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세보다 1억 비싼 준공공임대.. 서민 주거안정 취지 무색

정다슬 2018. 3. 20.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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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월세 상한선, 두번째 계약시점에 적용키로
최초 계약 때 임대료 높게 받을 가능성 높아
국토부 "전월세 불안시 계약갱산청구권 등 도입"

[이데일리 정다슬 기자] 서울 아파트 두 채를 보유하는 있는 A씨. 그는 전세를 놓고 있는 아파트 한 채를 준공공임대주택으로 등록한 후 전세금을 주변 시세보다 1억원 높게 받을 생각이다. 준공공임대주택은 2년 전세계약을 갱신할 때마다 인상률이 5%로 제한되니 미리 올라간 가격으로 세입자를 구하겠다는 것이다.

임대기간 의무기간이 8년 이상인 준공공임대주택은 종합부동산세 합산 배제,양도소득세 중과 배제, 장기보유특별공제 등 세금 감면 혜택을 많이 받는 대신 임대료 상승률이 연 5%로 제한된다.통상 전·월세 계약이 2년 단위로 이뤄진다는 것을 감안하면 사실상 2년마다 상승률이 5%로 제한되는 것이다. 이 때문에 시장에서는 집주인들이 향후 올려받지 못하는 전월세를 미리 올려받으려는 ‘꼼수’ 형태가 벌써부터 나타나고 있다. 임대료 상승 억제를 통해 서민 주거 안정을 도모하겠다는 준공공임대주택의 취지가 흔들릴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초임대료 아닌 변동률만 규정”

공공임대주택 성격의 민간 임대주택인 준공공임대주택은 2013년 12월 도입됐다. 도입 당시에는 최초 임대료와 보증금을 주변 시세 이하로 책정하고 의무임대기간도 10년으로 정했다. 그러나 임대주택법이 없어지고 민간임대주택에 관한 특별법으로 바뀌면서 ‘최초 임대료’ 규정도 사라지고 의무임대기간도 8년으로 줄어들었다.

이 때문에 준공공임대주택이라고 하더라도 전월세 연 5% 인상률 규제가 적용되는 ‘초기 임대료’(임대사업자 등록 후 첫번째 맺는 전월세 계약서상 임대료)를 얼마로 할지는 집주인이 정할 수 있게 됐다. A처럼 시세보다 1억원 올려 부르는 것도 법상으로는 문제가 되지 않는 것이다.

여기에 연 5% 인상률이 적용되는 초기 임대료 기준이 임대주택 사업자 등록 이후로 정해지면서 집주인들의 선택 폭이 더 넓어졌다. 국토부 관계자는 “임대사업자 등록 이틀 전에 계약을 갱신했다고 해도 2년 후에 다시 계약한 임대료를 기준으로 인상률 제한을 받는다”며 “초기 임대료가 아니라 변동폭만 규제하겠다는 취지”라고 말했다.

문제는 집주인의 선택 폭이 세입자에게는 거꾸로 전월세 불안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집주인으로서는 준공공임대주택으로 등록하면 최소 8년간 임대료 인상 제한받는 만큼 최대한 초기임대료를 높게 올릴 것이기 때문이다.

실제 1989년 12월 전세계약 기간을 1년에서 2년으로 늘리는 임대차보호법 통과 이후 1989년 전국 전셋값은 17.5%, 1990년 16.8% 급등했다. 임대차 기간이 2년으로 늘어나는 것을 감안해 집주인들이 미리 전세금을 올려받은 결과였다.

◇의무임대 기간 끝나면…“임대료 폭등할 것”

의무임대 기간(임대사업자 등록 후 8년)이 끝나는 시점 역시 문제다. 장기간 억제됐던 전·월세 가격이 한순간에 급등하면서 전·월세 시장 불안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오는 4월 1일부터는 단기임대는 기존에 적용되던 양도세 중과 배제와 종합부동산세 합산 배제 혜택을 받을 수 없게 되면서 향후 준공공임대로 등록하는 이들은 더욱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

준공공임대주택 임대 당시에는 임대료 인상률이 제한돼 세입자들이 저렴한 가격으로 거주할 수 있지만 이 기간이 끝난 이후에는 시세에 맞는 임대료가 적용되며 짧게는 8년, 길게는 10년 이상 억제된 임대료가 한꺼번에 올라갈 여지가 있는 것이다.

이런 지적에 국토부도 공감하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지난해 말 주거복지로드맵을 발표하면서 2020년까지 현재 추진 상황을 지켜보고 상황에 따라 임대 등록을 의무화하거나 전·월세 상한제나 계약갱신청구권을 추진한다고 밝힌 바 있다”며 “준공공임대주택 제도가 향후 전월세 시장 불안을 일으킬 소지가 있다고 판단될 경우 이런 제도를 적극적으로 도입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제도의 취지를 살리기 위해서는 준공공임대주택 세제 혜택을 주택 매도가 아닌 임대 쪽에 집중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심교언 건국대 교수는 “현재 준공공임대주택 등록에 따른 세제 혜택은 대부분 매도 때 받을 수 있기 때문에 대다수 준공공임대주택 사업자는 의무임대 기간만 끝나면 집을 팔거나 임대주택사업자 등록을 끊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며 “의무임대기간이 끝난 이후에도 준공공임대사업자 지위를 유지할 수 있는 유인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다슬 (yamye@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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