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협 주식 올라도 접경 부동산이 썰렁한 이유는

김수현 기자 2018. 4. 23.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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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중에 유동성이 넘쳐나 투자처를 헤매는 돈이 넘쳐나는 덕분에 남북 화해무드를 타고 주식시장에 돈이 몰리고 있다. 예전에 이런 분위기라면 북한과 접한 부동산 시장이 들썩거리기도 했는데, 어찌된 이유인지 올해는 유난히 조용하다. 무슨 이유 때문일까.

강원 양구군 비무장지대(DMZ). /조선일보DB

2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과거 대북 경제협력사업을 맡았거나 개성공단에 입주했던 업체, 대북 송전 관련 업체 등 남북 경협주로 거론되는 종목들이 연일 급등세를 이어가고 있다. 경협이 본격화할 경우 북한 인프라 투자 확대로 신규 수주가 기대되는 시멘트·건설주들도 동반 상승하고 있다. 지난 20일 종가 기준 남광토건이 3만1450원으로 전날보다 20.73% 올랐고, 한일시멘트(6.44%), 아세아시멘트(2.4%) 등 시멘트기업도 상승했다.

접경지 부동산 시장은 이와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차분하다. 한국감정원의 이달 통계가 나와봐야겠지만, 적어도 올해 2월까지 연천군(0.21%)과 파주시(0.5%) 땅값 누계 상승률은 전국 평균인 0.63%를 밑돌았다. 고성군 땅값은 0.79% 상승해 그보다 더 오르긴 했지만, 이는 남북관계 개선보다는 주변 교통망 확충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남북관계 회복 기대감 덕에 민간인 통제선 일대 일부 지역은 투자 문의가 늘고 호가도 전보다 오르긴 하지만, 지역 땅값 전체를 끌어올리기엔 아직 무리라는 평가다. 주택 시장도 아직 냉기가 돌고 있다. 올해 3월까지 전국 주택가격이 0.46% 오르는 동안 파주는 0.05% 상승에 그쳤고, 포천 집값은 오히려 0.14% 하락했다.

이유가 뭘까. 부동산은 주식과 비교해 투입되는 자금 액수가 크고, 주식과 달리 취득·등록세, 부동산 중개비까지 거래에 들어가는 비용 또한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특히 접경지 부동산 투자는 주로 토지에 이뤄지는데, 환금성이 떨어져 중장기적으로 접근해야 하는 만큼 투자를 결정하는 데에도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해서다. 북한과의 거리 외에 도로 접근성이나 개발 가능한 용도, 땅 형태 등을 종합적으로 따져야 하는 것도 호재와 동시에 투자하기 부담스러운 대목이다.

이남수 신한금융투자 부동산 팀장은 “주식은 경협 강화로 해당 기업이 매출 증가 등 직접적인 효과를 볼 수 있어 바로 투자자들에게 이익으로 돌아올 수 있지만, 부동산은 그렇지 않다”면서 “중도에 매각이 쉽지 않을 뿐더라 관계가 회복하더라도 오랜 기간 접경지로 남아 있던 가치를 고려해 개발이 제한될 가능성도 있어 오히려 재산권 행사가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그동안 남북관계가 온탕과 냉탕을 오가면서 기대가 실망으로 바뀐 사례가 여러차례 있었다는 것도 한몫한다. 파주시 땅값이 그렇다. 1차 남북정상회담 개최 소식이 알려진 1999년 파주시 땅값은 8.36% 올랐고, 상승세를 이어가다 경의선 및 동해선 연결 착공식이 열린 2002년에는 15.36% 급등했다. 그러나 2008년 이명박 정부 집권 이후 남북관계가 급속도로 경색되면서 이 지역 땅값은 떨어졌고 이후 전국 평균보다도 낮은 상승률을 이어갔다. 불확실성이 큰 만큼 투자자들도 ‘학습효과’가 생긴 것이다.

남북화해 국면이 실제 교류로 이어지더라도 접경지 부동산이 받는 수혜가 기대보다 적을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고속도로나 철도 등 인프라가 새로 놓인 뒤 개발이 이뤄지는 지역은 보통 환승지나 종착지가 중심이 되는데, 앞으로 짜일 국토계획에 따라 접경지가 남북 인프라의 경유지로 그치게 된다면 개발 효과는 기대보다 크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오히려 교통여건이 뛰어나고 생활 편의시설 등을 이미 갖추고 있는 서울 등 도심 부동산의 가치가 더 커질 수 있다. 안민선 FR인베스트먼트 연구원은 “대다수 접경지는 다수의 인구를 수용할 수 있는 주택과 인프라를 갖추지 못하고 있다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남북관계 불확실성이 워낙 큰 만큼 접경지 투자는 장기적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김재언 미래에셋대우 VIP컨설팅팀 수석부동산컨설턴트는 “남북관계 리스크가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상황이고, 접경지 상당수 땅이 각종 규제로 묶여 있어 섣부른 투자는 금물”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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