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톡톡 플러스] 집값 올라 자산 늘어나면 가계소비도 증가할까?

김현주 2018. 4. 21.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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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는 "최근 물가가 오르고, 덩달아 집값도 상승하고 있다"며 "월급은 그에 못 따라가고, 예금금리는 바닥인데 대출이자만 상승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사람답게 살려면 건물주가 되는 것뿐이라는 말을 실감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B씨는 "상식적으로 빚 내서 집 사고, 그 대출 원금과 이자 거의 평생 갚아야 하는데 무슨 돈으로 소비를 하겠냐"며 "집값만 낮아져도 내수가 더 살아날 것"이라고 주장했다.

C씨는 "물가가 오르니 집값도 오르는 것 같다"며 "자재값, 땅값, 금융비용 등이 높아지니 시공사들도 더 높은 분양가를 책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D씨는 "집값이 지금의 절반 수준이면, 외식도 자주하고 여행도 다니면서 사람답게 살 것 같다"며 "이 나라에서 살아남는 법은 건물주가 되는 것 밖에 없는 것 같다"고 하소연했다.

E씨는 "내집마련은 포기한 지 오래다. 이미 10년 전부터 남는 돈 있으면 저축만 하고 있다"며 "결혼은 진작에 포기했고, 노후자금이나 열심히 모을까 한다. 집보다는 현금자산 늘려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F씨는 "월급쟁이가 무슨 수로 한 해에 수억원을 모으겠냐. 집 사서 최소한 남들만큼은 쫓아가야 한다"며 "집값이 치솟고 있어 단순하게 월급만 모아 살 순 없다. 대출이라도 받아 집 사야 하는데 이젠 그마저도 쉽지 않다"고 푸념했다.

G씨는 "집도 집이지만 일단 물가가 너무 올랐고, 노후 대비가 안 되어 있어 돈을 제대로 쓸 수 없다"면서도 "집 가진 이보다는 없는 이가 더 많은데 왜 소비가 줄어들겠냐. 경제, 사회적으로 좋지 않은 상황이 벌어지니 못 쓰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금보다 소비를 늘리려면 주택 가격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주택 구입 부담을 줄여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최근 가계 저축률이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것은 주택 가격이 오르기 때문이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한국은행이 최근 발표한 '조사통계월보 3월호'의 '최근 가계 저축률 상승 원인 및 시사점'이라는 보고서를 보면, 가계 및 비영리단체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실물투자가 1%포인트 증가할 때 가계 저축률은 1.3∼3.6%포인트 상승한다.

가계 실물투자는 대부분 주택 구입이다. 저축률 증가는 소비가 줄어든다는 의미다.

이론상으로 주택 등 자산이 늘어나면 가계의 소비가 늘어나지만, 이 보고서 분석은 이를 뒤엎는 것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가계 저축률은 2002년 1.0%였으나 2013년부터 상승세를 보이다가 2016년에는 8.1%로 치솟았다. 이는 2000년대 이후 최고 수준이다.

보고서는 가계 저축률이 가계부채와 동반해서 늘어나고 있다는 점, 2013년 이후 주택시장 활황과 함께 진행했다는 점에 주목했다.

보고서를 작성한 김형석 한은 차장, 성현구 과장, 박범기 조사역은 "2013년부터 도입된 부동산 완화 정책 등으로 가계의 주택 수요가 촉발됐다"며 "가계가 주택 매입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부채를 늘리는 동시에 소비를 줄이는 과정에서 저축률이 상승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가계는 주택을 살 때 금융기관에서 돈을 빌리거나 저축으로 자기 자본을 조달한다. 현실적으로 부채는 무한정 늘어날 수 없다. 담보인정비율(LTV), 총부채상환비율(DTI) 등 금융 규제 탓이다.

결국 가계는 저축으로 부족 자금을 조달해야 한다. 소비를 줄이고 저축을 늘릴 수밖에 없는 것.

보고서에 따르면 2012년 이후 신규 부동산을 사들인 가계는 전체 가계 평균보다 소비성향이 1∼2%포인트 더 낮았다. 특히 가계의 보유 실물자산(주택)이 많이 증가한 2016년 격차가 2.4%포인트까지 벌어졌다.

보고서는 "중장기적으로 주택 가격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주택 구입 부담을 덜어주는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며 "장기적으로는 가계가 직접 주택을 매입하지 않아도 안정적인 주거생활을 누릴 수 있도록 양질의 공공·민간 임대주택을 확대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주택 구입 부담 줄여야 소비 늘어난다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 기업부채가 임계치를 훌쩍 뛰어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의 정책 금리 인상 등 글로벌 유동성 축소가 본격화하는 가운데,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자금이 많이 풀린 신흥국을 중심으로 금융 불안이 확대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최근 발표한 '신흥국발(發) 부채 위기 오나'라는 보고서에서 지난해 3분기 기준 한국의 GDP 대비 기업부채는 99.4%라고 밝혔다.

세계경제포럼(WEF)에선 GDP 대비 기업부채의 임계치를 80%로 보고 있는데, 한국은 이보다 19.4%포인트나 높은 수준이다.

선진국과 신흥국을 비교하면 GDP 대비 기업부채는 신흥국에서 더 큰 폭으로 늘었다.

신흥국의 GDP 대비 기업부채는 2008년 56.2%에서 지난해 104.3%로 48.1%포인트 확대했다. 선진국은 같은 기간 86.8%에서 91.7%로 상승했다. GDP 대비 가계부채도 한국이 작년 3분기 94.4%로 역시 임계치(75%)를 19.4%포인트 넘어섰다.

◆韓 가계부채 증가속도 빠른 편

한국의 가계부채 증가속도는 빠른 편이었다. 한국의 GDP 대비 가계부채는 2008년 3분기 73.9%에서 지난해 3분기까지 20.5%포인트 확대됐다.

증가 폭은 주요 43개국 가운데 △노르웨이(30.8%포인트) △중국(29.6%포인트) △태국(23.8%포인트) △스위스(22.9%포인트) 다음으로 높았다.

선진국, 신흥국으로 보면 신흥국의 GDP 대비 가계부채는 지난해 38.9%에 그쳤지만, 2008년 대비 19.3%포인트 상승했다. 같은 기간 선진국(75.7%→76.2%)보다 증가속도가 빨랐다.

보고서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주요국이 마이너스 금리, 양적 완화 정책을 펼치면서 신흥국 위주로 글로벌 유동성이 늘었다고 분석했다.

미국, 일본, 독일, 프랑스 등 선진국 22개국과 중국, 브라질, 러시아 등 신흥국 21개국 등 총 43개국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신흥국의 GDP 대비 민간신용은 2009년 99.1%에서 2017년 143.2%로 44.1%포인트나 확대했다. 같은 기간 선진국이 8.4%포인트 감소한 것과 대조를 이뤘다.

보고서는 "미국에 이어 전 세계적으로 금융·통화정책 정상화가 이뤄지면, 글로벌 유동성 축소 및 신흥국발 신용위기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면서 사전 대응 노력을 강조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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