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주폭탄 맞은 경기 남부, 폭락장 시작되나

이상빈 기자 입력 2018. 3. 21. 0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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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초 경기도 평택시 동삭동 일대 입주한 아파트에는 물량이 쏟아지면서 가격이 하락했다. 일부 아파트는 분양가 이하의 매물도 나왔다. /조선DB


“(경기도) 평택에 입주하는 물량도 다 못채우는 판에 안성이라고 무사하겠습니까. 물량도 문제지만 (서울) 강남 집값 잡겠다고 쏟아낸 규제가 결국 이런 시골 동네 아파트 값을 제대로 때려잡은 겁니다.” 경기도 안성시 공도읍의 A부동산 공인중개사무소 사장은 “당분간 이 지역 아파트값이 정신차리기는 힘들 것 같다”고 했다.

경기 남부 주택시장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지난 4~5년간 화성 동탄·평택·오산 등지에 대규모로 공급됐던 아파트 입주가 현실화되면서 전세금은 물론 매매 가격까지 휘청거리고 있다. 정부가 서울 강남 집값과 전쟁을 벌이는 동안 경남 거제·창원, 울산, 경북 포항, 충남 천안 등 지방 주택 시장은 이미 혼수상태다. 이 같은 주택시장 하락세가 경기 남부권 도시까지 ‘북상(北上)’한 것이다.

■경기 남부 아파트값 폭락장 시작되나

19일 부동산리서치회사 ‘부동산114’에 따르면 지난 2월 경기 남부지역인 안성과 오산의 아파트값은 각각 0.3%, 0.22%씩 내렸다. 하락률로 보면 경기도에서 1, 2위를 기록했다. 이 지역 집값 하락세는 지난해부터 조짐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안성은 지난해 1월 이후 7월 한 달을 제외하고 보합·하락세가 이어졌다. 안산은 4개월 연속, 오산은 5개월 연속 하락세다. 올 3월 들어서도 내림세가 멈추지 않고 있다. 평택과 화성도 지난 1월까지 3~4개월씩 집값 곡선이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2017년 이후 경기도와 경기 남부 안산·안성·오산 3개 지역 아파트 매매가격 변동률 월간 추이. /부동산114 제공


개별 단지로 봐도 지난 해 하반기부터 집값이 10~20%씩 급락한 단지가 속출하고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에 따르면 지난해 7월 2억4000만~2억5000만원이던 오산시청 옆 오산주공4단지 전용 84㎡는 올 들어 2억200만~2억2500만원대로 주저앉았다. 안성 최고가 아파트인 석정동 신원아침도시 아파트 전용 84㎡가 올 2월 2억원에 팔렸다. 이 아파트는 불과 작년 초만해도 2억원대 중반에 거래됐다. 이 아파트가 2억원에 거래된 것은 2010년 12월 이후 처음이다.

오산시청 인근 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서울 기준으로 보면 3000만~4000만원 떨어진게 별 것 아닐 수 있지만, 20억짜리 강남 아파트가 6개월 동안 4억~5억원 떨어진 것과 마찬가지여서 이 동네에선 충격적인 일”이라고 했다.

경기 안산·안성·오산·평택·화성 등 5개 지역의 연간 아파트 입주물량 추이. /부동산114 제공


■동탄·송산·고잔 입주 폭탄에 휘청여

경기도 남부지역의 집값이 휘청거리는 이유는 경기도의 대규모 신도시와 택지개발지구에서 아파트 대규모 입주가 시작된 영향이 크다. 서울 접근성이 그나마 괜찮은 신도시, 택지지구에 입주 물량이 쏟아지면서 상대적으로 외곽에 있는 경기도 도시들의 집값이 먼저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집값 하락세가 두드러진 도시는 해당 지역의 입주 물량이 많을 뿐 아니라 주변 지역의 주택공급량이 많다는 특징이 있다. 안성시는 지난해 입주 물량이 1722가구에서 올해 5045가구로 두 배 이상 늘었다. 지난해 입주 물량이 한 채도 없었던 안산에선 올해 6810가구가 입주한다. 오산시는 4534가구에서 4080가구로 약간 감소하나 2년 전인 2016년엔 입주가구가 없었다.

이들 지역의 주변 대도시 입주 물량이 훨씬 규모가 크다. 안성과 맞닿은 평택의 입주 물량이 작년 7714가구에서 8973가구로, 오산을 둘러싼 화성은 2만3262가구에서 3만1776가구로 입주가 늘어난다. 안산 옆에는 고잔·송산신도시 입주가 시작됐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통상 대규모 입주가 시작되면 전세금이 가장 먼저 하락하지만, 매매가격도 타격이 불가피하다”며 “경기 남부의 경우 대규모 입주에 따른 집값 하락세의 전조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앞으로를 더 걱정하는 분위기다. 오산의 B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사실 오산보다 동탄2신도시가 더 주목받고, 교통도 좋은 게 사실”이라며 “동탄2신도시에서 입주 물량이 늘어 전세금이 떨어지면 오산 인구가 빠져나갈 것 같아 걱정”이라고 했다. 안산의 G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안산 옆 송산이나 고잔신도시에 가격이 저렴한 새 집들이 많이 들어서다보니 안산 주민들이 기존 집을 팔고 이사가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경기 오산·안성·안산 3개 지역 월간 아파트 가격 추이. /KB부동산 제공


■‘폭락장 전조’냐, ‘일시적 조정’이냐

주택업계에선 경기 남부 외곽지역의 집값 하락세가 2~3년간 수도권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가장 큰 이유는 공급 과잉이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해 화성시와 평택시, 오산시에선 각각 9590가구, 8607가구, 2639가구가 분양을 앞두고 있다. 이에 더해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올해 3개 도시에 총 9656가구를 지을 수 있는 61만6276㎡의 공동주택용지도 새로 공급할 계획이다.

고준석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장은 “수도권은 앞으로 4~5년간 ‘물량 앞에 장사 없다’는 말을 실감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김재언 미래에셋대우 VIP컨설팅팀 수석부동산컨설턴트는 “용인·안성·평택·오산·화성 등 경기 남부지역에선 워낙 입주 물량이 많아 이들 지역을 시작으로 수도권 전반이 가격 하락세로 돌아설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수급 불균형에 따른 일시적인 조정 장세일뿐이라는 의견도 있다. 평택엔 올해 미군기지 이전 사업이 완료된다. 삼성전자 평택공장, LG전자 평택 디지털파크 증축 등은 여전히 이 지역에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박합수 KB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경기 남부에 공급이 많은 것은 사실이지만, 호재도 그만큼 많아 짧은 조정장세를 거치면 가격이 상승세까지는 아니어도 안정적인 흐름을 보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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