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규제가 빚은 '10만 청약 인파'.."목돈 없으면 그림의 떡"

김수현 기자 2018. 3. 19. 08:53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대기줄 1㎞에, 견본주택 방문 자제 요청까지….”

16일 서울 서초구 양재동에 문을 연 ‘디에이치자이 개포’ 모델하우스 앞으로 끝이 보이지 않는 줄이 늘어섰다. 오전 10시 모델하우스가 문을 열었을 때 입장 대기 인원이 4000여명에 달했고, 주말 내내 일대가 혼잡을 빚었다. 일부 방문객은 모델하우스 입장까지 4시간 넘게 기다리기도 했다. 현대건설은 “평일임에도 1만5000여명이 방문했고, 모델하우스를 오후 8시까지 연장 운영했다”고 밝혔다. /장련성 객원기자

개포와 논현, 과천. 낮은 분양가로 당첨만 되면 수억원의 시세차익을 벌 수 있다는 ‘로또아파트’로 꼽히는 견본주택(모델하우스) 3곳이 지난 16일 일제히 문을 연 가운데, 이들 견본주택에 주말 사흘간 무려 10만 명이 넘는 인파가 몰렸다. 정부가 당첨자를 대상으로 강도 높은 세무조사를 진행하겠다는 으름장도 통하지 않았다. 주택시장 규제가 낳은 역효과란 평가까지 나온다.

19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서울 강남구 일원동 개포주공 8단지 재건축 아파트인 ‘디에이치자이 개포’ 모델하우스에는 개관 이후 사흘간 4만3000여명이 다녀갔다. 첫날에는 정오를 넘기면서 방문객 대기줄이 1㎞ 넘게 이어지기도 했고, 일대 교통혼잡이 빚어지면서 건설사가 예비 청약자들에게 견본주택 방문을 자제해달라는 문자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SK건설·롯데건설이 경기 과천시 원문동·별양동 일대에 과천주공 2단지 아파트를 재건축해 짓는 ‘과천 위버필드’에도 견본주택 오픈 이후 주말 사흘 동안 2만6000여명의 관람객이 다녀갔다. 1순위 해당 지역 자격을 과천시 주민들만 갖고 있는데도 몰린 엄청난 구름 인파다.

HDC아이앤콘스가 강남구 논현동에 공급한 ‘논현 아이파크’ 모델하우스에는 개관 이후 사흘간 2만여명이 방문했다. 일반분양 물량이 99가구에 불과해 실수요자 위주로 견본주택을 찾았다.

정부가 강남권 재건축 단지 당첨자에 대해 위장전입을 직권으로 조사하고 자금출처 조사를 진행하겠다고 밝혔지만 시장 열기를 누르기엔 역부족이다. 주택시장을 타깃으로 한 겹겹의 규제 장치가 되레 이런 인기지역 쏠림 현상을 낳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들 단지는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분양보증 승인을 통해 사실상 분양가를 통제하면서 주변 시세보다 낮은 가격에 분양가가 책정됐다. 당첨만 되면 억대의 시세차익을 앉아서 누릴 수 있다는 ‘로또 아파트’로 꼽히면서 관심이 집중됐다.

개포주공 8단지의 경우 원래 3.3㎡당 4000만원 후반대에서 분양가가 책정될 것으로 예상됐지만, HUG의 압박에 3.3㎡당 4160만원으로 끌어내려졌다. 전용 84㎡의 경우 14억원 전후로, 인근 ‘래미안 블레스티지’(개포주공 2단지 재건축) 분양권 최근 시세와 비교하면 많게는 4억원 가까이 가격이 낮다.

과천 위버필드(3.3㎡당 2955만원) 역시 과천시 역대 최고 분양가긴 하지만, 과천 기존 아파트 시세가 이미 3.3㎡당 3000만원을 넘어섰기 때문에 청약자들이 몰리기에 충분했다.

여기에 정부가 다주택자 압박 강도를 연일 높여가면서 입지 좋은 곳의 ‘똘똘한 한채’에 대한 관심은 어느 때보다 높아진 상황. 서울의 경우 재개발·재건축에 대한 정부의 규제로 앞으로 공급이 부족해질 것이란 전망이 우세해 새 아파트 선호 현상은 더 두드러지고 있다. 세 단지 모두 최소 준강남권 입지에 교통과 학군까지 갖췄고 대형 건설사가 시공해 시장에서 선호하는 똘똘한 한채 요건을 두루 갖추고 있다.

세 단지 모두 일부 소형 주택형을 제외하면 분양가가 9억원을 넘어 HUG의 중도금 대출이 불가능하고, 건설사들도 시공사 자체 보증을 진행하지 않기로 했다. 계약자들이 자력으로 자금을 조달해야 해 부담이 큰 만큼 청약 결과는 지켜봐야 한다는 지적도 있지만, 결과적으로 청약 흥행에는 문제가 없을 것이란 평이 우세하다.

지난달 분양을 진행한 ‘과천 센트럴파크 푸르지오 써밋’(과천주공 7-1단지 재건축)의 경우 1순위 청약 미달이 나왔고, 일반분양 물량 중 22%에 달하는 128가구가 미계약·부적격 물량으로 나왔다. 하지만 이후 진행된 선착순 분양에서 1500여명이나 몰리며 10대1이 넘는 경쟁률로 마감됐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정부 규제가 로또아파트를 양산하고 있고, 이런 인기 단지는 자금력이 있는 일부 수요자들만 누릴 수 있게 시장이 왜곡됐다”고 지적했다.

정부의 전방위적인 재건축 압박으로 한동안 주춤했던 서울 아파트값이 이번 ‘로또 분양’을 계기로 다시 반등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값은 5주 연속 상승폭이 줄면서 지난주 0.29% 오르는 데 그쳤다.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나 압구정 현대아파트 등 일부 재건축 단지는 호가가 1억~2억원씩 하락했다.

- Copyrights ⓒ 조선비즈 & ChosunBiz.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Copyright © 조선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