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아진 재건축 벽에 '리모델링' 바람

최동현 2018. 3. 23.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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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안전진단 규제 강화
재건축=대박 공식 깨
송파구 잠실 현대아파트
개포 대치2단지 사업 속도
남산아파트 등 강북도 가세
사업기간 짧고 규제도 적어

[아시아경제 최동현 기자] 정부의 재건축 안전진단 규제 강화 이후 서울 아파트 단지에서 리모델링 바람이 일고 있다. '재건축=대박' 공식이 성립됐던 강남 아파트조차 리모델링을 적극 추진하고 나섰다.

23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올해로 준공 28년째인 서울 송파구 잠실동 현대아파트는 최근 리모델링을 위한 주민자치위원회를 결성하고 국내 주요 건설사 10여곳을 대상으로 설명회 참여 공문을 보냈다. 이 중 현대산업개발과 포스코건설, 롯데건설이 참여 의사를 밝혔다. 설명회는 오는 24일 현대산업개발을 시작으로 내달초까지 진행된다. 추진위는 설명회 후 주민 동의를 받아 조합을 결성한 후 시공사를 선정할 계획이다.

또 다른 강남 아파트인 개포동 대치2단지(1753가구)도 리모델링 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 단지는 지난해 말 리모델링을 위한 지구단위계획 변경안이 통과된 이후 주민 사이에서 재건축과 리모델링 간 입장이 팽팽했다. 하지만 올해 정부의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금 추정액 발표와 안전진단 기준 강화 등의 영향으로 최근엔 리모델링 쪽으로 여론이 기울고 있다는 게 인근 중개업자들의 의견이다. 개포동 한 공인중개사 관계자는 "최근 대치2단지에서 리모델링에 동의한 소유주가 77%라는 내용의 현수막을 봤다"며 "안전진단에 묶여있는 다른 재건축 단지와 달리 시세 흐름도 좋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해 11월 말 6억9500만원에 거래되던 전용면적 39.530㎡는 지난 11일 8억7500만원에 실거래됐다. 이밖에 강남권에선 현재 강동구 둔촌동 현대1차, 서초구 잠원동 한신훼미리 아파트 등이 리모델링을 추진 중이다.

강북권도 리모델링 열풍에 가세했다. 중구 신당동 남산타운 아파트의 경우 최근 리모델링을 위한 주민설명회를 열었다. 2030년 입주를 목표로 임대아파트 7개동을 제외한 42개동에 대한 리모델링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이 단지는 서울시가 지원하는 '서울형 공동주택 리모델링' 시범단지 신청을 위해 주민동의서도 받고있다. 소유주 10% 이상 동의가 있으면 신청이 가능한데 시범단지에 선정되면 전문가 컨설팅부터 기본계획, 사업타당성 분석, 1차 안전진단 비용 등을 지원받는다.

용산에서도 최근 동부이촌동 한가람ㆍ강촌ㆍ이촌코오롱ㆍ한강대우ㆍ이촌우성 등 5개 아파트 단지가 통합 리모델링을 추진하겠다고 나서면서 분위기가 달아오르고 있다. 이들 단지는 용적률이 322~423%에 달해 재건축을 하기엔 사업성이 떨어지고 재건축 연한(30년)도 아직 절반밖에 채우지 못했다. 리모델링을 통해 최대 3개층까지 수직증축해 최대 741가구까지 늘린다는 방침이다. 추진위 관계자는 "올해 상반기 내 정식으로 추진위원회를 만들고 연내 조합 설립후 내년부터 본격 사업에 착수할 계획"이라며 "오는 4월15일 2차 주민설명회를 열 예정"이라고 말했다.

정부의 재건축 규제가 강화될수록 앞으로 리모델링의 장점은 더욱 돋보일 것으로 보인다. 리모델링은 준공 후 15년이 지나면 사업을 시행할 수 있을 정도로 재건축에 비해 연한이 짧다. 사업 기간도 3~4년으로 짧고 공사비도 재건축의 60~70% 수준이다.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도 적용받지 않으며 거래제한(조합원 지위 양도 등) 등의 규제에서도 벗어난다. 안전진단도 재건축은 D등급 이하를 받아야 하지만 리모델링은 B등급 이하면 가능하다.

그렇다고 리모델링 사업에 장밋빛만 있는 것은 아니다. 재건축보다 사업성이 떨어진다는 게 가장 큰 단점이다. 재건축은 공사비를 일반분양 물량으로 보전할 수 있지만 리모델링은 수직증축이 최대 3개 층까지만 가능하기 때문에 일반분양 물량 자체가 제한적일 수 밖에 없다.

부동산 시장 관계자는 "재건축의 규제가 강화되면서 리모델링에 관심 갖는 단지가 늘고 있지만 통일되지 않은 조합원 의견으로 사업이 자칫 지연돼 소모적 비용이 증가할 수도 있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동현 기자 nel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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