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코노미] "잠실이 어쩌다가"..강북 뉴타운 수준으로 밀린 집값

전형진 2018. 5. 23. 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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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매·전세價 연초 대비 2~3억 내려
"시장 분위기 냉각..더 떨어질 듯"
서울 잠실동의 한 중개업소. 한경DB


“호가를 1억5000만원이나 내렸는데도 소식이 없네요.”

서울 잠실 일대 부동산시장의 분위기가 급속 냉각되고 있다. 호가를 억대로 낮춰도 집을 사겠다는 사람을 구경하기 힘들다. 잠실동 D공인 관계자는 “‘잠실엘스’ 전용면적 84㎡의 호가가 16억5000만원에서 15억원까지 확 떨어졌다”면서 “가격을 크게 낮추면 바로 팔릴 줄 알았는데 몇몇이 다녀간 뒤로도 소식이 없어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서울 잠실동 '잠실엘스'. 한경DB


◆1억5000만원 급락

급등세를 이어가던 잠실 아파트값과 전셋값이 뚝뚝 떨어지는 중이다. 둘 다 연초 고점과 비교하면 2억~3억원 정도 내렸다. 매수인이 귀해지면서 이달 들어서도 호가가 수천만원씩 일제 하락하는 중이다.

현지 중개업소들에 따르면 잠실엘스 전용 84㎡는 최근 15억원에 손바뀜해 지난 2월(17억8500만원)보다 3억원가량 내렸다. 지난달 실거래가(15억1900만원)와 비교해도 2000만원 가까이 빠졌다.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한강변 중층 전용 84㎡ 물건이 한 달 전까지만 해도 16억원을 호가했지만 현재는 15억원대로 떨어졌다”면서 “일대 중형 면적 물량이 많은 탓에 웬만큼 가격 경쟁력이 있지 않으면 매수인을 찾기 힘들다”고 말했다.

일대는 지하철 2호선 잠실새내역을 중심으로 2006~2008년 사이 입주한 10년차 안팎 단지들이 많다. 5개 단지 2만4479가구가 밀집했다. 연차가 비슷하다 보니 가격 서열이 일정한 편이다. 대장격인 잠실엘스가 꺾이면 주변 단지들의 집값도 줄줄이 내리는 식이다.

잠실엘스 맞은 편에 들어선 ‘리센츠’ 전용 84㎡는 지난달 15억원에 실거래돼 고점 대비 2억2000만원 정도 내렸다. 최근엔 이 가격에도 좀처럼 집이 나가질 않는 분위기다. A공인 관계자는 “최근 잠신초 주변 남향 집이 15억원에 팔릴 뻔 했지만 매도인이 망설이는 사이 거래가 깨졌다”면서 “시장 분위기가 안 좋다 보니 한창 오를 때 가격을 생각하는 집주인들은 귀한 손님을 놓치는 경우가 생긴다”고 말했다.

그나마도 높은 전세를 끼고 있으면 매수자가 찾을 가능성이 있지만 집주인이 살고 있거나 월세입자가 있을 때는 거래가 더욱 힘들다고 현지 중개업소들은 전했다. 은행 문턱이 높아진 상황에서 매수인의 자금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주변 비슷한 연차의 아파트 가운데 비교적 입지가 밀린다는 평가를 받는 ‘트리지움’의 전용 84㎡는 지난달 14억5000만원에 실거래돼 한 달 전 보다 1억2000만 정도 하락했다. 올림픽공원 인근인 ‘파크리오’ 같은 면적의 호가는 연초 수준인 13억5000만원까지 떨어졌다. H공인 관계자는 “그동안 너무 오른 탓에 매수세가 확 꺾이면서 매매는 가뭄에 콩 나듯 드물어졌다”고 말했다.


◆“하락세 이어질 듯”

잠실은 연초까지만 해도 집값 급등의 진원지로 꼽혔다. 한국감정원 조사에서 송파구가 사상 처음으로 주간 매매가격 변동률 1%를 넘어서기도 했다. 하지만 4월부터는 반등 없는 추락을 거듭하면서 최근 5주 연속 내림세다. ‘강남4구’ 가운데 최장 기간 떨어졌다.

서울 주요 아파트 가운데 가장 큰 폭으로 집값이 하락반전 하면서 강북 지역 뉴타운 단지들과의 가격 갭은 좁아졌다. 평균가로는 잠실이 우위지만 최근 거래가격 기준으론 수천만원 차이에 불과하거나 역전됐다. ‘마포래미안푸르지오’와 ‘경희궁자이’의 경우 전용 84㎡ 최근 실거래가격이 14억원대로 잠실 주요 단지들과 견주는 수준이다. 한강 이남에서는 올가을 입주를 앞둔 흑석뉴타운 ‘아크로리버하임’의 한강변 가구 입주권 호가가 잠실엘스 호가와 비슷하다.

전셋값도 급락하기는 마찬가지다. 연초 10억원까지 호가했던 잠실엘스 전용 84㎡ 등의 전셋값은 7억~8억원대로 주저앉았다.

현지 중개업소들은 재건축 관련 규제의 여파가 잠실 일대 아파트까지 미치고 있는 것으로 진단한다. B공인 관계자는 “재건축을 진행하는 단지들이 가격을 선도하면 잠실은 갭메우기처럼 그를 좇는 추세였는데 초기 재건축이 막히자 가격이 고꾸라지고 있다”고 말했다. 

단기 급등으로 투자 요인이 낮아진 것도 원인으로 꼽힌다. C공인 관계자는 “최근 하락했다고 하지만 지난해 초와 비교하면 여전히 5억~6억원가량 높다”면서 “하지만 전세가격은 7억원대로 전보다 크게 낮아지면서 ‘갭투자’를 문의하는 이들도 자취를 감췄다”고 말했다.


전셋값도 집값에 약세로 작용하고 있다. H공인 관계자는 “연말께 1만 가구에 가까운 ‘헬리오시티(9510가구)’를 앞두고 잠실 일대 전셋값이 벌써부터 급락 중”이라며 “일부 급매가 곧 시세가 되면서 하락을 부추길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전망도 밝지는 않다. 잠실동의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주변 개발 호재로 집값이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는 말도 나오지만 그건 적어도 4~5년 뒤의 이야기”라면서 “올해 내내 전셋값이 약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하기 때문에 매도 의사가 조금이라도 있는 집주인들에겐 차라리 지금이라도 처분하길 권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형진 기자 withmol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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