합하는데 2종을 받은 곳은 서울시에서 목동 1·2·3단지가 유일하다”며 “신정뉴타운 때문에 희생된 면이 있는데 기부채납 없이 3종으로 환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양천구는 목동 1·2·3단지를 3종으로 상향하는 안을 포함해 지구단위 계획안을 작성, 서울시에 협의를 요청한 상태다. 하지만 서울시는 다른 지역과의 형평성을 고려해야 한다며 신중한 입장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서울시 기준에 의하면 종상향은 기부채납을 조건으로 하고 있다”며 “종상향에 대한 원칙이라는 것이 있는 만큼 기부채납에 대한 주민들과의 간극을 어떻게 좁혀갈 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권소현 (juddie@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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