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 '공짜옵션' 5천억, 왜 공사비로 둔갑했나

이지용,최재원,김강래 2018. 3. 23.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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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교통부가 반포주공 1단지 1·2·4주구 등 강남권 재건축단지 5곳을 조사한 결과 건설사들이 유상 공사비를 무상이라고 속인 금액이 5400억원에 달한다고 밝히면서 강남 재건축시장이 충격에 휩싸였다.

국토부에서 반포주공 1단지 1·2·4주구 재건축에 무상 특화품목 5026억원을 중복 설계했다고 지적을 받은 현대건설이 밝힌 무상옵션을 포함한 총공사비는 3조500억원 안팎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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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공사는 일단 수주 욕심..무상옵션 요구 들어준 뒤 막판 사업비 인상 관행
조합은 공사비 적게 하고 호화 시설 등 무리한 요구
공사비 부풀리기 논란에 휘말린 반포주공1단지 1·2·4주구 단지 내 전경. [매경DB]
국토교통부가 반포주공 1단지 1·2·4주구 등 강남권 재건축단지 5곳을 조사한 결과 건설사들이 유상 공사비를 무상이라고 속인 금액이 5400억원에 달한다고 밝히면서 강남 재건축시장이 충격에 휩싸였다.

전문가들은 재건축 무상옵션 허위 논란에 대해 시공 건설사와 조합 양측에 모두 책임이 있다고 보고 있다. 건설사들이 사업 수주를 위해 일단 '특화·무상'이라고 해놓고 시공사로 선정된 이후 은근슬쩍 계약 변경을 통해 공사비를 늘려온 것은 10년 넘게 이어진 관행이다.

올해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재초환) 시행을 앞두고 사업기간을 줄일 목적으로 공동시행자 방식을 택하고서는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건설사에 무리한 무상옵션을 요구한 조합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지적이다.

23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전날 국토부가 밝힌 재건축 무상옵션 중복 설계 지적에 대해 일부 건설사는 불만을 나타냈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특화품목이 무상품목은 아닌데 서울시의 입찰 지침에 무상으로 표기하도록 한 것이 문제"라고 말했다. 하지만 일부 건설사의 이 같은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 매일경제가 확인한 결과 서울시가 2010년 9월 고시한 '공공관리 시공자 선정 기준'에서는 "특화란 입찰 참여자가 조합에서 작성한 원안 설계 외에 무상 제공할 항목"이라고 명백히 규정하고 있다. 서울시 담당자는 "조합의 원안 설계 외에 시공사가 무상으로 추가 제공하는 게 특화품목이란 점은 조합과 시공사 모두 인식하고 있고 입찰 안내서에도 적시된 사항"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건설사들은 어떻게 무상인 특화품목을 최대 5000억원 이상 제안할 수 있었을까. 정비사업에 정통한 업계 전문가는 "무상 특화품목 제공은 서울에서 재건축이 본격화된 2000년 이후 계속돼온 관행"이라면서 "건설사들이 수주를 위해 처음에는 일단 낮은 가격과 무상 제공 조건으로 입찰에 참여하고 시공사로 선정된 이후에는 어떤 식으로든 공사비를 더 챙겨가는 구조"라고 말했다.

국토부에서 반포주공 1단지 1·2·4주구 재건축에 무상 특화품목 5026억원을 중복 설계했다고 지적을 받은 현대건설이 밝힌 무상옵션을 포함한 총공사비는 3조500억원 안팎이다. 그러나 조합 측은 시공사 선정 시 입찰 조건에 공사비가 2조6000억원을 넘길 수 없도록 조건을 걸었다. 현대건설 측은 "조합이 요구한 외관 커튼월, 수영장, 스카이 브리지 등 특화품목 요건을 맞추다 보니 실공사비는 3조원을 넘을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산술적으로 공사비 4500억원을 밑지는 구조라는 얘기다. 현대건설 측은 "반포주공 1단지 1·2·4주구는 강남에서 재건축사업을 선도하는 상징적 단지"라며 "건설사 마진을 포기하고 관리비용 적자를 감수하면서 사업을 진행하기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상식적으로 4500억원에 달하는 공사비를 포기한다는 설명은 좀처럼 이해하기 어렵다. 결국 지금까지 다른 강남단지에서 행해온 '관행'처럼 시공사들이 저가에 수주한 후 막판 준공 직전 설계를 변경하는 등 각종 이유로 공사비를 대폭 인상시킨 행위가 반복될 것이라고 예상하는 이유다.

해당 조합 관계자는 "현대건설이 가져가는 돈은 딱 공사비 2조6000억원"이라며 "명칭상 공동 시행자일뿐 수익을 나누는 동업 구조가 아니고 그럴 일도 없다"고 일축했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이번 사건의 본질은 초과이익환수제를 피하려는 사업장이 급하게 도급자 방식에서 공동사업 시행자 방식으로 바꾼 데 있다"면서 "조합은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건설사에 무리한 무상옵션을 요구하고, 건설사는 나중에 공사비를 더 챙기면 된다는 생각으로 조합의 요구를 받아들였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지용 기자 / 최재원 기자 / 김강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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