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시공사 선정' 앞둔 흑석9구역..마지막에 누가 웃을까

김종윤 기자 입력 2018. 5. 25. 05:00 수정 2018. 5. 25. 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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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총회 앞두고 GS·롯데건설 자존심 건 대결
주변 시세 상승.."입주권 최소 10억원 필요해"
서울 동작구 흑석9구역의 모습.© News1

(서울=뉴스1) 김종윤 기자 = "정부가 수주전 과열을 막겠다고 하니깐 조합이랑 건설사 모두 자제하는 분위기에요. 그래도 알게 모르게 홍보활동은 진행하고 있습니다." (흑석9구역 A공인중개업소 대표)

24일 서울 동작구 흑석뉴타운 9구역. 마을 초입에 들어서자 건설사들이 고용한 직원들이 어깨띠를 하고 주민들에게 "안녕하세요 ○○건설입니다"라고 외치고 있었다. 시공사 선정을 위한 25일 부재자 투표와 27일 총회를 앞두고 GS건설과 롯데건설은 마지막 표심 잡기에 열을 올리고 있었다.

인근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흑석9구역은 사업성이 높아 대다수 건설사들이 수주권 확보에 관심을 표했다"며 "현대·대우건설이 대치동 쌍용2차에 집중하면서 GS와 롯데의 2파전이 됐다"고 설명했다.

◇"현금 10억 쥐어야 84㎡ 입주권 사"…조합원 함박웃음

흑석9구역은 뉴타운에서 두 번째로 규모가 크고 지하철 9호선과 인접해 있어 뛰어난 입지조건을 갖추고 있다. 일반분양도 많아 사업성이 높다는 평가가 일반적이다. 이곳은 추후 21개동 1536가구로 탈바꿈한다.

건설사들이 총회를 앞두고 신경전을 벌이는 것과 대조적으로 조합원들은 상대적으로 느긋하다는 게 현지 공인중개업소 설명이다. 이는 흑석9구역의 몸값이 정점에 오른데다, 여기에 대형건설사들이 시공사 선정 경쟁에 돌입하면서 재산가치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팽배해 있기 때문이다.

A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9구역 조합원들은 3000만원 이하(3.3㎡ 기준)에선 팔지 않겠다고 선을 긋고 있다"며 "시공사 선정을 앞두고 최고점으로 시세가 올라왔다"고 전했다.

인근 분양권 시세 상승도 한몫하고 있다. 대림산업이 2016년에 선보인 '흑석 아크로리버하임(7구역)' 전용면적 84㎡는 6억6690만∼8억4900만원에서 분양됐다. 현재 분양권은 부동산시장 훈풍을 타고 급상승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3월 12억6990만원에 거래돼 오는 11월 입주를 앞두고 4억원 이상 올랐다.

또 다른 공인중개업소 대표는 "9구역도 덩달아 가치가 상승해 10억원 이상은 있어야 투자가 가능하다"며 "조합원들이 건설사가 유리한 공약을 내세우자 미래가치에 대한 자신감이 넘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조합원들은 양사 홍보관을 방문해 상품 비교와 자산가치 증대에 대한 궁금증을 해결하고 있었다. 이날 만난 한 60대 여성 조합원은 추후 분양신청과 관련해 건설사 직원과 상담했다면서 "분양신청 평형 대비해 부담금과 환급금 수준에 대해 의문점이 있었는데 어느 정도 해소된 것 같다"고 말했다.

동작구청이 부정행위에 나선다고 게시한 경고문© News1

GS·롯데, 27일 시공사 선정 앞두고 막판 총력전 지난 10일 국토부는 흑석뉴타운 9구역 시공자 선정과정에서 건설사가 개발이익 보증금 명목으로 조합원들에게 이익을 제공하는 것이 관련 규정에 위배될 소지가 크다고 판단했다. 관할 지자체에 사실 확인과 위배시 시정 조치를 요청하기도 했다.

실제로 GS건설은 조합원 1인당 최소 7000만원 이익 증가를 약속했다. 롯데건설도 총 2100억원이 넘는 추가이익을 보장하는 동시에 보증금으로 3000만원을 선지급하겠다는 공약을 제시했다. 현재 이들 공약은 국토부 조치에 따라 삭제됐다. 다만 GS건설의 조합원 반값 분양 공약은 유지됐다.

정부의 강력한 경고에 이전처럼 과열된 수주 경쟁 분위기는 표면적으로 사라졌다. 현지에선 기존 정비사업장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건설사의 홍보 플래카드는 자취를 감춘 상태다. 대신 동작구청이 게시한 '부정행위 단속반 및 신고센터'를 운영한다는 안내문이 이곳저곳에 나붙어 있었다.

다만 시공사 선정이 코앞에 다가오자 조급해진 건설사의 분위기는 확인할 수 있었다. 잠잠했던 비방전이 수면위로 나타나고 있어서다. 특정 건설사를 비방하는 시위가 벌어지는가 하면, 한 건설사의 홍보요원이 인근 상점을 돌면서 "A건설사를 찍으면 조합원님 재산을 빼앗기는 선택이 될 것"이라고 직설적인 비난에 나서는 장면도 목격됐다.

두 건설사 모두 대형사 브랜드로 선호도 차이에서 큰 차이가 없다는 것이 막판 홍보전에 집중하는 이유로 풀이된다. GS건설은 3구역 시공권을 확보했으며 롯데건설은 8구역을 수주해 분양을 마무리했다. 9구역을 수주해 브랜드 타운을 확보하겠다는 게 양사의 공통된 목표다.

일부 중개사들은 공약 실현 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조합원 이익을 증대하기 위해선 일반분양가를 높여야 가능하다. 하지만 정부가 분양가를 주변시세 이하로 통제하고 있기 때문에 건설사가 입찰할 때 제시한 금액대로 사업이 진행될 가능성이 낮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한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시공사 선정을 앞두고 흑석9구역 분위기가 분주한 상황"이라며 "GS·롯데건설 모두 흑석뉴타운에 사업지를 확보하고 있어 한쪽이 우위를 점하고 있다고 단정하긴 어렵다"고 귀띔했다.

passionkj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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