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담대 묶으니, 고삐 풀린 전세대출

이새누리 2018. 5. 17. 00:07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정부 전세대출 규제 느슨한데다
은행도 최근 보증금 제한 완화
전세금의 최대 80%까지 꿔줘
4월 잔액 52조,작년보다 43% 늘어

신혼집을 알아보고 있는 배모씨는 최근 은행에서 전세 보증금 마련을 위해 1억원을 대출 받았다. 빚을 꽉 채워 주택을 마련해볼까 고민도 했지만 지난해부터 강화한 주택담보대출 규제로 여의치 않았다. 최근 전셋값이 내리는 추세고, 앞으로 집값이 어떻게 될지 예측하기 어려운 점도 한몫 했다. 배 씨는 “은행 지점에서 주택담보대출보다는 전세대출을 받았을 때 더 많은 돈을 빌릴 수 있다는 설명을 들었다”고 말했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지난해 8·2 부동산 대책에 이어 올해 신(新) 총부채상환비율(DTI), 총체적 상환능력비율(DSR) 등 대출 규제가 잇따라 시행되면서 주택 실수요자가 전세대출로 눈을 돌리고 있다. 규모는 급증세다. 16일 은행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KEB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개 시중은행의 지난달 말 전세대출 잔액은 52조3428억원이다. 지난해 같은 시점보다 42.5% 증가했다. 증가율은 지난해 1월 이후 15개월 만에 가장 높다. 지난해 8월 40조원을 웃돌았고, 올해 3월엔 50조원도 넘어섰다. 주택담보대출이 제자리 걸음하는 것과 대조된다. 규제 영향이 크다. 지난해 8·2 대책이 나오기 전만 해도 주택담보대출비율(LTV) 상한은 70%였다. 집값의 30%만 마련하면 대출을 꽉 채워 집을 살 수 있었다. 그러나 이 비율이 40%로 낮아지면서 “대출 받아 집 산다”는 말은 옛말이 됐다. 전세대출을 취급하는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원래 봄이나 가을은 주택담보대출이 많이 일어나는 계절인데 이제는 전세대출로 방향이 바뀌었다”며 “거기에다 1인 가구 증가로 오피스텔 전세대출 수요가 많아지면서 지난해 대비 건수와 금액이 모두 늘어난 것을 체감한다”고 말했다.

전세대출은 전세 보증금의 80%까지 대출 받을 수 있다. KB부동산 주택가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중위 매매가는 7억4400만원이다. 주택담보대출을 꽉 채워 받는다 하더라도 자기 돈 4억4600만원이 필요하다. 반면 서울 아파트 중위 전세가는 4억2800만원이다. 8600만원만 있어도 나머지는 대출로 충당할 수 있다. 올해 도입된 규제 장치인 DSR도 전세대출엔 후하다. 주택담보대출 원리금, 신용대출, 자동차 할부금 등 기존 대출을 모조리 고려해 대출 한도를 구하는데, 전세대출은 예외적으로 원금을 제외한 이자만 반영한다. 지난해 전세자금을 취급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정부 역시 주택담보대출 만큼의 규제를 전세대출엔 적용하지 않는다”며 “은행 입장에서도 전세대출을 해주기 더욱 편하기 때문에 관련 상품이나 대출 대상을 확대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현재 은행권의 전세대출은 주택금융공사, 주택도시보증공사, 서울보증보험 3개사의 보증서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주택금융공사는 대출자의 소득 및 상환 능력을 주로 보고 보증서를 발급한다. 주택도시보증공사와 서울보증보험은 집주인의 동의를 받는 질권설정을 필수로 한다. 상품이 다양하고 전세대출이 적용되지 않는 주택도 있기 때문에 전세대출을 받으려는 사람은 우선 본인의 조건에 맞는 상품을 찾아야 한다. 만일 합산 연 소득이 6000만원 이하인 무주택 신혼부부는 정부가 지원하는 버팀목 대출을 활용할 만하다. 소득 기준을 초과할 경우엔 은행 재원을 바탕으로 한 전세대출을 받으면 된다. 최근엔 주요 은행이 주택금융공사 보증 전세대출 보증금 제한을 1억원씩 완화했다. 기존엔 수도권이 4억원 이하, 지방이 2억원 이하였지만 각각 5억원 이하, 3억원 이하로 느슨해졌다. 전세대출 가능금액은 최대 2억2200만원이다. 강승모 주택금융공사 주택보증부 팀장은 “최근 일부 수도권에선 역전세난에 따른 깡통 전세 우려도 나오지만, 제일 중요한 것은 금리 상승기 본인의 소득과 상환 능력에 맞는 대출을 받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분양된 주택에 대해 전세대출을 받을 땐 소유권 이전 및 기존 채무 변제 상황 등을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새누리 기자 newworld@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