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대신 뜨는 한남.. 3.3㎡당 1억 '위험한 매력'

신희은 기자 입력 2018. 3. 17. 09:0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생생부동산]2-3개월새 웃돈 수억원 '급등'.."투자금액 크고, 실속 미지수"

“소액투자물건은 씨가 말랐어요. 웃돈 몇 억은 각오하셔야 돼요”

지난 9일 오후에 찾은 서울 용산구 한남동 한남3구역 부동산 중개업소에선 ‘매물’을 묻자 손사래부터 쳤다. 중개업소 대표는 수첩에 빼곡히 적힌 이름과 연락처를 보여주며 ‘대기자’들이 줄을 섰다고 했다. 잠깐 동안에도 시세와 매물을 문의하는 전화가 수차례 울렸다.

오래된 단독과 다가구주택, 빌라가 골목골목 들어찬 한남3구역은 한남뉴타운에서도 정비사업 진척이 가장 빠른 곳이다. 조합설립인가 후 지난해 10월 가장 먼저 건축심의를 통과했다. 한남뉴타운 내에서 가장 큰 면적 39만3729㎡에 최고 22층, 총 5816가구가 들어설 계획이다.

건축심의를 거치면서 남산경관과 구릉지 입지 등을 고려해 최고층수가 당초 계획했던 29층에서 22층으로 낮아졌다. 테라스하우스 등 형태로 아파트 195개 동이 들어서게 되는데 전체의 83.7%를 전용면적 85㎡ 이하 중소형 평형으로 공급할 예정이다.

한남3구역 조합은 연내 관리처분인가를 받는 것을 목표로 사업 추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5~6년 내 일반분양이 가능하도록 사업을 최대한 앞당기겠다는 전략이다. 사업이 속도를 내면서 지난해 하반기부터 중단기 시세차익을 노린 투자자들이 꾸준히 몰려 들었다.

정부의 8·2 부동산 대책 이후 ‘풍선효과’까지 나타나면서 매매가는 서울 시내 뉴타운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으로 치솟았다. 한남3구역 내 대지지분 33㎡ 소형 빌라의 시세는 3.3㎡당 1억원을 호가한다. 2억원 안팎의 부담금을 추가로 내면 전용 84㎡ 아파트 1채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소 몸집이 큰 매물들의 가격도 3.3㎡당 5000만원 수준에 육박한다. 전용 84㎡ 입주권을 받을 수 있는 보광동 대지 79㎡ 주택은 12억 3000만원에 매물로 나와 있다. 대형 평형 1채를 받을 수 있는 대지 198㎡ 주택은 호가가 22억8000만원으로 3.3㎡당 시세는 비교적 낮은 편이다.

노후주택으로 전세세입자가 있더라도 보증금 액수가 적고 대출가능금액도 많지 않아 소형 빌라와 주택이 인기다. 실투자금액이 크다보니 현금보유력이 있는 강남 지역 자산가들이 눈여겨보는 지역으로 꼽힌다. 실거주 목적 장기투자도 있지만 상당수가 투자 목적이라는 게 현지 부동산 중개업소의 설명이다.

H부동산 중개업소 관계자는 “정부가 강남 재건축 규제에 나서면서 투자수요가 한남뉴타운으로 몰려 들어 소형 평형은 매물을 찾기 어려울 정도”라며 “뒤로는 남산, 앞으로는 한강을 끼고 있고 강남과 강북이 모두 가까운 입지여서 개발되면 강남 못잖은 몸값을 자랑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한남3구역에 몰린 투자수요는 인근 2구역과 4구역으로도 확산되는 추세다. 한남2구역과 4구역은 현재 건축심의 준비 단계다. 지분 쪼개기가 극심한 한남3구역과 비교해 조합원 수가 상대적으로 적고 사업성도 낫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입지는 한강과 인접한 5구역이 가장 좋지만, 서울시의 높이 제한으로 초고층 재개발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4구역은 건축심의 준비 중이며 1구역은 반대 주민이 많아 구역 지정이 해제됐다.

강남 투자자들이 대거 몰린 ‘핫한 뉴타운’이지만 사업성에 대해선 의견이 분분하다. 33㎡ 안팎의 소형 매물도 전세를 끼고 최소 현금 6~7억원이 있어야 투자가 가능하고, 분양가가 강남 수준을 넘어설 수 있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정부가 HUG(주택도시보증공사)를 통해 사실상 분양가를 시세 이하로 제한하는 상황에서 3.3㎡당 4000만~5000만원대를 넘는 가격에 분양하기는 쉽지 않다. 5~6년 후 규제가 완화돼 높은 가격에 분양하게 될 수 있더라도 성공 가능성이 미지수다.

용산 개발이란 대형 호재에도 불구하고 대중교통 접근성이 떨어지고 학군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는 점도 약점으로 꼽힌다. 이로 인해 단기 시세차익을 노린 투기가 많아 가격 거품이 꺼지기 전까지 ‘폭탄돌리기’ 양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실제 한남뉴타운 일대 매매가는 시장 침체에 따른 사업지연 등으로 과거 3.3㎡당 1억원 수준에서 ‘반토막’까지 하락했다가 최근 들어서 전고점을 회복했다. 수 개월 새 1억~2억원 이상 급등한 탓에 기존 투자자들 상당수가 차익실현에 나섰다.
전문가들은 투자금액이 크고, 사업 진행 속도도 장담할 수 없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집값 상승이나 고분양가에 대한 정부 규제가 지속 되는 것도 부담이다.

박원갑 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부동산 수석연구위원은 “재개발, 뉴타운은 재건축과 달리 사업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있고, 갭투자도 어렵다”며 “신DTI(총부채상환비율) 규제 등에 따른 자금조달 계획을 철저히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희은 기자 gorgon@mt.co.kr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