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에 포박당한 2030] 인서울 vs 탈서울?.. '선택지'는 없다

김노향 기자 2018. 5. 23. 0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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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S’는 2018년 연중기획 시리즈 ‘혼돈의 2030, 길을 찾아라’를 진행한다. 생활비푸어, 웨딩푸어, 하우스푸어, 베이비푸어, 메디푸어 등 벗어나기 어려운 가난의 질곡 속에서 살아가는 이땅의 젊은이들. 정부와 지자체는 부채에 미래를 저당 잡힌 청년층을 위해 금융지원과 신용회복제도 등을 운영하지만 구조적인 문제 해결에는 다가서지 못한 수준이다. 대학 등록금 대출로 시작해 평생 빚에 포박돼 살아가야 하는 푸어세대의 실태를 들춰봤다. <편집자>

안정적인 생활을 위한 ‘주거’는 빚의 가장 큰 원인이다. 게다가 그 부채 규모는 직장생활을 평생 해도 갚기 힘든 천문학적 액수다. 생존을 위한 주택담보대출이 외려 삶을 짓누르는 양태를 보인다. 많은 것을 포기하게 하는 주거빈곤이 2030세대 삶의 질을 어떻게 떨어뜨리는지 두 부부의 생활을 따라가 봤다.
/사진=뉴시스 박주성 기자

# 정윤정·인도연씨(가명) 부부는 누가 봐도 사회적 성공이 보장된 중산층이다. 둘이 합해 1억원 넘는 연간 소득과 대기업 직장, 서울에 사둔 30평대 아파트, 자녀까지…. 특히 결혼 후 대출 받아 산 아파트 가격이 두배 가까이 올라 주변사람들은 종종 “대단하다”, “부럽다”며 정씨 부부를 치켜세운다.

하지만 이들에게는 남모르는 고민이 있다. 매달 대출원리금으로 빠져나가는 돈이 한사람의 월급이다 보니 아이 보조양육비와 생활비까지 경제사정이 빠듯하다. 결국은 집을 월세로 임대하고 인근 작은 빌라를 얻어 살게 됐다. 아이는 비좁은 집에서 힘들게 키우기 싫어 부모님 집으로 보냈다. 대출 부담이 적은 집으로 이사하는 방법도 알아봤지만 집값이 오른 건 정씨네만이 아니라서 쉽지 않다.

# 김대민·임수정씨(가명) 부부는 외벌이로 두 아이를 키운다. 서울 강남의 회사를 다니며 다 쓰러져가는 8평짜리 전셋집에 살던 김씨는 아이들이 커가면서 비싼 집세를 피해 경기도 광주로 이사했다. 집주인이 전세금을 3000만원 올려달라고 한 것이 결정적인 이유였다.

김씨는 월급의 30%를 대출원리금으로 낸다. 그나마 광주라서 이만한 비용으로 이만한 집에 살 수 있다는 사실을 위안 삼는다. 넓은 새집에서 뛰노는 아이들을 볼 때는 행복감도 느낀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하루 4시간의 출퇴근길 때문에 오전 5시에 기상해 밤 11시가 돼야 귀가하고 아이들의 잠든 모습밖에 볼 수 없는 현실이 슬프기도 하다. ‘나 하나 희생하면 온가족이 편하다’는 생각으로 내린 결정이지만 육아로 경력단절된 아내가 우울증까지 겪자 과연 누구를 위한 선택이었는지 회의가 들 때가 많다.

◆임대주택·특공청약의 허울

공공임대아파트나 신혼부부 특별공급 청약 등 사회보장주택이 버젓이 있는데도 이들 두 부부가 이렇게 힘든 선택을 한 이유는 무엇일까.

김씨는 “신혼부부 청약을 여러차례 시도했지만 실패했고 임대주택도 우리나라에서 평생 안정적인 주거생활을 보장받는 데는 아직 불안한 요소가 많다”고 했다. 그는 “뉴스를 봐도 임대주택 사는 초등학생들이 따돌림 당하는 세상이라 선뜻 결정하기 어려운 문제”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한국토지주택공사(LH) 임대아파트는 거주 도중 연봉 인상 등의 이유로 소득이 기준치를 초과하면 재계약이 거절될 수 있다. 신혼부부·장애인·저소득층 등 경제적 기반이 취약한 청년에게 우선청약권을 주는 특별공급도 최근에는 소득 허위신고와 대리청약 등의 ‘금수저 위장청약’ 논란에 휩싸였다. 또 아파트가 성공적인 재테크를 위한 필수수단으로 인식돼 임대주택을 선호하지 않는다는 의견도 있다.

정씨는 “아파트는 단순히 주거수단일 수도 있지만 재테크로서의 기능이 커 재매각이 수월한 대단지아파트여야 하고 아이 교육환경을 위해서는 필수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 정씨는 두 사람이 열심히 일하다 보면 빚을 다 갚을 날이 온다는 희망으로 버틴다. 아이가 아직은 어려서 고생을 감수할 만하지만 매일매일 커가는 모습을 지켜보지 못해 마음이 아프다. 대출원리금 걱정으로 밤잠을 이루지 못하는 날도 많다.

# 김씨의 요즘 걱정은 아이들이 학교에 진학한 뒤다. 교육환경이 더 나은 서울로 언젠가는 돌아가야 한다는 생각은 아내도 마찬가지다. 무엇보다 아이를 낳기 전 초등학교 방과후 영어교사를 하던 아내가 다시 경력을 살릴 수 있는 일자리가 광주에는 없다. 결국 좁고 낡은 서울의 전셋집을 다시 찾을 수밖에 없다. 2~3년 안에 수억원을 모을 수 없다면 말이다.

◆주거빈곤이 중산층 이탈 가속화

주거문제 해결이 늦어질수록 중산층 붕괴와 사회적 빈곤화는 빨라진다. <머니S>와 인크루트가 지난달 공동진행한 설문조사에서 안정적인 자녀양육을 위해 가장 필요한 요소로 ‘주거안정’을 꼽는 사람은 전체 응답자 900여명의 22.3%에 달했다.

국토교통부와 국토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2017년 주거실태조사’에 따르면 청년가구의 최저 주거기준 미달비율은 10.5%로 10명 중 1명이 주방과 화장실이 미비한 14㎡(4평대) 이하의 공간에 사는 것으로 나타났다.

천주교 서울대교구 빈민사목위원회 등 20개 단체가 참여하는 ‘주거권 실현을 위한 한국 NGO모임’은 최근 유엔에 ‘2018 한국 주거권보고서’를 전달했다. 보고서는 적절한 주거의 정의를 ‘비용과 환경’ 두가지 요건이 갖춰진 상태로 명시하면서 한국사회에서 가난한 사람을 위한 주거권이 없다고 밝혔다.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 연구위원은 “박근혜정부의 국책사업이던 뉴스테이만 봐도 임대주택이 투자자인 대기업의 이윤을 위해 존재하지 다양한 계층의 주거권을 보장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41호(2018년 5월23~29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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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노향 기자 merry@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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