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장원의 부동산 노트]은마· 잠실주공5단지 다시 안전진단 받으면 통과할까

안장원 2018. 2. 22.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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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마·잠실주공5단지 2010년 안전진단 통과
'조건부 재건축' 판정..규제 완화 등 덕 봐
새 기준은 2006년 노무현 정부 수준
사실상 재건축 진입로 봉쇄인 셈
지금 신청해도 새 기준 적용 받을 듯
초고층 재건축 기대에 부풀어 있는 잠실 주공5단지. 2006년 고배를 마시고 4년 두인 2010년 규제 완화 등에 힘입어 재건축 안전진단을 통과했다.
주택시장 선두그룹으로 기존 주택시장과 분양시장을 달군 서울 서초구 반포동 일대 재건축 단지들. 차세대 재건축 유망주로 강남구 대치동 은마와 송파구 잠실동 주공5단지가 꼽힌다. 이제 층수 등 재건축 청사진을 마련하고 아직 사업승인은 받지 못한 사업 중반 단계다.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재건축부담금제)을 피하지는 못해도 안전진단은 통과해 재건축 ‘도장’은 받아놓은 상태다. 지난 20일 정부의 재건축 안전진단 강화 발표에 내심 안도했다.

이들 단지도 안전진단 아픔을 겪었다. 둘 다 안전진단 고배를 마셨다. 은마는 2002년 첫 탈락 후 2010년 통과까지 8년을 보냈다. 잠실주공5단지는 2006년 예비안전진단(현 현지조사) 문턱을 넘지 못했다가 4년 뒤에 재건축 대상으로 확정됐다. 1979년에 지어진 은마는 31년 만에, 은마보다 1년 전에 준공된 잠실 주공5단지는 32년 만에 재건축을 시작할 수 있게 됐다.

은마와 잠실주공5단지가 힘겹게 안전진단을 통과한 2010년은 주택형이 중형이고 높이가 15층 정도인 중층 단지들의 재건축 행보가 본격화한 때다.

━ 2010년 은마·잠실주공5단지 '조건부 재건축' 판정

은마와 잠실주공5단지가 정부의 새 기준으로 다시 안전진단을 받으면 ‘재건축’ 판정을 받을 수 있을까. 2010년 이후 8년간 심해진 노후화를 제외하고 2010년 시점으로 보면 힘들다.

이들 단지의 안전진단 통과에는 1년 전인 2009년 이명박 정부의 안전진단 기준 완화가 도움됐다. 안전진단 평가 항목 중 당시 비중이 가장 컸던 ‘구조안전성’이 50%에서 40%로 낮춰졌고 ‘주거환경’과 ‘비용편익’이 각각 10%에서 15%로 올라갔다. 이번에 바뀌는 기준에서는 구조안전성이 50%, 주거환경 15%, 비용 10%다. 2010년보다 문턱이 훨씬 높다.

은마와 잠실주공5단지는 ‘조건부 재건축’ 판정을 받고 재건축에 들어갔다. 안전진단 시행업체인 한국시설안전연구원이 산정한 은마의 최종 성능점수는 50.38점이었다. 조건부 재건축에 해당하는 D등급이다.

잠실주공5단지도 한국건설안전기술원의 안전진단 결과 D등급을 받았다. 이전에 조건부 재건축은 별다른 조건 없이 그냥 재건축할 수 있는 판정이었다. 정부는 앞으로 조건부 재건축을 검증하기로 했다.

정부가 지난 20일 발표한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 정상화’는 사실상 재건축 불허로 업계는 보고 있다. ‘정상화’라는 말은 노무현 정부 이후 정부들에서 ‘비정상’화한 안전진단 기준을 과거 수준으로 다시 올린다는 의미다.

━ 2006년 수준으로 돌아간 안전진단

새 안전진단 기준은 거의 노무현 정부 때의 최고 수준이다. 노무현 정부는 연초부터 집값이 급등하던 2006년 ‘3·30주택시장 합리화 방안’을 내놓았다. ‘재건축제도 합리화’를 위해 안전진단 기준을 강화하기로 했다. 재건축 개발이익을 환수하는 제도를 도입하겠다며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재건축부담금제)를 예고한 것도 이때다.
당시 정부는 “안전 확보보다 시세 차익을 노리고 행해지는 무분별한 재건축이 지양될 수 있도록 안전진단의 객관성과 신뢰성을 높이겠다”고 했다.

주요 내용은 다음 세 가지였다. ①안전진단 실시 여부를 결정하는 예비평가(현 현지조사)를 시설안전기술공단·건설기술연구원 등 공적기관이 수행토록 한다.

②민간기관이 실시한 안전진단 결과에 대한 재검토 의뢰 권한을 시도지사로 상향 조정하고, 필요한 경우 건교부(현 국토부) 장관도 직접 재검토 요청을 할 수 있도록 한다.

③재건축 판정 기준을 전면 개선하여 안전진단시 객관적 평가항목을 확대하고 판정요건 점수 기준을 강화한다.

지난 20일 발표된 대책은 이의 업그레이드 판이다. ①시장‧군수가 안전진단 실시 여부를 결정하는 첫 단계인 현지조사 단계부터 전문성 있는 공공기관(한국시설안전공단·한국건설기술연구원)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한다.

②안전진단 종합판정 결과, ‘조건부 재건축’ 판정을 받은 경우 안전진단 결과 보고서에 대한 공공기관의 적정성 검토를 거쳐 재건축사업 추진 여부를 결정토록 한다.

③안전진단 종합판정을 위한 평가항목별 가중치를 조정한다. 20%까지 떨어진 ‘구조안전성’ 가중치를 2006년과 같은 50%로 높인다. 2015년 층간소음만으로도 재건축할 수 있을 정도로 높인 주거환경 가중치(40%)는 15%로 낮춘다.

새 기준의 강도가 얼마나 셀까. 안전진단이 지금까지는 형식적인 절차, 통과의례였다면 앞으로는 넘기 어려운 난관이 될 수 있다. 재건축으로 들어가는 문의 문턱이 확 올라가는 셈이다. 재건축 진입로 봉쇄나 마찬가지다.

━ 2006년 안전진단 강화 후 줄줄이 퇴짜

2007년 1월 당시 건설교통부의 발표에 따르면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이 강화돼 시행된 2006년 8월 이후 전국에서 7개 아파트 단지가 안전진단을 신청했다가 모두 예비평가도 통과하지 못했다.
자료: 국토교통부
끊기다시피 한 재건축 안전진단 통과는 2009년 안전진단 기준이 완화된 뒤 2010년부터 다시 줄을 이으며 현재 재건축 사업 붐을 낳았다.

안전진단 강화는 치명적인 재건축 규제가 될 가능성이 크다. 이번에 바뀌는 안전진단 기준을 적용하면 은마도 간당간당하다. 은마는 당시 평가항목별 가중치를 반영한 최종 성능점수가 50.38로 '조건부 재건축' 판정을 받고 재건축할 수 있었다. 새 기준으로는 54.26점으로 올라간다. 거의 1점 차이로 간신히 조건부 재건축(31~55점)에 해당하는 점수다. 56점 이상이면 '유지보수'다.

잠실주공5단지의 성능 점수는 50.40점이었다.

재건축 안전진단의 자세한 내용에 대한 궁금증을 정리했다.

Q : 재건축에 안전진단이 필수인가. A : “아파트 등 공동주택 재건축에만 필요하다. 단독주택 재건축은 안전진단 없이 연한 등 요건만 채우면 된다.

공동주택을 대상으로 하는 안전진단은 자치단체가 재건축의 필요성을 검증해 사업 시행 여부를 결정하기 위해 도입됐다. 안전진단을 통과해야 재건축 정비계획을 수립하고 추진위를 만들어 재건축을 추진할 수 있다.”

자료: 국토교통부

Q : 안전진단은 예비와 정밀로 나뉘나. A : “과거에는 예비와 정밀로 나눴지만 지금은 ‘현지조사’와 ‘안전진단’으로 구분된다.

현지조사는 안전진단 실시여 부를 판단하기 위한 절차다. 시장‧군수 등이 육안조사 및 설계도서 검토 등을 통해 ‘유지보수’ 또는 ‘안전진단 실시’로 판정한다."

Q : 안전진단은 누가 하나. A : “원칙적으로 재건축 정비계획 수립권자인 자치단체가 한다. 다만 주민 10분의 1 이상의 요구가 있으면 해야 한다.”

Q : 안전진단 비용은 얼마나 되나. A : “대개 500가구 기준으로 1억원 정도다. 3000가구가 넘는 대단지는 3억원 이상이다.

안전진단 책임을 맡은 자치단체가 비용 부담을 하지만 주민이 요구한 경우엔 주민들에게 부담시킬 수 있다.”

Q : 조건부 재건축 판정은 경우에 따라 재건축할 수 없다는 뜻인가. A : “조건부 재건축은 붕괴 우려 등 구조적 결함이 없어 재건축 필요성이 명확하지 않은 경우를 말한다. ‘유지보수’와 ‘재건축’ 판정의 중간영역으로 종합평가점수 30~55점에 해당한다. 평가등급 D급이다.

이제까지 90% 이상이 조건부 재건축 판정을 받았는데 사실상 재건축 판정으로 받아들여졌다.

정부는 앞으로 조건부 재건축 판정의 경우 안전진단 결과보고서에 대해 공공기관에서 적적성을 검토하기로 했다.

검토 결과, 유지보수 결정이 나면 재건축할 수 없다.”

Q : 안전진단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구조안전성 평가는 어떻게 하나. A : “구조안전성 평가 부문은 기울기 및 침하, 내하력, 내구성이다. 단지 내 표본을 선정해 조사한다. 조사결과에 요소별 중요도를 고려해 성능점수를 산정한다. 성능점수는 다른 평가항목과 마찬가지로 A~E등급의 5단계로 구분하여 평가한다. A~E의 대표 성능점수는 각 100, 90, 70, 40, 0점이다.“

자료: 국토교통부

Q : 앞으로 가중치가 크게 떨어지는 주거환경 평가는 무엇을 말하나. A : “주거환경 평가는 도시미관, 소방활동의 용이성, 침수피해 가능성, 세대당 주차대수, 일조환경 사생활침해, 에너지효율성, 노약자와 어린이 생활환경, 실내생활공간의 적정성 등 9개 항목에 대하여 조사·평가한다.

당초 5개였는데 2015년 정부가 구조안전성 비중을 낮추고 주거환경 부문의 중요성을 높일 때 사생활 침해, 에너지 효율성, 노약자와 어린이 생활환경, 실내생활공간의 적정성을 추가했다. 실내생활공간의 적성성이 층간소음 등을 말한다.

도시미관, 소방활동의 용이성, 침수피해 가능성, 세대당 주차대수, 일조환경, 노약자와 어린이 생활환경은 단지 전체에 대해 조사한다. 소방활동의 용이성, 일조환경은 단지 전체와 표본 동을 선정해 평가한다. 사생활 침해, 에너지 효율성, 실내 생활공간의 적정성은 단지동 뿐만 아니라 표본 세대를 정해 평가한다.”

Q : 바뀌는 기준이 시행되기 전에 안전진단을 신청하면 기존 기준을 따르나. A : “그렇지 않다. 개정 안전진단 기준은 개정안 시행일 이후 자치단체가 안전진단 기관에 안전진단을 의뢰하는 분부터 적용된다.

그 전에 안전진단만 신청됐거나 현지조사를 통해 안전진단 실시가 결정됐다 하더라도 안 된다. 새로운 기준 시행일에 실제로 안전진단 기관에 안전진단 의뢰가 이루어지지 않았다면 개정 기준이 적용된다.

새 기준 시행은 다음달 말이나 4월이 될 것 같다. 지금 서둘러 신청하더라도 새 기준을 피하기 어렵다.” 안장원 기자 ahnjw@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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