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3조4000억 신안산선, 정부 돈이 80% '무늬만 민자' .. 요금도 2000원대

강갑생 2018. 2. 22. 0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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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6km 구간 이르면 2023년 개통
사실상 정부 예산으로 건설하는데
수도권 지하철요금보다 훨씬 비싸

정부가 민자사업으로 추진 중인 3조 4000억원 규모의 신안산선 복선전철사업이 실제로는 정부 부담이 최대 80%에 달하는 ‘무늬만 민자사업’인 것으로 확인됐다. 또 정부 지원이 이처럼 많은데도 요금은 수도권 지하철 요금(1250원)보다 훨씬 비싼 2000원 선이 될 전망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21일 철도업계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말 ‘신안산선 복선전철 민자사업 기본계획(변경)’을 재고시하고 민자사업자 공모를 시작했다. 현재 2차 평가가 진행 중이다. 신안산선은 경기도 안산~광명~여의도, 송산차량기지~시흥시청~광명을 잇는 총연장 43.6㎞ 구간으로 이르면 2023년께 개통 예정이다.

[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국토부는 이 계획에서 위험분담형 민자사업(BTO-rs)방식을 처음으로 적용했다. 주무 관청이 민간사업자가 내야 할 돈의 일정 부분을 분담해 부담을 덜어주는 방식이다. 문제는 국토부가 책정한 위험분담비율이 60%나 된다는 것이다. 신안산선의 경우 총 사업비 3조 4000억원을 우선 정부와 민자사업자가 각각 절반(1조 7000억원)씩 나눠 부담하게 된다. 위험분담비율은 이 민자사업자가 낼 돈에 적용된다. 민간이 부담할 1조 7000억원의 60%인 1조 200억원을 정부가 떠안아 준다는 의미다. 민자사업자가 정부 보증으로 우선 돈을 빌려 쓰면 정부가 운영 기간(40년) 동안 이를 나눠서 지급하는 방식이다.

이렇게 되면 정부 부담액은 최대 2조 7200억원으로 전체 사업비의 80%나 된다. 실제 운영수입과 민간사업자의 수익률 수준에 따라 일부 달라질 가능성은 있지만 사실상 재정사업과 별반 차이가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내 민자사업 가운데 정부가 사업비의 80%를 책임진 전례는 없다. 익명을 요구한 국책연구기관의 박사는 “민간에 더 많은 지원을 해서라도 사업에 끌어들이려는 건데 무리한 측면이 있다”고 비판했다.

더 논란이 되는 건 요금이다. 막대한 정부 재정이 투입되는데도 요금은 수도권 지하철 요금보다 800~900원가량 높은 2000원 선에서 결정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철도업계 안팎에서는 민자사업인 신분당선( 기본요금 2150원)과 비슷한 선에서 정해질 거란 관측이 나온다. 김시곤 서울과학기술대 교수는 “사실상 정부 예산으로 하는 사업이나 마찬가지인데도 요금이 훨씬 비싼 건 철도의 공공성 측면에서 문제가 될 것”이라며 “사업성에 대한 면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신안선선 사업은 당초 재정사업으로 계획됐으나 2015년 국회에서 민자사업 대상으로 변경됐으며 지난해 두 차례 민자사업자 선정에 실패했다.

이에 대해 김태형 국토부 민자철도과장은 “민간사업자가 위험부담을 모두 떠안는 순수 수익형민자사업(BTO)으로는 민자 유치가 안 되기 때문에 BTO-rs를 도입한 것”이라며 “민자사업자와의 협상 단계에서 가급적 정부 부담과 요금을 낮추겠다”고 말했다.

강갑생 교통전문기자 kksk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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