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Eye] 강남전세 15주 연속 하락 뒤엔 송파헬리오시티 '그림자'

류정민 입력 2018. 5. 19.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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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미니신도시급 9510가구 입주, 강남 전세시장 약세..2008년 잠실 전셋값 폭등 재연 가능성도

[아시아경제 류정민 기자] ‘부동산 Eye’는 부동산을 둘러싼 흥미로운 내용을 살펴보고 정부 정책의 흐름이나 시장 움직임을 분석하는 연재 기획물입니다.

서울 '송파 헬리오시티' 조감도

강남 아파트 전세시장이 끝없이 추락하고 있다. 아파트 매매시장도 약세로 돌아섰지만, 지역에 따라 오름세를 이어가는 곳도 있다. 아파트 매매시장은 오름세와 내림세를 반복하면서 보합세를 유지하고 있다. 반면 전세시장은 자고 일어나면 가격이 떨어졌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약세 상황이다.

19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5월 2주 차(14일 기준) 서울의 전세가격 변동률은 -0.08% 수준이다. 수치 자체만 놓고 보면 큰 폭의 하락으로 보기 어렵지만, 서울 내부에서도 지역별 편차가 크다.

서울 전세시장 하락세를 주도하는 곳은 강남구, 서초구, 송파구, 강동구 등 ‘강남4구’다. 강남4구의 평균 전세가격 변동률은 -0.23%에 이른다. 서울에서 -0.10%를 넘어서는 변동률을 보이는 곳도 찾아보기 어려운 것을 고려할 때 강남의 전세시장 하락세는 심각한 수준이다.

감정원 관계자는 “수도권은 경기 남부권 신규 택지지구 대규모 입주 영향으로 서울·경기·인천이 모두 하락했다”면서 “강남4구는 15주 연속 하락했다”고 말했다.

강남은 편리한 교통, 풍부한 주거편의시설, 비교 우위의 교육환경 등 여러 측면에서 양질의 주거 공간이다. 강남 거주를 희망하는 이들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차고 넘친다. 이런 환경을 고려할 때 강남 전세시장도 살아나야 하는데 결과는 정반대다.

집주인들은 세입자를 구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굴리고 있다. 강남 전세가격이 상대적으로 비싼 것도 하나의 원인이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올해 4월 현재 서초구 아파트 중위전세가격은 6억9000만원, 강남구 6억7500만원, 송파구 5억1250만원, 강동구 3억8650만원이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서초구나 강남구 전세 아파트 가격은 서울 다른 지역의 아파트 가격을 뛰어넘는 수준이다. 강남권 아파트 전세가격이 상대적으로 비싼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만으로는 전세시장 추락을 설명하기 어렵다.

이른바 대체 수요 효과를 주목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강남과 그리 멀지 않은 곳에 경쟁력 있는 주거 지역이 있을 경우 강남 전세시장은 흔들릴 수밖에 없다. 실제로 과천이나 성남 분당 등의 전세시장은 강남 전세시장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강남 인근 경기도 지역의 대규모 택지지구 입주가 이어지는 것도 전세시장 약세의 원인 중 하나다. 신규 택지지구의 특성상 주거편의시설은 부족하지만 강남과 비교할 때 훨씬 저렴한 가격과 최신 시설의 새 아파트라는 장점은 경쟁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

강남 전세시장 약세의 진짜 원인은 내부에서 찾아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오는 12월 입주 예정인 송파헬리오시티가 관심의 초점이다. 송파헬리오시티는 9510가구의 미니신도시급 대단지다.

최고 35층, 아파트 84개동이 서울 송파구 가락시장 인근 지역에 들어선다. 서울에서도 송파구의 전세시장 약세가 두드러지는 이유도 송파헬리오시티 입주와 맞물려 있다. 올해 전세가격 누적 변동률을 살펴보면 송파구가 -3.31%로 서울에서 가장 심각한 상황이다.

1만 가구에 가까운 대단위 단지가 입주할 경우 전세물량은 쏟아질 수밖에 없다. 송파헬리오시티를 소유한 이들 중 전세를 끼고 집을 마련한 이들은 세입자 구하기가 발등의 불이다. 전세물량이 쏟아지면 자연스럽게 전셋값은 하락할 수밖에 없고, 이러한 흐름은 인근 지역으로 번지게 마련이다.

송파구를 중심으로 강남구, 서초구, 강동구 등 강남4구의 전세시장 동반 약세로 이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강남4구의 전셋값 하락 흐름이 이어질 경우 전세계약 갱신 시점인 2년 후에 역으로 전세대란이 일어날 것이란 관측도 있다.

2008년 당시 송파구 잠실에는 리센츠, 엘스 등 1만8000가구의 입주물량이 쏟아지면서 전셋값 폭락으로 이어졌지만, 시간이 지난 뒤 전세시장은 회복했고 전셋값도 상승했다. 전셋값이 너무 낮게 형성될 경우 갱신 시점에 세입자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송파헬리오시티 입주 여파로 강남 전셋값은 떨어지겠지만 2008년 잠실 사례처럼 일정 시간이 흐른 후 전셋값이 폭등할 수 있다”면서 “전셋값이 떨어지는 게 세입자 입장에서 꼭 좋은 상황으로만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류정민 기자 jmryu@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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