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제 막 내린 평창..가리왕산은 어떻게 될까

CBS노컷뉴스 김민재 기자 2018. 3. 24. 08:0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완전 복원 약속했던 강원도, 올림픽 끝나자 "복원 늦추자" 말 바꾸기
온국민에게 즐거운 추억을 안겨줬던 평창올림픽·패럴림픽이 막을 내렸다. 하지만 올림픽 경기장을 짓기 위해 훼손됐던 자연환경 복원안을 놓고 지자체와 시민사회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환경복원을 놓고 대립이 벌어지는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알파인 스키장이 건설된 강원도 정선의 가리왕산이다.

가리왕산은 조선 시대부터 벌목이 금지된 봉산(封山·벌목을 금지한 산)으로 500년 가까이 보호된 천연 원시림이 유지됐다.

덕분에 독특한 고산생물종이 서식해 정부도 역사적·생태적 가치를 인정하고 2008년 이 지역 1980ha를 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으로 특별관리해왔다.

하지만 평창올림픽 개최를 앞두고 정부는 이 지역에 축구장 66배에 달하는 면적에 걸쳐 최소 5만 8천여 그루의 나무를 베어내고 알파인 스키 경기장 건설을 강행했다.

애초 강원도와 시공사, 전문가 등이 모였던 생태복원추진단은 올림픽 직후 가리왕산 생태를 완전히 복원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이에 따라 강원도는 올해부터 5년 간 약 81㏊에 걸쳐 가리왕산 생태복원 사업을 진행하겠다며 우선 내년까지 인공구조물을 철거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지난 1월 강원도는 이러한 내용을 담은 '가리왕산 생태 복원 기본계획'을 산림청에 제출했지만, 산림청이 이를 반려하면서 가리왕산 복원을 위한 기본 청사진조차 없는 상태다.

산림청 측은 자생 수종에 대한 복원 계획이 너무 부실하고, 스키장을 조성하기 위해 급경사로 깎아놓은 땅을 회복하는 방안 등이 빠진 부실한 계획이라는 이유로 퇴짜를 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최문순 강원도지사
이런 와중에 최근 최문순 강원도지사는 "2021년 동계아시안게임을 남북 공동으로 개최하자"고 제안하면서 복원을 늦추고 스키장을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을 드러내 가리왕산 복원 사업은 난항에 빠졌다.

이처럼 강원도 측이 복원을 늦추려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결국 돈 문제로 추정된다.

강원도가 제출한 복원 계획에서는 복원 비용을 477억원(국비 327억원, 도비 150억원)으로 책정했고, 산림청은 1000억원 가량이 들어갈 것으로 내다보고 있어 시각차가 크다.

게다가 정부와 지자체가 예산 충원을 놓고 힘겨루기 싸움으로 시간을 보내는 동안 실제 확보된 관련 예산은 9억원 수준에 불과하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가리왕산 일대를 3년 이상 복원을 늦추겠다는 최 지사의 주장은 사실상 복원을 하지 않겠다는 말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원주환경운동연합 김경준 사무국장은 "복원추진단 당시 100% 복원을 약속했는데, 지금은 일부 지역은 인공림이었다며 55%만 복원하겠다고 말을 바꾸고, 그마저도 늦추려고 한다"며 "올림픽에 필요하다며 복원을 약속하고 훼손했는데 화장실 올 때와 갈 때 입장이 바뀐 셈"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김 사무국장은 "최 지사 주장대로 곤돌라, 스키 슬로프를 일부라도 정상부에 남겨두면 사실상 복원을 전혀 추진하지 않겠다는 얘기나 다름없다"며 "2021년에 뒤늦게 복원한다고 해도 그쯤에는 이미 그 지역에 세워진 호텔 등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가만히 있을 리 없는데 사실상 복원하지 않겠다는 얘기"라고 지적했다.

또 "대관련 스키점프대 역시 녹지자원·생태자원 1등급인 절대보호지역인데도 건설을 강행했다"며 "지난 10여년 동안 평창올림픽을 추진하면서 자연환경을 훼손한 사례는 비단 가리왕산 뿐만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무엇보다도 가리왕산 복원이 시급한 이유는 산림청이 지적한대로 올 여름 장마철이 닥쳐오면 대규모 산사태가 우려되기 때문이다.

애초 가리왕산이 알파인 스키장 후보지역으로 낙점된 이유는 종목 특성상 급경사의 산지가 필요했기 때문으로, 평균 경사가 17°를 넘어야 한다.

현재 가리왕산의 평균 경사각은 29°, 가장 경사가 급한 곳은 40°를 넘는데, 수백년 동안 단단하게 쌓인 흙을 파헤쳐서 경사를 더욱 가파르게 깎았기 때문에 산사태 우려가 크다.

김 사무국장은 "강원도는 산사태 예방사업에도 예산을 배치하지 않고 있다"며 "사람이 죽을 수 있는 문제인데 적어도 산사태만은 서둘러 예방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기자와 카톡 채팅하기
▶ 노컷뉴스 영상 구독하기

[CBS노컷뉴스 김민재 기자] ten@cbs.co.kr

Copyright © 노컷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