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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화 강세에 환차손 피해 커 해외 공사 수주 악영향 우려
정부 본격 논의 ‘후분양제’ 실행 땐 중소 건설사 직격탄
대기업 건설 부문 합병說 거론 자체만으로도 ‘악재’

더딘 실적 회복세에 건설업계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발주가 늘어나는 봄 성수기임에도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이 집계한 3월 건설기업 경기실사지수(CBSI)는 전월과 대동소이한 수준에 그쳤다. 각종 규제와 미국 금리 인상으로 체감경기가 얼어붙은 데다 환율 리스크, 후분양제 등 정책 변수, 지배구조 개선 등 각종 불안요소가 상존하고 있어서다.

16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원·달러 평균 환율은 1071.89원으로 전월 대비 0.7% 하락했다. 지난해 3월 평균보다도 60원 이상 떨어졌다. 이 같은 원화 강세는 건설업계 입장에선 ‘적신호’다. 달러 결제가 일반적인 수출 및 해외수주 시장에서 환율변동에 따른 환차손 피해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주요 대형 건설사들이 기대에 못 미치는 실적을 기록한 데는 해외 수주 부진뿐 아니라 환차손도 큰 영향을 미쳤다. 업계 1위인 현대건설이 4분기 환차손만 1000억원 이상을 기록했고 대우건설, GS건설, 삼성엔지니어링 등 주요 대형사 역시 평가액 손실이 많았다. 원화 강세로 가격경쟁력이 악화되면 자연스럽게 해외 공사 수주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원화 강세 기조는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미국 재무부가 최근 환율보고서를 발간해 환율조작국 지정과 관련한 압박 강도를 높이고 있어 한국 외환당국은 운신의 폭이 좁다.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세 및 청약·대출 규제 등 정부의 빈번한 시장 개입으로 인한 시장 위축도 악재다. 올 한 해 전국 아파트 입주 예정 물량은 40만 가구가 넘는다. 건설사들이 상반기에 핵심 물량들을 쏟아내고 있지만 신규 분양시장이 위축되면서 거래 절벽과 대규모 미분양이 현실화될 경우 건설사 손실로 귀결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최근 정부 주도로 활발히 논의되고 있는 후분양제는 건설사 입장에선 달갑지 않은 이슈다. 사전 청약을 통한 자금조달이 막히면 사정이 넉넉지 않은 중소 건설사들은 직접적인 타격이 불가피하다. 김대철 한국주택협회 신임 회장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후분양에선 회사 간 자금조달 능력차가 크게 나타나 시장 공급이 줄어드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면서 가급적 시장 흐름에 맡기고 도입하더라도 단계적으로 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대기업 건설부문 계열사들의 합병 이슈는 그 자체로 불안요소이면서 경기 침체나 건설매출 감소를 반영하는 바로미터에 가깝다. 최근 현대자동차그룹이 지배구조 개편에 나서면서 업계에는 현금 마련을 위해 현대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이 합병할 것이라는 관측이 흘러나오고 있다. 삼성물산 건설부문 역시 지난달 서울 강동구 삼성엔지니어링 사옥으로 이전해 입주한 후 양측의 합병 가능성이 계속 제기되는 상황이다.

이 같은 합병설 배경에는 극적인 수익성 개선을 기대하기 어려운 건설부문 계열사들을 교통정리 해 중복사업을 효율화하고, 시너지 창출을 가능케 한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

정건희 기자 moderato@kmib.co.kr

삽화=공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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