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해야 하니 조기 휴교하라"..개포주공1단지의 엄포

정다슬 2018. 5. 23.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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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포주공1단지와 개원초 학부모들이 조기 휴교 문제를 둘러싸고 갈등을 벌이고 있다. 사진은 개포주공1단지 전경. [사진=서울연구데이터서비스 제공]
[이데일리 정다슬 기자] 서울 강남구 개포주공1단지가 재건축 사업을 위해 이주에 들어가면서 인근 학교(개원초) 휴교 시기를 둘러싸고 갈등을 빚고 있다. 재건축 조합이 계획한 이주 시기보다 휴교 시점이 늦은 게 갈등의 발단이다.

개포주공1단지 재건축 조합 측은 입주자들이 학교 수업을 이유로 이주를 하지 않아 철거가 늦어질 수 있다며 조기 휴교를 주장하고 있다. 반면 학부모들은 아이들의 학습권이 재건축 사업으로 침해당해서는 안된다며 조기 휴교에 반대하고 있다.

강남서초교육지원청은 지난 17일부터 23일까지 개원초에 재학 중인 학생을 둔 보호자를 대상으로 개원초 휴교 시기 검토를 위한 설문조사에 들어갔다. 개포주공1단지 쪽에서 개원초를 2학기가 시작하기 전 휴교하라는 민원이 빗발치면서다.

개원초는 개포주공1단지 안에 있는 초등학교이다. 초등학생과 병설 유치원생까지 합쳐 현재 약 170~180여명이 다니고 있으며 내년 2월 휴교할 예정이었다. 이같은 계획을 바탕으로 지난해 신입생도 입학했다. 같은 단지 안에 있는 개포중학교는 재건축을 고려해 이미 지난해 휴교했다.

반면 개포주공1단지의 이주 시기는 올해 4월부터 9월 30일까지로 개원초의 이주 시점보다 훨씬 이르다. 개원초에 다니는 학생 상당수가 개포주공1단지 거주자라는 점에서 이 아파트 재건축 조합은 휴교가 내년 2월 진행될 경우 이주가 늦어지며 철거·착공 등 재건축 사업 전체가 지연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이 아파트 개포주공1단지 조합원 안모씨는 “개포주공1단지 전체 세대가 5040가구”라며 “한 두 가구라도 이주 예정 시기를 넘어 이사할 경우, 이로 발생하는 사업 지연 손실은 모두 5040가구에 전가된다”고 말했다.

이주 시기를 기점으로 재건축 조합은 시공사에서 대출을 해 조합원에게 이주비를 지원한다. 집이 멸실되는 기간 동안 살 곳을 마련하는데 보탬이 되기 위해서다. 개포주공1단지의 경우 조합원당 이주비가 2억~3억 6000만원가량 지원됐다. 문제는 이주비 대출에 따른 금융비용이다. 개포주공1단지의 경우 5040가구이기 때문에 보수적으로 잡아도 약 1조원에 대한 이자가 매일 꼬박꼬박 부여된다. 사업이 하루가 지연될수록 이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난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다.

앞서 이주를 시작한 인근 재건축 단지에서 세입자 일부가 이주를 거부하며 철거가 지연되고 있는 것 역시 개포주공1단지 재건축 조합의 신경을 곤두세우게 하는 대목이다. 당초 개포주공4단지 재건축 조합은 올해 2월까지 이주를 마치고 아파트 철거에 들어가려고 했으나 실질적인 철거는 5월 시작됐다. 2700여가구 중 8가구가 이주를 거부한 탓이다. 이주가 늦어질 것을 대비해 개포주공1단지 재건축 조합은 이달부터 명도소송도 진행 중이다. 세입자에게는 9월 30일까지 이사를 하지 않으면 소송에 따른 비용은 물론, 사업 지연에 따른 손해액까지 청구할 것이라고 엄포를 났다.

개원초 학부모회는 “이주 지연을 우려해 학교를 조기 휴교하라는 것은 지나친 학습권 침해”라며 반발하고 있다. 조기 휴교를 막기 위한 서명운동도 진행 중이다. 6학년 재학생이 있는 한 학부모는 “재건축에 맞춰 올해 학습 일정도 다른 학교보다 2개월 앞당겨 마치기로 했다”며 “내년이면 졸업인데 아이들이 뿔뿔이 흩어져 낯선 환경에서 초등학교 시절을 보내게 하고 싶지 않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개원초에 아이를 보내고 있는 개포주공1단지 일부 소유자조차 학기 중 휴교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상황이다.

휴교가 예정대로 내년 2월 진행된다고 하더라도 현실적으로 아이들이 철거 현장 가운데서 제대로 된 교육환경을 보장받을 수 있느냐는 문제도 있다. 개원초는 개포주공1단지 한가운데 자리잡아 있다. 아이들의 안전한 통행로를 최대한 확보한다고 하더라도 석면과 분진 등 철거에 따른 오염물질 속에서 자유로울 순 없다.

강남서초교육지원청 관계자는 “개원초는 원래 내년 2월 휴교할 예정이었으나 조기 휴교에 대한 민원이 많아 일단 검토에 나선 상태”라며 “재학생과 보호자의 의견을 들어본 후 인근 학교에 학생들을 배정할 수 있는지 살펴보고 휴교 시기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다슬 (yamye@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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