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대1 재건축'은 초과이익 환수 없다?.. 오해와 진실

태원준 기자 2018. 5. 17.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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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초구 반포현대 아파트의 재건축 초과이익환수 부담금이 조합의 예상을 크게 뛰어넘는 1억4000만원선으로 통보되자 재건축 시장은 바싹 얼어붙었다. 초과이익환수란 악재의 틈새를 뚫고 꾸준히 거론돼온 ‘1대1 재건축’은 더욱 큰 관심을 받게 됐다. 강남 부동산 시장의 새로운 트렌드가 된 이 방식은 과연 초과이익환수를 비켜가는 대안이 되는 걸까.

◆ 덜 벌고 많이 쓰는 재건축

1대1 재건축은 일반분양을 없애거나 최소화하는 사업 방식이다. 재건축의 수익은 아파트 세대수를 늘리는 데서 나온다. 기존 아파트보다 많은 세대가 입주하도록 지어 남는 집을 분양하고 그 분양금을 건축비로 충당하게 된다. 반면 1대1 재건축은 기존과 같거나 약간 늘어난 세대수로 설계해 일반분양 물량이 미미하다. 대신 아파트를 아주 고급스럽게 짓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대형 평형을 늘리고 단지 특화 시설을 확충한다.

이런 1대1 재건축에도 초과이익환수제는 적용된다. 초과이익환수 부담금을 ‘피하는’ 게 아니라 ‘스스로 이익을 줄이는’ 것이다. 일반분양을 최소화해 분양수입을 줄이고, 대신 고급화 전략을 통해 건축비용을 크게 늘린다. 분양을 통한 수익이 거의 없으면서 건축비는 아주 많이 쓰니 환수할 초과이익이 그만큼 줄어들게 되는 구조다. 많이 벌고 부담금은 적게 내는 게 아니라 부담금 내기 싫으니 덜 벌고 많이 쓰겠다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서울 압구정동 구현대(압구정3구역) 단지가 1대1 재건축 방침을 꺼내들었다. 최근 조합 추진위원장 선거에서 당선된 윤광언 후보는 1대1 재건축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초과이익 부담금을 내느니 차라리 그 돈으로 ‘명품 아파트’를 만들자는 논리에 주민들이 호응했다.

◆ 1대1 재건축 확산되면… 공급 감소

1대1 재건축은 소형 주택 의무 배치도 피할 수 있다. 일반 재건축의 경우 임대아파트를 반드시 지어야 하고, 전용 85㎡ 이하 소형 주택을 60% 이상 포함시켜야 한다. 반면 1대1 재건축은 기존 주택형을 유지하거나 30%까지 늘릴 수 있다. 일반분양 물량이 없기 때문에 분양가 상한제 규제에서도 제외된다.

서울 잠원동 신반포18차 337동 등도 1대1 재건축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우성·선경·미도 등 강남권 중층 아파트 재건축에도 이런 방식이 확산될 수 있다는 게 업계의 전망이다.

1대1 재건축은 주택공급량이 줄어드는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 서울 강남 등 인기지역은 신규 주택을 지을 부지가 사실상 재건축 외엔 없다. 기존 아파트를 허물고 세대수를 대폭 늘린 아파트를 지어야 공급량이 늘어나는데, 1대1 재건축은 기존 주택수만큼만 지으니 공급 확대 효과가 사라진다.

일반분양과 임대물량 공급이 감소하게 되면 집값 상승 압력으로도 작용할 수 있다. 현재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를 적용받는 단지는 서울에만 116곳이나 된다. 압구정 3구역을 비롯해 용산구 이촌동 왕궁아파트, 서초구 반포동 강남원효성빌라, 광진구 광장동 워커힐아파트 등이 1대1 재건축을 추진키로 결정했다.

강남구 개포주공5단지는 이달 중 마무리하려던 재건축 추진위원회 구성을 내년으로 미루기로 했다. 부담금 산정의 '출발점'이 재건축 추진위 설립 시점이기 때문에 올해 집값 상승분이 내년 공시가격에 반영된 다음 본격적으로 재건축에 나서겠다는 계산이다. 통합 재건축을 추진하는 개포주공6·7단지도 추진위 설립을 연기했다.

◆ 결국 미래 가치가 좌우할 1대1 재건축 ‘성패’

초과이익 부담금을 피하는 게 아니라 초과이익을 포기하는 방식인 1대1 재건축이 조합 입장에서 ’성공’을 거두려면 완공 후 집값이 크게 올라야 한다. 건축비를 충당할 분양수익이 사실상 없으니 막대한 건축비를 조합원들이 감당할 수밖에 없다. ‘미래의 집값’에 기대를 걸고 과감한 ‘베팅’을 해야 하는 것이다.

집값 상승기에는 몇 년 뒤 새 아파트가 들어섰을 때를 그리며 ‘장밋빛 전망’ 속에 이런 투자를 감행할 여지가 크지만, 하락 시장에선 상당한 위험부담을 감수해야 한다. 1대1 재건축이 거론되고 있는 현 시장 상황은 상승과 하락 사이에서 ‘방향 찾기’를 하고 있다. 정부의 규제에 상승 동력이 주춤해 소강국면이 진행되고 있다. 시장의 에너지는 대세 상승이든 대세 하락이든 한 쪽으로 방향을 정하기 위해 축적되고 있는 상황이다.

시장이 다시 상승 쪽으로 방향을 틀 경우 1대1 재건축은 속도가 빨라지고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미래 가치를 자신할 수 없는, 부동산 시장에 침체 조짐이 보이는 상황이 되면 추진 동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태원준 기자 wjta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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