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원동 신축 전세 14억서 11억으로..강남 '역전세난' 우려

황의영 2018. 4. 19. 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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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구 삼성동 센트럴 아이파크
한 달 새 많게는 2억~3억원 내려
강남 3구 입주 물량 1만5542가구
일부 단지 '세입자 모시기' 경쟁
하반기 이주 수요 많아 반등 전망도


집값보다 내림 폭 큰 까닭은

오는 6월 입주가 시작되는 서울 서초구 잠원동 아크로리버뷰(신반포5차 재건축) 아파트. 이 단지 전용면적 84㎡ 전셋값은 지난달 초 호가(부르는 값)가 14억원이었으나 지금은 10억~11억원대에 나온다. 한 달 만에 3억~4억원 내렸다. 자금 사정이 급한 집주인은 9억5000만원짜리 급전세를 내놓기도 한다.

이달 입주에 들어간 강남구 삼성동 센트럴 아이파크 전용 84㎡ 전세도 지난달 초보다 2억~3억원 내린 10억~11억원에 나온다. 삼성동 M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집주인이 입주 기한 안에 잔금을 치르기 위해 전세 물건을 싸게 내놓고 있지만, 찾는 사람이 드물다”고 말했다.

서울 강남 3구(서초·강남·송파구) 아파트 전셋값 약세가 본격화하고 있다. 새 아파트를 중심으로 전셋집이 쌓이고, 일부 단지는 전세금이 한두 달 만에 3억~4억원 빠졌다. ‘부르는 게 값’이던 지난해 시장 상황과는 180도 바뀌었다. 그런데도 세입자를 구하지 못해 애를 태우는 집주인이 늘고 있다. 이남수 신한금융투자 부동산팀장은 “전세를 놓아 매매·분양 잔금을 내려 했던 주택 소유자들이 전세가 빠지지 않자 잔금 납부에 애로를 겪고 있다”고 말했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18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 9일 기준 서초구 아파트 전셋값은 2월 둘째 주부터 9주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이 기간 전셋값은 서울 전체 평균(-0.54%)의 네 배가 넘는 2.17% 내렸다. 송파구와 강남구도 각각 10주, 9주째 하락세를 보였다. 집값 대비 전셋값 비율도 낮아지고 있다. 지난달 강남구 아파트 전세가율은 3개월 연속 내려 54.4%를 기록했다. 2년 9개월 만에 가장 낮다. 집값 하락 폭보다 전셋값 내림 폭이 더 큰 탓이다.

입주를 앞둔 아파트에선 일찌감치 ‘세입자 모시기’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오는 12월 입주하는 9510가구 규모의 서울 송파구 가락동 헬리오시티(가락시영 재건축)가 대표적이다. 덩치가 워낙 크다 보니 집주인들은 입주 10개월 전인 지난 2월부터 전세 물건을 내놨다.

강남권 전셋값 하락은 일차적으로 입주 물량 증가로 전세 공급량이 늘었기 때문이란 분석이 많다. 부동산정보업체인 부동산인포 조사 결과, 올해 강남 3구에 입주하는 아파트는 1만5542가구다. 지난해(4502가구)의 세 배가 넘는 수치다. 인접 지역인 경기도 하남시 미사지구 등지에서도 입주가 잇따르며 강남권 전세 수요를 분산시키고 있다.

지난해부터 집값이 뛰자 불안감을 느낀 세입자들이 주택 구매로 갈아탄 점도 한몫했다. 채미옥 한국감정원 부동산연구원장은 “세입자들이 대거 집을 사들여 전세 수요 자체가 줄었다”고 말했다.

시장의 관심은 이런 흐름이 계속될 것이냐다. 전셋값은 매매가격의 ‘선행지표’라는 점에서 강남 집값의 향후 움직임을 전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대체로 강남 전세 시장이 약보합세를 나타낼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박원갑 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송파구에서만 1만 가구 입주에 따른 전세 물량이 쏟아질 예정이라 당분간 하락 움직임이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익명을 요구한 한 분양대행사 관계자는 "새 아파트의 경우 집주인이 연체 이자를 내기 싫어 전세 물건을 헐값에 내놓는 일이 늘 것”이라고 말했다.

변수는 지난해 사업 속도를 낸 재건축 추진 단지 중 올해 주민 이주를 시작하는 곳이 많다는 점이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강남 3구에서 관리처분 인가(착공 전 최종 재건축안)를 받았거나 앞둔 재건축 단지는 2만424가구다. 통상 관리처분 인가를 받고 이주까지 3개월 안팎 걸리는 점을 고려하면 이들 단지는 연내 순차적으로 이주에 들어갈 가능성이 크다.

강남구에선 5040가구 규모인 개포주공1단지가 지난 7일 이주를 시작한 데 이어 일원동 대우아파트와 삼성동 홍실아파트, 역삼동 개나리 4차 등이 이주에 들어간다. 강남구에서만 올해 7000여 가구가 집을 비우는 셈이다. 서초구에선 신반포3차·경남, 방배13구역, 한신4지구 등이, 송파구에서는 미성·크로바와 잠실 진주아파트가 하반기 이주 계획을 잡고 있다.

재건축으로 인해 이주하는 주민은 주변 다른 아파트를 찾는 게 일반적이다. 자녀 교육 등의 문제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이주 수요가 많으면 주변 아파트의 전셋값을 밀어 올릴 수 있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그동안 재건축 이주 수요는 전셋값 상승 압력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동해왔다”며 “하반기쯤 전셋값이 다시 올라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 5930가구의 둔촌주공아파트 이주가 시작된 지난해 7월 전후로 강동구 전셋값은 급등했다. 지난해 6~8월 3개월간 상승률은 2.92%로, 서울 평균(0.71%)의 네 배 넘게 올랐다.

하지만 다른 시각도 만만찮다. 이주 수요를 고려하더라도 전셋값이 약세를 이어가거나, 보합권에서 움직일 것이란 의견이다. 이주를 앞둔 강남 재건축 단지엔 주로 세입자가 거주하고, 전셋값도 비교적 싼 편이어서 주변 지역으로 옮기는 데 한계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실제 개포주공1단지의 경우 전체 이주자의 85%가 보증금 1억~2억원대에 세를 살던 세입자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주택정책실장은 “재건축 이주 수요가 최근 서울 일부 지역에서 나타나는 역전세난(집주인이 세입자를 구하지 못하는 현상)을 완화하는 효과는 있겠지만, 시장 분위기를 바꾸진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원갑 위원은 "고가 아파트 전세 물건은 쌓이고 저가 아파트나 연립·다세대 주택 전세 거래는 잘 되는 등 시장이 양분화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황의영 기자 apex@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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