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간 택배 23억박스.. 당신의 택배상자는 안전합니까

이다비 기자, 권유정 인턴기자 (이화여대 중문학과 졸) 입력 2018. 5. 20. 06:10 수정 2018. 5. 20. 1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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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억 택배 시대, '배달 사고' 빈번
택배 민원 셋 중 하나가 분실·도난
'현관 앞 택배'가 먹잇감..전문 절도꾼 생겨나
"직장·학교로 배송지를 바꾸는 것도 방법"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택배민원 셋 중 하나가 분실·도난 사고다./그래픽=박길우


지난달 서울 서대문구에 거주하는 A씨(39)는 택배회사에 전화 걸어 “배달사고가 난 거 아니냐”고 물었다. 인터넷으로 주문한 그릇이 예정날짜가 한참 지나도 도착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회사 측에서는 “택배가 정상적으로 배송됐다”며 증명서를 보내왔다. 배송 기사가 부재중이라 아파트 택배 보관소에 넣어놨다는 것이다.
A씨는 경찰에 도난 신고 하는 한편 아파트 곳곳에 “중요한 물건이니 돌려달라”는 호소문을 붙였다. 이튿날 같은 아파트에 거주하는 한 여성이 “택배가 (내게) 잘못 배송이 되어서 일단 보관하고 있었다”며 물건을 가져왔다. 거짓말이었다. CCTV에 이 여성이 A씨가 부재중이라 택배 배달원이 아파트 택배 보관소에 넣어둔 택배박스를 ‘걷어 가는’ 장면이 잡힌 것이다. 절도 피의자로 경찰 수사를 받게 되자 이 여성은 “택배 돌려줬으면 됐지, 왜 경찰이 나서게 하느냐”며 도리어 화를 냈다. 이 과정에서 A씨의 팔을 비틀기까지 했다.

◇연 택배 물량 23억 시대, 민원 셋 중 하나가 분실·도난

연(年)택배 물량 23억개 시대. 온라인 쇼핑이 우리 생활에 자리잡아 가면서 ‘배달 사고’도 덩달아 늘어나고 있다. 이웃집 대문 앞에 놓인 택배를 슬쩍 집어가는 절도 사고도 흔한 편이고 절도범이 경비실에 맡겨 놓은 택배를 주인인 양 챙겨가기도 한다.
한국소비자원이 2015년부터 지난해 8월까지 조사한 ‘택배 피해구제 신청 비율’을 살펴보면, 전체의 35.7%가 분실 신고였다. 택배 민원 셋 중 하나 꼴이다. 택배업계에서 분실 신고는 ‘도난 사고’로 간주된다. 택배업체 관계자는 “출고부터 배송까지의 과정은 ‘택배 추적 시스템’으로 고객에게 전달된다”며 “정상적인 배송 이후에 상자가 사라졌다면 분실이 아니라 도난이라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만약 배송기사에게 “현관 앞에 놔주세요”라고 말했다면 주의해야 한다. 주로 대문 앞에 놓인 택배가 도난 대상이 되는 까닭이다. 지난달 인터넷으로 화장품을 주문한 대학생 양모(25)씨가 바로 그런 경우다.

▲지난해 국내 택배시장 물동량은 23억 1946만 상자에 달한다./조선DB


혼자 자취하던 양씨는 배송 당일 학교에 볼 일이 있어 “문 앞에 놔주세요”라는 문자메시지를 배송기사에게 보냈고, 배송기사로부터 “배송이 완료됐다는” 답장을 받았다. 이후 오피스텔에 가보니 택배 상자가 보이지 않았다. 오피스텔 CCTV에는 신원이 불분명한 여성이 상자를 걷어가는 모습이 나타났다. 양씨는 “결국 범인을 잡지 못했다”면서 “이후부터는 택배를 편의점에 맡기고 있다”고 말했다.
택배업체 관계자는 “우리사회 1인 가구 비율이 28%에 달하면서 ‘현관 앞에 놔달라’고 말하시는 고객들도 늘고 있다”면서 “고객 요청대로 두고는 가지만, 돌아서는 배송 기사 마음이 편치만은 않다”고 말했다.
◇현관 앞 택배가 먹잇감… ‘택배 전문 절도꾼’까지 생겨나

현관 앞 택배만을 노리는 ‘전문 절도꾼’까지 생겼다. 2015년에는 서울 강남, 송파, 경기 성남 일대에서 560차례에 걸쳐 1억원 상당의 택배 물품을 훔친 혐의로 김모(33·무직)씨가 구속되기도 했다. 서울대 대학원 출신의 김씨는 택배량이 급증하는 명절 연휴기간에 범행을 집중적으로 저지르는 치밀함을 보였다.
경찰에 따르면 김씨는 CCTV가 없는 연립주택·빌라에서 택배 기사가 문 앞에 두고 간 물품을 노렸다. 경찰 관계자는 “김씨는 택배 상자에 적힌 배송장을 보고 고가로 추정되는 물건만 골라 범행을 저질렀다”면서 “훔친 택배는 인터넷 중고거래 사이트에 내다 팔았다”고 밝혔다.
지난해 2월에는 대전에서 택배 상자 200여개를 훔친 40대 송모씨가 붙잡혔다. 송씨는 6개월 간 대전 일대를 돌며 현관문 앞에 놓여있는 택배 물품 1000만원어치를 훔쳤다. 송씨는 범행대상으로 점 찍은 건물 내에 숨어있다가 택배 기사가 자리를 뜨면 곧장 물건을 훔치는 수법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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