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 늦출 수밖에.." 재건축 '부담금 폭탄' 후폭풍 몰려온다

성문재 2018. 5. 1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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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건축 좌초 위기
"사업 연기" "강행하자" 조합원 내부 분열 조짐
서울 전역 투기과열지구로 전매제한
"대치쌍용2차 현금 6억 있어야 입주"
"전매제한 풀리면 하자" 의견 분분
재건축 착공 지연때 건설사 타격
"4~5년 뒤 입주물량 줄 것" 전망도
[그래픽=이데일리 이동훈 기자]
[이데일리 성문재 기자] “부담금 낼 돈 없는 사람은 결국 집 팔아서 내야 하는데 부담금 수억원 내고 나면 전세로 가든지 이 동네 떠나야 합니다. 기껏 재건축하고 나서 집만 날리는 어처구니 없는 일이 벌어질 수 있다는 겁니다. 집값 떨어지면 그때 (재건축)하자는 조합원들 목소리가 커지고 있어요.”(대치쌍용2차 아파트 조합원 A씨)

올해 부활한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재초환)를 적용받게 될 첫 단지인 반포현대아파트가 조합원 1인당 1억3569만원의 예상부담금 폭탄을 맞으면서 재건축 시장에 후폭풍이 몰려오고 있다. 조합원들 사이에서는 사업을 늦춰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으면서 내부 갈등도 불거질 조짐이다. 해외 수주 감소로 국내 주택사업에 사활을 걸고 있는 건설사들은 착공이 지연될 경우 매출 등 실적에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서울 신규주택 공급의 주요 통로였던 재건축이 막힌다면 향후 공급 감소로 인해 또한번의 집값 급등 사태가 나타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부담금 내지 못해 떠날 처지… 조합원들 “사업 미루자”

서초구청은 지난 15일 반포현대 재건축 조합의 초과이익 부담금을 조합원 1인당 평균 1억3569만원으로 산정해 조합에 통지했다. 이는 앞서 지난달 2일 조합이 제출한 ‘조합원 1인당 850만원’보다 16배, 이후 자료를 추가 보완해 다시 제출한 ‘1인당 7157만2000원’의 약 2배에 달하는 수치다.

재건축 초과이익 부담금 예정액 통지의 첫 사례부터 조합의 예상을 크게 웃도는 결과가 나오자 뒤이어 산정자료를 제출해야 할 주요 단지들도 비상이 걸렸다. 부담금 폭탄을 맞을 경우 뜻하지 않게 ‘둥지 내몰림’ 현상(젠트리피케이션)이 나타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서울 전역이 투기과열지구로 묶여 있어 조합원 지위 양도(입주권 전매)도 불가능하다. 정부가 보유세 인상 카드까지 만지작거리고 있는데다 고가 아파트 중심으로 공시가를 현실화하고 있어 이들은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늘어나는 보유세 부담까지 감당해야 한다.

강남구 대치동 대치쌍용2차 아파트의 경우 조합에서 당초 예상한 부담금은 1억원선이었지만 반포현대에 적용된 부담금 산정 공식이 똑같이 적용되면 4억원 가량으로 늘어날 수 있다. 건축비 분담금 1억원에 사업 완료시 1억원 가량의 취득세까지 합하면 총 6억원의 현금이 있어야 입주가 가능한 상황이다. 결국 조합원 각각의 사정에 따라 조합 내부 분열이 생기면 상당수 재건축 사업이 좌초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조합원 A씨는 “현금 6억원을 부담없이 낼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며 “조합 내부에서도 ‘집값 내려갔을 때 사업 진행하자’, ‘투기과열지구에서 풀려 매매가 가능해지면 그때 하자’같은 얘기가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부담금을 내도 돈을 번 것 아니냐고 말하는데 틀린 말은 아니다”면서도 “등기 후에 집을 팔면 부담금을 낼 수는 있는데 남은 돈 갖고는 이 주변에서 집 못 구한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그래픽=이데일리 이동훈 기자]
◇건설사 일감 절벽 우려… 향후 공급 부족에 집값 뛸 수도

건설사들도 긴장할 수밖에 없다. 최근 몇년 새 해외 수주 부진 탓에 수주잔고가 급감한 상황에서 국내 주택시장은 구세주와 같은 존재였다. 시공능력평가 1위 삼성물산(028260) 건설부문의 국내 매출 비중은 2016년 1분기 40.8%에서 올해 1분기 58.1%로 확대됐다. 같은 기간 현대건설(000720), 대우건설(047040), 대림산업(000210) 등 굴지의 건설사들 모두 국내 매출 비중이 20%포인트 가까이 높아졌다.

게다가 단순히 건설사 일감 절벽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서울 주택시장 공급 절벽으로까지 연결될 수 있다. 빈땅이 없는 서울의 신규주택 공급은 그동안 재건축 사업이 책임져왔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2008년부터 작년까지 지난 10년간 서울에서 연평균 3만1453가구가 입주했고 올해는 3만5127가구, 내년에는 3만8602가구가 집들이를 앞두고 있다. 대부분 재건축 물량이다. 재초환을 피해 작년 말 서둘러 관리처분인가를 신청한 단지들이 많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2020~2021년께 대규모 입주가 이뤄질 전망이다.

문제는 그 이후다. 정부가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을 강화하고 재초환이 부활하면서 올해부터 관리처분인가 신청 단지가 급감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재건축 부담금 폭탄이 현실화한 것이 결정타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임기까지는 서울 주택 공급이 예년 평균 이상 유지되고 규제 중심의 정책 기조가 이어져 가격 안정을 기대할 수 있지만 다음 정부가 들어설 4년 뒤에는 또다시 서울 주택 공급 감소로 인한 가격 급등 문제가 불거질 우려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부동산 전문가는“올 들어 재건축 규제 강화로 앞으로 4~5년 뒤에는 서울 아파트 입주 물량이 크게 줄어 적어도 5년간 입주 공백기가 도래할 수 있다”며 “심각한 수준의 수급 불균형이 재연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성문재 (mjseong@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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