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뽕나무 복병이 발목잡네"..재건축 수주 끊나지 않는 고민
“갑자기 드러난 돌발 변수 때문에 골치가 이만저만이 아니네요.”
재건축 사업을 추진하다 문화재나 교육환경영향평가 등의 예기치 못한 ‘복병’을 만나 골머리를 앓는 건설사와 조합이 잇따르고 있다.
건설사나 조합 입장에서는 순풍에 날개 단 듯 사업이 진행돼 하루빨리 마무리되는 게 가장 좋겠지만, 이런 뜻밖의 외부 돌발 변수 때문에 사업 추진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 업계 관계자들은 “입주 전까지 알 수 없는 게 도시정비사업”이라고 말한다.
서울시는 최근 서초구 잠원동 ‘신반포16차’에 서울시 기념물 제1호인 ‘잠실리 뽕나무’를 보존할 수 있는지 검토하라는 의견을 서초구에 전달했다. 서울시에 따르면 문화재에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는 행위는 문화재 영향검토를 해야 한다. 잠실리 뽕나무는 1973년 서울시 기념물 제1호로 지정됐다. 조선 세종대왕 재위 시절에 심어진 것으로 추정되며, 이곳에는 누에치기를 장려하기 위한 뽕나무 밭과 왕실의 잠소(蠶所)가 있었다. 이 나무는 신반포16차 120 앞 도로변에 있다.
이 아파트는 문화재 지표조사도 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인근에 통일신라시대 경작지로 추정되는 유구(遺構)가 발견됐기 때문이다. 서울시 역사문화재과 관계자는 “이 아파트는 면적이 3만㎡ 미만이라 의무적으로 지표조사를 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서울시는 지표조사를 시행해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신반포16차는 지상 11층 2개 동 전용면적 52·82㎡ 총 396가구로 1983년 지어졌다. 올해 2월 조합이 설립됐다.
앞서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의 경우 재건축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서울시가 굴뚝과 아파트 한동을 남기라고 해 주민들 반발이 나오기도 했다. 미래유산으로 가치가 있어 일부 보존할 필요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사업의 원활한 추진을 위해 조합은 이를 반영했고 결국 이 아파트는 한강변에서 처음 50층 아파트로 지어지게 됐다. 하지만 굴뚝과 잠실대교에 가장 가까이 있는 15층짜리 523동을 4층 높이로 낮춰 남기기로 했다.
반포주공1단지 1·2·4주구는 유난히 우여곡절이 많은 재건축 단지다. 이 아파트 역시 역사적 보존을 근거로 잠실주공5단지와 마찬가지로 한 동을 남기고 재건축을 추진 중이다. 학교 직선거리 200m 이내에서 지상 최고 21층 이상 또는 연면적 10만㎡ 이상의 건물을 지을 때 교육청 교육환경보호위원회 심의를 받아야 하는 교육환경평가 때문에 골머리를 앓기도 했다. 반포주공1단지 인근에는 세화고, 세화여고, 세화여중이 있다.
조합 측은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를 피하기 위해 지난해 말까지 관리처분인가를 끊냈어야 했는데, 세화학원 측과 몇 차례 줄다리기 끝에 협상을 마무리했고, 시공사인 현대건설이 교육환경평가에 드는 비용을 내겠다고 했다.
또 최근에는 현대건설 특화비용 5000억원이 문제가 되기도 했다. 무상이라고 해놓고 이를 공사비에 포함하는 ‘꼼수’를 쓴 것이다. 재건축에 반대하는 주민들이 반발하고 나섰고 소송 전까지 벌어지는 상황이다.
상가와의 갈등이 문제가 되기도 한다. 강북권 재건축 최대어로 꼽히는 용산구 이촌동 ‘한강맨션’의 경우 상가와의 갈등으로 재건축이 늦어지다 최근 상가 소유자들이 동시 재건축에 동의하며 한숨을 돌리긴 했다. 이 아파트는 재건축을 통해 660가구에서 1580가구짜리 대단지로 지어진다. ‘래미안 첼리투스’로 재건축된 용산구 동부이촌동의 옛 ‘렉스아파트’의 경우 상가 측과의 갈등으로 상가를 제외하고 재건축을 진행하기도 했다.
양천구 목동과 노원구 상계동의 경우 정부 규제가 갑자기 복병이 된 사례다. 재건축 연한(30년)을 앞두고 기대감이 커지고 있었지만, 정부가 재건축 안전진단을 강화하며 하루아침에 재건축이 어렵게 된 것이다. 목동 주민들은 여전히 정부 정책에 반발하고 있다.
부동산 업계 한 관계자는 “재개발·재건축 등 도시정비사업의 경우 워낙 변수가 많아 사업이 끝나기 전까지는 어떤 일이 일어날지 아무도 알 수 없다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정도”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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