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진단 강화'로 멘붕에 빠진 재건축 단지들

김노향 기자 2018. 3. 14. 0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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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일 정부의 ‘재건축 안전진단기준 정상화’가 시행되면서 시장 반응이 예상보다 거세다. 재건축을 기다리던 서울 아파트 주민들은 위헌소송과 헌법소원마저 제기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하늘 높은 줄 모르던 서울 아파트값이 주춤하면서 분양시장도 수요자의 눈치를 살핀다.
서울 강남 아파트단지. /사진=뉴스1

◆건전한 시장 육성 vs 재산권 침해

국토교통부의 새 안전진단기준에 따라 앞으로는 오래된 아파트라도 구조안전성 이상, 즉 붕괴위험이 없으면 재건축사업을 추진할 수 없다. 현행 재건축연한에 따르면 준공 30년 이상 아파트는 구조안전성에 문제가 없어도 재건축사업을 승인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이 같은 맹목적인 재건축사업 추진에 제동이 걸렸다. 새 안전진단의 내용을 구체적으로 보면 재건축사업을 승인받기 위한 안전진단 배점에서 구조안정성은 높아지고 주거환경은 낮아졌다. 대신 주거환경 부문에서 주차공간, 소방차 진입 용이성 등을 고려해 재개발 필요성이 있으면 가점을 부여하기로 절충했다.

새 기준은 시행일 이후 시·군·구청장이 민간 안전진단기관에 안전진단을 의뢰한 아파트에 한해서 적용한다. 따라서 재건축사업을 추진 중이던 아파트라도 안전진단을 받지 않은 상태라면 사실상 재건축이 어렵게 됐다.

실제로 목동 신시가지 아파트와 도곡동 개포우성5차, 명일동 고덕주공9단지·삼익그린2차, 잠실동 아시아선수촌, 방이동 올림픽선수기자촌, 상계동 주공아파트, 성내동 현대아파트, 공릉동 태릉우성 등은 안전진단 용역계약 준비 도중 발목이 잡혔다. 이 중 개포우성5차, 고덕주공9단지, 아시아선수촌, 성내 현대아파트 주민들은 결국 용역업체 입찰을 취소했다.

정부가 안전진단기준을 강화한 것은 재건축 투기를 막고 실수요자 중심의 시장을 만들겠다는 의도지만 집단반발은 사그라들 기미가 안보인다.

열흘간의 행정예고 기간 동안 반대민원이 8000여건에 달했고 청와대 국민청원도 진행됐다. 목동 신시가지 주민으로 구성된 양천연대는 세종시 국토부 청사를 방문해 성명서를 전달하기도 했다. 양천연대는 지난 6일 법무법인 인본과 법률자문 계약을 맺고 정부의 안전진단기준 강화에 대한 위헌 여부를 판단해달라고 의뢰했다. 양천연대 관계자는 “재건축 규제는 국민 재산권의 침해”라며 “주민들의 소송 참여를 독려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고덕주공9단지, 삼익그린2차, 신동아아파트 주민들로 구성된 ‘강동구 재건축 공동대책위원회’도 법무법인 인본에 자문을 의뢰한 상태다. 서울 재건축 예정단지 주민들은 부산 주민과도 연대해 ‘비강남권 죽이기 저지 범국민 대책본부’(가칭) 설립을 추진하고 헌법소원을 제기할 계획이다.


◆기세 꺾인 서울 아파트값
시장이 혼란스러워지자 아파트 호가도 떨어지는 추세다. 양천구 목동 신시가지 6단지는 전용면적 48㎡ 기준 8억원선에서 거래되다가 최근 1000만~2000만원이 떨어졌다. 7단지 전용 53㎡도 호가가 9억7000만원까지 치솟았다가 최근 9억원에 나왔다. 

목동 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매매 자체가 뚝 끊긴 상황”이라며 “요즘은 시세보다 1억원가량 떨어지면 연락달라는 매수 문의가 있을 정도”라고 말했다.

강동구 방이동 올림픽선수촌 역시 전용 84㎡ 시세가 지난달 초 15억5000만원에서 이달 들어 14억5000만원으로 1억원 떨어졌다. 

새 기준 시행 이후 서울 아파트값 상승률도 줄어들었다. 한국감정원이 지난 8일 발표한 ‘주간 아파트가격 동향’에 따르면 3월 첫주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0.12% 상승했다. 상승률은 일주일 사이 0.09%포인트 줄었고 상승폭이 6주째 둔화되고 있다.

특히 강남4구(강남·서초·송파·강동)의 상승률 둔화폭이 컸다. 이번 규제의 영향이 큰 지역들이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안전진단 규제를 받는 단지와 아닌 단지 간의 양극화가 심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안전진단을 마친 아파트나 입주한 지 얼마 안된 새 아파트, 재개발단지 등으로 수요가 몰리는 풍선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건설사 재건축사업 올스톱

건설업계의 시름도 깊어졌다. 아파트사업 비중이 높은 건설사는 매출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재건축사업 규모가 줄어들면 시공사 선정 경쟁은 지금보다 더 치열해질 수밖에 없다.

부동산시장에서는 재건축 수주물량이 현재의 3분의1 수준으로 줄어들 것이라는 추산을 내놓고 있다.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도시정비사업 대부분이 재건축인 상황에서 아웃풋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면서 “30~40년 장기사업계획도 큰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다른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재건축사업이 장기간 지연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시공사 계약 이후 실제 공사는 3~4년 후 이뤄지기 때문에 당장은 매출 타격이 없더라도 장기적으로는 악재”라고 말했다.

특히 시공능력 상위 대형건설사들은 2010년 전후로 해외사업 손실이 커지면서 국내 주택사업 비중을 높이고 있기 때문에 상황이 더욱 나빠질 전망이다. 해외사업 비중은 최고 60%대까지 높아졌다가 최근 30~40%대로 낮아졌다.

이에 건설사의 체감경기도 악화됐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지난달 건설업 경기실사지수(CBSI)는 81.5로 한달 사이 0.8포인트 하락했다. 박철한 부연구위원은 “재건축사업이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돼 대형건설사의 심리적인 위축이 악영향을 미쳤다”며 “이번달 건설경기도 계속 부진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31호(2018년 3월14~20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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