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심상치 않은 남북관계에도 민통선 땅값 '요지부동'

김종윤 기자 2018. 5. 23.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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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자들 '급매물' 찾지만 땅 주인들 '버티기'
민통선 땅은 '로또' 인식 강해.."긴 안목 필요"
임진각 전망대에서 바라본 민통선 내부 모습© News1

(파주=뉴스1) 김종윤 기자 = "이 동네 주민들과 투자자들은 남북 관계 위기감에 내성이 강합니다. 그 정도로 흔들린다면 인접지역 투자는 보류해야 합니다." (문산읍 소재 공인중개업소 대표)

지난 21일 찾은 파주시 문산읍 한 공인중개업소에선 한 50대 부부로 보이는 방문객이 남북한 접경지 투자 상담을 받고 있었다. 이들이 중개업소 대표에게 주변 시세에 대해 대화를 나누던 중 또 다른 60대 남성이 들어와 민통선 내부에 거래 가능한 토지가 있는지를 문의했다.

서울에서 왔다는 이 남성은 다짜고짜 "급매물이 없냐"고 물었다. 이유인 즉슨 남북 정상회담 이후 개선 조짐을 보이던 남북 관계가 최근 들어 다소 삐걱대면서 급매물이 나올 법 하다는 생각이 들어 문산을 찾았다고 설명했다. 중개업소 대표는 "매물은 있는데 호가가 너무 높아 당장 추천은 못하겠다"고 말했다.

◇변화무쌍 남북관계…"단기 투자는 어려워"

지난달 남북 정상회담을 계기로 파주시 문산읍 일대뿐 아니라 강원도까지 토지 투자열기가 열풍처럼 불었다. 땅을 보지도 않고 매수하는 '묻지마 투자'도 심심치 않게 나타나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남북 관계에 이상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한동안 호의적이던 북한이 한국과 미국에 대한 비방을 재기하면서다. 남북과 북미간 불협화음에 투자 태풍이 불었던 남북 접경지에서도 변화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됐다.

현지에선 이같은 변화가 대수롭지 않다고 했다. 남북관계 개선이 순조롭지 않을 것이란 건 이미 예상했던 터였다고 했다. 이곳 사람들은 지역 특성상 남북관계 위기감에 내성이 강하다는 설명도 곁들였다.

A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기존 토지주나 투자자들은 접경지 개발이 단기간에 마무리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지 않다"며 "1∼2년 안에 토지를 되팔기 위해 투자했다면 마음고생만 하다가 매물을 내놓기 마련이다"고 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경기도 파주시 문산읍 소재 토지 거래량은 이달 24건(21일 기준)을 기록해 전년 동기(27건)에 육박한 상황이다. 아직 실거래신고 전 건수를 감안하면 지난해 거래량을 뛰어넘을 것이란 추정이 나온다.

주목할 점은 계획관리지역이 심심치 않게 거래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계획관리지역이란 자연환경을 고려해 제한적인 이용·개발을 하려는 목적으로 계획적 관리가 필요한 지역을 말한다. 다만 상대적으로 건축 가능성이 높아 미래가치가 뛰어나다. 장기적인 안목에서 투자자들에게 인기가 높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동일 지역에서도 시세는 10∼20% 높게 유지되고 있다.

인근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장기적 투자에도 퇴로는 있어야 편안하게 끌고 갈 수 있다"며 "제한이 많은 절대농지 등과 비교해 계획관리지역을 찾는 투자자들이 많은 게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민통선 내부는 '로또'라는 인식이 강하다. 당장 거래가 불가능해도 기대감이 반영되고 있어서다. 민통선 안쪽인 장단면은 이달 들어서 12건의 토지거래가 진행됐다. 지난달에도 25건 거래건수를 기록했다. 이곳에 제2의 개성공단이 추진될 것이란 전망이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어서다.

또 다른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민통선 내부 땅은 나오는 즉시 거래됐다"며 "계약금을 먼저 입금하는 수요자가 주인이 된다는 말이 과언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경기도 파주시 민통선 인근 토지© News1

◇최소 5년은 기다려야…이제는 버티기

현지에선 제2개성공단뿐 아니라 남북을 연결하는 도로건설을 기대하고 토지를 매입하는 투자자들이 늘고있다고 한다. 최소 5년에서 10년 이상을 내다보고 이른바 '묻어두기' 투자가 진행되는 모양새다.

문산역 인근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정부의 일괄 수용보단 나들목 인근 토지가 '로또'가 될 것"이라며 "현재 구체적인 계획이 없어 기다리는 것 외엔 방법이 없다"고 전했다.

다만 중개사들은 수용에 따른 수익률은 떨어진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정부가 직접 수용 계획을 진행한다면 예상보다 보상비가 낮아질 수 있어서다. 이는 강제수용과 민간수용 차이에서 발생한다.

마정리 소재 공인중개업소 대표는 "대기업은 주민들 반발을 최소화하기 위해 매입금액 2배 이상으로 보상을 진행했다"며 "정부가 직접 나서면 가격 기대감은 떨어질 수 있다"고 조언했다.

현지에선 매도를 고민하는 토지주들이 더러 있다. 다만 매도자 우위시장이 이어지면서 세금을 매수자에게 넘기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매도자가 세금에 대한 부담을 갖고 있어 호가를 높이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전은규 대박땅꾼 부동산연구소 소장도 "민통선 인근 반경 10㎞ 이내를 우선적으로 확인할 필요가 있다"면서도 "계획관리지역을 우선적으로 검토하되 건축 가능한 땅을 중심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passionkj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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